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복사
한반도 해역 수산자원, 남북이 공동 관리하자!
장창익 부경대학교 교수
2018-09-21 12:00:13

오래 전인 1991년 중국 대련에서 개최된 동북아회의에서 북한의 원산수산연구소 자원연구실장 최진억 준박사와 남북수산에 관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내가 먼저 최실장에게 북쪽에서 명태를 너무 많이 잡아서 남쪽에서는 잘 잡히지 않고 있다고 했더니 최실장은 남쪽에서는 참조기를 왜 그렇게 많이 잡아서 우리는 구경도 못하게 하느냐고 대꾸를 하였다.

 

이와 같은 해프닝은 참조기나 명태와 같이 서식처를 공유하는 회유성 어업자원을 남북한이 함께 이용하고 있으므로 공동재산인 이 자원을 공동으로 평가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책무를 우리 모두에게 주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최근 남북간에는 해빙무드를 갖게 되었다. 며칠 전인 919일 남북은 평양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고 수역 안에 시범적으로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우리 민족의 공동재산인 수산자원을 남북이 합심해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호기로 보인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은 남획으로 수산자원이 크게 줄어들고 연안오염의 증가로 연안생태계마저 악화되어 연근해 어업생산 잠재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이다. 연근해 수산자원은 1960년대 9백만 톤에서 점차 감소해 최근에는 4백여만 톤이 되었으며, 10년 후에는 60만 톤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 수역에 비해 북한 수역은 상대적으로 연안개발이 크게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해양오염 상태는 덜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낮은 어선세력과 선박용 연료의 부족으로 인해 어획강도가 낮아서 자원상태도 남쪽에 비해 명태 등 소수어종을 제외하고는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FAO 통계에 의하면 북한의 연간 어획량은 60만 톤 정도로 우리보다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주로 간접방식에 의해 수산자원을 관리해 왔다. 그러나 배타적경제수역이 선포되면서 총허용어획량(TAC)에 의한 어업관리제도를 채택하여 주요 11개 어종에 대해 실시하고 있다. 2009년에는 수산자원관리법을 만들어 자원관리를 위한 선진화된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또한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바다목장 조성에 의한 자원관리, 자율관리어업의 자원관리, 자원조성을 위한 인공어초시설, 수산종묘방류, 바다 숲 조성 등도 시행하고 있다.

 

얼마 전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미국 과학아카데미 회보는 세계 28개 주요 수산국의 수산자원관리 현황을 분석하여 순위를 발표하였는데, 이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산자원평가와 관리 수준은 전 세계 12위로 아시아에서는 일본(15)과 중국(25)을 제치고 최고 수준인 것으로 입증되었다.

 

북한의 수산자원관리는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북한에서는 국가최고 권력자의 교서와 명령 등을 통해 필요한 조치들이 취해져 왔다. 1995년에는 최고인민위원회가 수산업관리 기본법으로 수산업법을 제정·공포하였고, 1997년에는 하위법령을 정비하였다. 그리고 수산부는 금어구와 금어기의 설정, 망목크기와 어법규제, 해양오염방지, 수산자원의 번식을 위한 배양장 건설 등 부령을 제정하였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북한수역에 천 여척이 넘는 중국 어선들이 입어하여 수산자원이 무분별하게 소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해양법은 외국선박 입어 시 자국의 EEZ 내 수산자원의 자원량과 생물학적 허용량을 정확히 구해서 자국이 어획할 수 있는 양을 빼고 난 잉여량만을 어획하도록 허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시범적인 공동어로수역의 설정은 남북의 실질적인 수산분야의 교류로 이어질 전망이다. 남북의 수산분야 교류는 하루 빨리 실현되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그러나 남북 공동어로수역이 설정되어 양측 어선이 함께 조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먼저 해당 수역 내 수산자원의 어종별 어획가능 자원량 (exploitable stock biomass)이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실제 잡을 수 있는 연간 생물학적허용어획량(ABC)은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사실상 우리 해역의 주요 수산자원은 대다수가 남과 북을 회유하는 어종들이다(그림 참조). 그러므로 수산자원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어종들의 서식처와 어장을 포함하는 어획자료와 생태환경자료의 준비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수산관련 자료의 가용성을 파악하기 위해 자료 리스트를 작성해서 가능한 자원평가 항목을 파악한 후 이에 필요한 맞춤형 자원조사를 공동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파악된 자료를 바탕으로 수산자원을 공동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TAC시스템에서 활용되고 있는 5단계(tier)시스템에 의한 공동자원평가가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평가된 자원상태에 따라 공동으로 자원을 이용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아울러 공동어로는 과학적인 자원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공동관리 체계를 수립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 어선의 입어방식 및 절차, 조업방식, 어획할당량 등 자원관리 및 어업관리방식에 대한 세부 사항들이 결정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남북한이 공동으로 선진화된 생태계 기반 자원평가와 관리를 위해서 생태계 기반 통합자원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의 수산업은 지금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식량문제가 심각한 북한 사정과 연근해 어업생산량이 40여년 만에 100만 톤 이하로 떨어진 우리의 사정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남과 북이 원윈할 수 있는 방식으로 힘을 합쳐 바다를 통한 민족의 협력과 번영을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원산수산연구소 자원연구실장 최진억 준박사(중간)와 담소하는 저자(우측)의 모습 (중국 쉐라톤 대련호텔, 1991)

 


남북한 해역 주요 수산자원의 회유도
(, 2015)

 

 

 

장창익 부경대학교 교수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