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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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해운항만산업과 우리의 과제
한철환 동서대학교 교수
2017-12-26 13:44:51

아침에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를 거실에 있는 홀로그램을 통해 직접 케냐 나쿠루 커피농장에 주문한다. 현지 농장주는 원격단말기를 통해 주문을 확인 후 고객 맞춤형 커피를 스마트 컨테이너에 넣어 하이퍼루프를 통해 몸바사항으로 운송하고 즉시 완전무인선박에 적재하여 부산항으로 출발한다. 부산항에 도착한 스마트 컨테이너는 인공지능으로 운영되는 완전자동화터미널에서 신속하게 하역된 뒤 곧바로 하이퍼루퍼를 통해 고객의 문전까지 당일 배송된다.

 

이상은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핀란드 하역장비회사인 칼마사가 2060년 우리가 직면하게 될 미래 해운항만산업을 묘사한 내용이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이는 해운 및 항만산업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반세기가 컨테이너의 등장에 따른 변혁기였다면 향후 50년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자율주행차량 등 제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디지털 기술이 글로벌 해운항만산업의 판도를 전면적으로 재편할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맥킨지사는 향후 50년 이후 컨테이너 해운산업을 전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맥킨지는 크게 네 개 부문에 대한 미래전망을 그리고 있다.

 

첫째, 해운시장의 수요측면에서 향후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근거로 그 동안 세계 해운시장을 견인해 왔던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 추세로 돌아섰고, 넥스트 차이나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 역시 향후 개혁개방정책을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에 얼마나 빨리 통합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또한 로봇이 노동을 대체함에 따라 그동안 저임금을 쫓아 해외로 이전했던 제조공장들이 국내로 유턴함에 따라 톤마일기준 해상물동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고, 3D프린팅 기술로 인해 원재료 교역량이 감소할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전세계적인 부의 증가는 제조업 보다는 서비스산업의 비중을 확대할 것이고, 기술발전에 따른 제품소형화 추세는 해상물동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해운시장 공급측면에서 선박의 대형화 추세이다. 1956년 등장한 세계 최초 컨테이너선박인 IDEAL X호는 컨테이너박스 58개를 적재하였으나 오늘날 최대선형 컨테이너선은 20,000TEU급 이상으로 적재능력이 무려 350배나 증가하였다. 이처럼 선사들이 선박대형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연료비와 선원비를 절감하여 컨테이너 단위당 운송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에서다. 그러나 모든 선사들이 선박대형화 경주에 뛰어들 경우 기대했던 규모의 경제 효과는 급속히 줄어들고 시장은 오히려 선박공급과잉 상태에 빠지게 된다. 소위 합성의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같은 선박대형화 추세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이는 선박의 사이즈가 커짐에 따라 대형화에 따른 이점이 비례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 세계 주요 항로의 폭과 수심이라는 물리적 제약, 그리고 선박대형화로 항만당국과 터미널운영회사들의 투자비 증가(준설비용, 신형 크레인 구입비용, 선석확장비용 등)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맥킨지는 향후 50년 내에 50,000TEU급 컨테이너선박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선박대형화의 진행속도는 앞서 지적한 요인들로 인해 이전보다는 훨씬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새로운 기술발전, 즉 드론을 활용한 자율주행 컨테이너라든가 하이퍼루프 기술의 등장은 선박 자체의 존재 의미를 쓸모없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산업구조 측면에서 시장참여자들의 역할은 어떻게 변할까? 먼저 선사들의 경우 글로벌차원의 해상운송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해야하기 때문에 인수합병(M&A) 같은 통합화 과정을 통해 3-4개의 대형선사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포워더의 경우는 더욱 비관적이다. 왜냐하면 향후 국제적으로 통일된 온라인 정보교환시스템이 구축되면 화물흐름이 빨라지고 중개업자들이 설 자리는 좁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디지털기술로 무장한 혁신기업들이 해운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것이다. 구글은 모회사인 알파벳을 통해 드론 배송서비스를 개시하였고, 아마존은 프라임 항공화물서비스를 통해 물류시장에 뛰어든데 이어 최근 중국 해상포워딩 면허를 취득하였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는 중국 국영선사인 COSCO와 파트너쉽을 체결하여 중소형기업을 위한 통합물류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우버와 텐센트도 해운물류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중이다. 이들 테크기업들은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로 무장하여 세계 물류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넷째, 이러한 해운산업 변화에 항만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초대형선박을 운항하는 선사와 신속한 화물운송을 요구하는 화주들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항만운영의 효율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완전자동화터미널 도입, 20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동시에 하역하는 혁신적인 하역시스템의 도입, 자율주행트럭에 의한 배후수송, 그리고 모든 관계자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데이터 생태계(data ecosystem)를 구축하여 획기적으로 항만생산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이 같은 환경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선 디지털 기술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서비스 차별화, 비용절감, 그리고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디지털 혁신가(digital disruptor)로 거듭나야 한다. 둘째, 통합에 대비해야 한다. 컨테이너 해운산업의 특성과 향후 교역증가세의 둔화를 고려할 때 소수 대형선사 체제로의 시장재편은 불가피하다. 바야흐로 해운기업들은 잡아먹느냐 잡아먹히느냐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셋째, 협력해야 한다. 선사와 터미널운영회사간 주요 이슈와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선박대형화에 따른 항만인프라 투자 문제라든가 선박도착과 부두접안의 신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끝으로 담대해야 한다. 과거 해운산업은 폭풍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인내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끌어 왔다면 미래는 디지털 혁명이라는 전례없는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담대한 비전을 가진 리더가 선도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한철환 동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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