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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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깊은 곳의 열천에 생물들이 바글바글 (1)
김동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2018-09-27 09:17:44

빛도 없고 먹이도 없을 것이라 생각되었던 깊은 바다. 1970년대에 미국의 유인잠수정 앨빈(Alvin)은 상상을 초월하는 기이하고 특이한 해역을 발견한다(그림 1).

 

 

그림 1. 미국의 유인잠수정 Alvin 및 모선

 

 

바다 수 천 미터 아래에 수십 개의 굴뚝, 그 굴뚝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 백도의 연기, 뜨거운 물과 연기에 포함되어 있는 온천 성분의 화학적 특성, 그 주변에 아주 많은 개체 수의 무수히 많은 다양한 생물들, 그 동안 지구 역사상 심해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별천지가 바다 밑 깊은 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세계를 우리는 열수분출공 Hydrothermal vents)이라 부른다. 이것은 판 구조론(plate tectonic)”과 연관이 있는데, 바위의 갈라진 틈이나 단층으로부터 스며든 해수는 지하에서 마그마와 접촉하게 되고 따뜻하게 되어 해저에서 온천으로써 분출되어진.

 

심해저 열수분출공 연구의 시작은 태평양 동쪽 바다 2,600미터, 1976년 갈라파고스 확장 지역(EPR)에서 잠수정 앨빈에 의장미의 정원, 에덴동산, 오아시스라 불리는 열수생태계의 첫 발견이다. 이곳에 거대한 흰색의 관에 분홍색 아가미를 내밀어 흔들거리는 관벌레류(tube worm), 수많은 갯지렁이의 관, 길이가 무려 25cm에 달하는 하얀색 껍데기의 조개류(Calyptogena magnifica), 포장마차에서 자주 보았던 심해 홍합류, 소라, 고둥류, 허리가 꺾인 새우, 눈이 먼 게, 다알리아 꽃을 연상하게 하는 말미잘류, 더불어 뱀장어류 같은 생물들이 처음으로 열수생물로써 발견되었다. 이러한 생물들을 "열수 분출공 생물군집(Hydrothermal vent communities)"이라 부른다.

 

한편, 1980년대에는 이와 다소 다른 것들이 발견되었다. 일본의 사가미만, 미국의 오리건주 해안과 멕시코만의 플로리다 해안, 북서태평양 지역, 바베이도스 해안 등, 이들은 격렬하게 뿜어나오는 열수의 연기가 보이지 않는 해역임에도, 앞서 발견된 열수 분출공지역에 살고 있는 생물들과 아주 비슷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 발견은 그 후의 바다 밑 고래 시체주변에서 새롭게 발견된 고래뼈 생물군집과 더불어 일련의 화학합성을 하는 생물에 대한 보다 더 넓은 시각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러한 생물들은 조금씩 그 종류를 달리하며 그 후 거리가 많이 떨어진 서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심지어는 극지방에 이르기까지 계속하여 발견되고 있다.

 

열수의 분출형태는 장소에 따라 다르다(그림 2). 300이상, 때로는 420의 갈색의 고온수가 Black smoker(금속 유화물이 주성분)에서 뭉게뭉게 뿜어져 나오는가 하면 또는 200전후의 하얀 온수가 White smoker(유산염 및 실리카가 주성분)에서 아지랑이처럼 흘러나오는 것도 있다. 이러한 분출은 주로 높고 긴 형태의 굴뚝이 죽 늘어서 있는 곳, 혹은 흐물흐물 파쇄된 혈수성 광물슬랩(slab)사이에서 산발적으로 끓어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굴뚝 혹은 분출공 자체의 척출물이라 수 십 년 이내에 스스로 분출공을 막아버리게 된다. 따라서 주변에 살고 있는 우점 생물군 중 이매패류인 흰색분말 패각조개나 홍합류의 수명도 25년 정도로 분출공과 거의 같은 수명을 가지고 있다.

 

 

그림2. 1)열수분출공은 그 높낮이 뿐 아니라 형태 및 개수가 지역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2)인도양의 나열된 열수분출공 주변에 black smoker와 함께 심해새우류가 밀집되어 서식한다. 3)오키나와 해역의 미약한 열수분출공의 분출과 함께 주변에서 걸어다니는 허리꺽인 새우류의 밀집 서식을 볼 수 있다. (사진제공: 김동성, 일본JAMSTEC)

 

 

화학합성이라는 것은 무기물 산화에 의해 발생하는 에너지를 사용하여 탄산을 고정한 유기물을 합성하는 것을 말한다. 광합성에 있어서의 광에너지 대신에 무기물의 산화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화학합성 무기영양생물과 메탄산화세균은 같은 류라고 판단, 이들이 생산자적으로 기능하는 생태계를 화학합성생태계, 그곳에 형성되는 생물군집을 화학합성 생물군집이라고 한다. 열수분출공 생물군집은, 통상 중앙해령이나 열도/ 배호분지(back arc basin)의 활동적인 해저화산지역에 형성된다. 용수생물군집은 해구나 trough라고 하는 판(플레이트)의 수렴지역, 메탄하이드레이트 형성지역, 이화산, 해저유전지역 등에 형성된다. 그 위에 생물의 사체가 해저에 쌓여서, 부패되어감에 따라 유화수소나 메탄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는 죽은 고래에 형성되는 고래뼈 생물군집이나 침몰된 나무에 형성되는침목생물군집이 포함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 많은 해역에서 약 30여년에 걸쳐 많은 발견과 연구 결과가 축적되어 왔다. 그럼에도 새로운 생물군집의 발견을 기대할 수 있는 해역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 시작하여 발견 가능성이 높은 해역이 인도양으로 그 대표적인 지역이고, 북극해 또한 오랫동안 큰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더불어 기존에 발견된 지역에 살고 있는 생물종들에 대해서도 생물학적으로 아직 밝혀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러한 평범하지 않은 서식지에서 살아가는 적응능력의 범위를 파악하기 위한 개체군의 서식 습성과 생활사 등에 대한 깊은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2017년 최첨단연구선 이사부호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 의해 취항하면서 인도양 열수지역 탐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결과 2018년인 올해 초여름 대한민국만의 새로운 열수분출공을 발견하였고(KIOST Vent Field, KVF로 명명), 더불어 대량의 다양한 생물들을 채집하여 국내 반입에 성공하였다(그림 3). 현재까지 두 달여에 걸친 1차 연구 결과 수 종의 새로운 생물을 발견하여 현재 논문을 작성 중에 있으며, 향후 다양한 각 분야에서 새로운 많은 양질의 연구 결과물들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새로운 열수지역에서의 탐사는 향후 지속되어질 예정이며 이에 따른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림 3. 20186월 인도양의 대한민국 첫 열수발견지역에서 올라온 다양한 생물 시료들. 이 안에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보고되는 새로운 종이 있다.

 


 

김동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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