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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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식 해양플랫폼은 어떻게 제자리를 지키나?
이승재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2017-12-26 13:34:20

육지에서 석유와 가스를 채취해오고 있었는데 1891년 처음으로 미국 오하이오의 그랜드 호수 세인트 메리 (Grand Lake St. Marys) 에서 담수 아래에서 유정을 채굴하게 되었다. 이후 1896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타바바라 채널에서 처음으로 해저유정에 대한 채굴작업을 성공한 이후 현재까지 해양 에너지 채굴을 위한 노력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초기의 해양석유생산설비는 해수면으로부터의 고도 확보를 위해 커다란 기둥인 파일 위에 육지에서 사용하던 생산설비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건축물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점차 깊은 수심으로 관심영역이 확장됨에 따라 긴 파일을 제작 및 설치하는데 한계를 느끼게 되어 트러스모양의 하부구조를 가지는 자켓 구조물’, 콘크리트를 사용한 콘크리트 중력식 구조물등을 고안하게 되었고, 이들은 현재까지도 수심이 얕은 해역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수심이 500m를 넘어서자, 이러한 '고정식 구조물'들 또한 제작, 이송, 설치에 많은 문제점들이 생겨나, 부력을 가진 구조물을 쇠파이프로 연결한 '하이브리드 구조물'을 거쳐 해저면과는 완전히 분리된 형태의 '부유식 구조물'을 고안하기에 이르렀다. 해저면과의 지지구조가 없어진 형태이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 위치를 유지할 것인지가 큰 문제로 남았다. 수심 1~3km 아래에 설치되어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매니폴드, 파이프라인 등과 같은 고가의 해저생산설비와 연결된 부유식 플랫폼이 제대로 위치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위치유지시스템은 다른 해양설비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보수적인 설계철학을 가지고 있다.

 

 고정식 구조물인 자켓구조물(Jacket Structure)

 

위치유지시스템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물을 움직이게 하는 해양환경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통상적인 해양환경외력은 파랑, 조류, 바람으로 나누어 고려되나, 각 해역별로 환경외력의 구성 비율, 지속 시간 등이 달라 해역에 따라 선호되는 위치유지시스템도 달라진다. 예를 들면 미국 멕시코만의 경우 1년에 1~2개 정도 발생하는 막강한 위력의 태풍과 더불어 순환해류(loop current)에 의한 영향을 고려해야만 하고, 서아프리카 앞바다의 경우 적도와 가까워 파랑은 아주 잔잔하지만 급작스럽게 시작되어 몇 분 동안 지속되는 돌풍현상인 스콜(squall)현상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2015년 멕시코만에서 석유회사인 쉐브론 (Chevron)에 의해 운영될 예정이던 'Big Foot'이라는 생산설비는 해저지형과의 연결을 위해 미리 설치해둔 쇠파이프(tendon)가 순환해류에 의해 손상을 입어 설치가 중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그 구조물은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텍사스만의 해안가에 접안된 채 생산 활동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으니, 환경외력의 정확한 예측이 없으면 얼마나 큰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쉽게 짐작하게 한다.

 

 

BigFoot TLP

 

선박이나 요트선착장에서 쉽게 볼 수 있듯이 부유체를 고정시켜두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물리적으로 체인 또는 로프로 묶어두는 형태일 것이다. 거대한 부유식 해양구조물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데, 선박과는 달리 체인만을 사용하지 않고 와이어 로프, 합성섬유 로프를 적절히 연결해서 사용하고 있다. 깊은 수심의 경우 3km가 넘기 때문에 부유체에 연결되는 12가닥 정도의 줄이 모두 체인으로만 되어 있다면 엄청난 무게 때문에 부유체가 떠 있기 힘든 상황이 된다. 따라서 마찰이 예상되는 두 부분(줄이 부유체와 맞닿은 시작부분과 해저면과 닿아있는 끝 부분)만 마찰에 강한 체인을 사용하고 나머지 중간 부분은 와이어 로프를 연결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보다 깊은 수심에서는 와이어 로프의 무게도 부유체에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물속에서 무게를 느낄 수 없는 합성섬유 로프를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이 합성섬유 로프는 얇은 실들을 꼬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설치과정에서 취급에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설치과정에서 의도치 않는 접촉이나 마찰이 생기게 되면 해양구조물의 평균수명인 30년이 지나는 동안 어떤 손상을 입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부유식 구조물이 흔히 알려진 선박과 같은 형태일 경우, 배 옆에서 파도를 맞게 되면 좌우로 크게 흔들림이 생겨져 안전성을 저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선박형 구조물의 경우, 위치유지를 위한 체인 또는 로프를 한군데 모으고, 구조물이 마치 자전거 핸들처럼 그 묶음을 잡고 360도로 자유롭게 물 위를 회전할 수 있는 장치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장치를 터렛(turret)이라고 부르는데, 터렛을 사용하게 되면 선박이 파도와 같은 외력을 항상 정면에서만 맞게 되어 안전성이 저해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최근 극지 자원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극지방에 설치되는 구조물의 위치유지시스템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껏 사용해오던 전통적인 위치유지시스템이 극지방에서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지만, 설치 사례가 많지 않고 환경 데이터도 충분치 않아 아직 많은 부분이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언젠가 저유가 시대를 벗어나 해저자원개발 영역이 극지방으로 확대된다면, 이에 부합하는 새로운 위치유지시스템의 출현도 기대해볼 만하다.

    

이승재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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