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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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과 착각
정지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2017-12-26 10:54:12

전 국민이 잊지 못할 200712월 태안 앞바다에서 역사상 최악의 대규모 유류 유출사고가 났을 때, 많은 환경 과학 분야 전문가들은 수 십 년이 지나도 자연이 회복되지 않을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앞 다투어 내어놓았다. 사고 초기부터 태안지역 곳곳의 현장을 다니며 조사업무를 하면서 이렇게 엄청나게 기름으로 오염된 자연이 과연 이전 모습으로 회복될 수는 있을까?’ 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참혹했던 모습은 꿈같이 여겨질 정도로 최근 태안의 자연은 이전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사고 초기부터 누구의 일이라고 할 것 없이 전력을 다해왔던 국가와 민간인 자원봉사자의 필사적인 방제작업 또한 이러한 회복의 시계를 빠르게 돌려놓은 원동력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인간이 눈에 보이는 대량의 기름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동안, 자연은 남아있는 엄청난 양의 기름성분을 다양한 형태로 정말 성실하게도 이용하거나 분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로는 다양한 미소생물작용으로 서서히 자가치유를 거치면서 말이다. 우리는 100% 우리의 복구노력으로 오늘의 태안으로 돌려놓았다고 자부하겠지만, 우리의 노력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 자연의 자가치유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할 수 있다.

 

해양에 서식하는 생물체내에서도 이러한 자가치유작용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한 예로서( Differential Toxicokinetics Determines the Sensitivity of Two Marine Embryonic Fish Exposed to Iranian Heavy Crude Oil 2015.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정지현 외)) 기름성분 노출에 매우 민감하다고 알려진 어류 수정란의 경우 수 ~수십 ppb(ug/L)에 노출되어도 형태발생 기형이 나타나며 유전학적으로도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태안 사고초기의 기름 농도 노출수준의 해수를 공급하면서 자연 산란시기가 유사한 넙치와 점농어 수정란의 발생독성을 비교한 결과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재미있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두 어종 간에 민감도는 예상대로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기름에 노출된 넙치수정란은 심각한 형태기형을 가진 상태로 부화가 되었다. 다양한 형태기형 중 심장부종을 들 수 있는데, 넙치는 점농어보다 더 심각한 크기의 부종이 형성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러한 크기의 부종을 가지고 부화된다면, 이동이나 먹이획득을 위한 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되고 따라서 생존에도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된 결과뿐 아니라, 특이하게도 동일한 기름농도에 노출된 넙치배아가 점농어보다 형태적인 기형이 심각하게 나타났지만, 해독에 연관된 주요 유전자의 발현량은 정반대의 결과로 점농어 보다 낮은 것이었다. 점농어는 넙치와 반대로 형태기형이 덜 심각 하게 나타났지만, 해독작용 연관 유전자 발현이 넙치보다 유의하게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두 종의 비교결과는 형태발생기형의 정도와 해독작용관련 유전자 반응이 반대의 결과를 보였다는 것이었다. 여러 번 다시 분석을 했지만 동일한 결과를 보였다.

 

좀 더 풀어서 해석하자면, 생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생물반응(유전자, 효소 등)이 최종적으로 더 심각한 영향을 가속화 시키는(암을 유발한다던지) 산물(주체)도 될 수 있지만, 이러한 생물반응은 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정교하게 스스로의 생물학적 항상성(건강성)을 지켜내기 위한 자가치유의 반응이라는 것이다. 해독작용이 높게 활성화된 점농어의 경우 수정란의 지질 함량도 높아서 기름성분이 훨씬 쉽게 축척되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리한 상황이지만, 해독효소의 높은 활성영향으로 인하여 배출 속도도 증가되어 수정란의 기름 독성성분의 농도도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높은 해독효소작용이 장기간 지속되면, 고분자 대사산물로 인한 발암성(?) 증가로 이어지는 2차적인 영향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태안 현장 작업 사진 

 

때때로 인간은 모든 것을 알고, 정복할 수 있는 전능자처럼 자연을 다루기도 한다. 직경 1mm 이하 크기의, 작고 연약해 보이는 어류 수정란조차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이런 정교한 해독시스템을 품고 있는데 말이다. 생명체란, 너무나 정교해서 연구하면 할수록 생물학자로서 내가 참 아는 것이 없구나라는 생각만 들 정도이다. 우리가 이용할 자원으로만 해양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같이 공존해야할 동반자로서의 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우리의 다음세대를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지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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