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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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황해요각류 주야수직이동
강정훈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2018-10-29 14:15:16

일 년 내내 10보다 낮은 온도의 물덩어리(황해저층냉수괴)가 황해중심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림 1).

 

 

그림 1. 황해저층냉수괴의 형태와 특성

    

 

그 규모는 황해 전체 부피의 최소 70%이상을 차지하는 규모의 물덩어리로 염분은 32-32.5 psu이며, 여름에 그 특성이 더욱 뚜렷해진다. 물이 위, 아래로 잘 섞이는 겨울철과 봄철을 지나, 여름철 뜨거운 햇볕에 달궈진 표층수가 황해표면을 덮게 되면, 수심 20~30m 정도(수온약층)부터 바닥까지 묵직하게 존재한다. 늦가을에 그 모양이 흐려져 겨울 초입에 바람이 거세게 불며 휘저어 황해의 물은 다시 온통 하나가 된다. 이렇게 계절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하는 황해환경에 적응하여 사는 수많은 다양한 물고기들이 있고, 이 들이 특히 좋아하는 먹이들이 있는데, 요각류와 크릴류가 대표적이다. 이 먹이생물들은 계절의 변화를 겪으며 자신만의 생존방식을 갖고 있는데, 요각류에 속하는 생물 중 황해 터줏대감이자 크기가 큰 (체장 2~3 mm) 칼라누스 시니쿠스(Calanus sinicus, 이후 시니쿠스라 칭함)가 그 주인공이다 (그림 2).

 

 

그림 2. 요각류 칼라누스 시니쿠스(Calanus sinicus) 

 

 

시니쿠스가 차가운 물덩어리의 변화와 밀접하게 적응하여 생활사를 이어간다는 결과가 2004년도에 처음 밝혀졌다. 모든 수층의 물이 잘 섞이는 계절에는 모든 수층을 자유롭게 다니다가, 표층이 더워지는 여름철에는 수온약층(20~30m) 아래에서 바닥까지 존재하는 차가운 물 덩어리에 주로 머물러있게 된다. 여름철에 뜨거워진 물을 피해 황해저층냉수괴로 피난했다가, 물이 다시 차가워지기 시작하는 늦가을부터 움직이는 범위(분포영역)가 다시 넓어진다. 여름철에는 차가운 물속에서 먹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오래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유생(알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 되는 것: nauplii)에서 미성숙체(성체가 되기 전 작은 크기의 것: copepodite)로 발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매우 길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니쿠스가 좋아하는 물의 온도는 대략 5 부터 23 까지로 알려져 있고, 그 이상의 온도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가운 물덩어리가 있는 곳에서 시니쿠스가 봄철과 여름철에 하루 중 수직적으로 어떻게 분포하는지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규명되었다. 동물플랑크톤이 주야수직이동(diel vertical migration)을 하는 이유는 여러 곳에서 다양한 가설을 통해 설명이 시도됐었다. 황해에서는 하루에 한번 바닥수심까지 내려갔다가, 수면까지 올라오는 주야수직이동을 하는데, 그 모양새가 봄철과 여름철이 서로 다름이 밝혀졌다. 물의 온도가 차가운 봄철에는 야간에 엽록소 농도(동물플랑크톤의 먹이)가 매우 높은 표층까지 올라가서 굶주린 배를 채우고, 동이 트기 직전 이른 새벽에 서둘러 바닥으로 내려간다. 이들이 서두르는 이유는 덩치가 커서 시력이 좋은 물고기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있다. 그런데 표층수의 온도가 더워지는 여름철에는 오르내리는 범위가 축소되어 차가운 물 덩어리 내에서만 오가는 것이 확인되었다. 밤에 표층으로 올라가는 최대수심이 차가운 물덩어리 가장 윗부분에 엽록소농도가 높은 곳과 일치하는 것도 확인되었다. 이것은 주로 암컷 성체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며, 이 보다 어린 미성숙체는 다른 모양으로 존재하는데, 이 부분이 매우 흥미롭다. 이 들은 크기가 작아 물고기들의 눈치를 크게 볼 필요가 없는지 낮과 밤 내내 엽록소농도가 가장 높은 수심에 머무르며 우선 성장에 힘쓴다.

 

황해에서 시니쿠스는 자기의 생존과 번식에 충실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종족번식을 위해 계절적으로는 뜨거운 여름의 표층수를 피하여 차가운 물덩어리에 몸을 거하고, 먹고살기 위해 매일 부지런히 표층과 저층을 오르내리며 먹이를 구하는 모습은 스펙터클하기까지 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뜨거운 물이 덮고 있는 여름에 시니쿠스가 보여준 그 스펙터클한 모습은 영원할까? 예를 들면 더운 여름에 물이 골고루 섞여 덮여있던 뜨거운 물이 차가워지면 어떻게 될까?’, ‘여름에는 항상 깊은 물속 차가운 곳에만 존재할까?’하는 의문이다. 이 중 한 가지 질문에는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20118월에 태풍 무이파 가 차가운 물덩어리가 존재하는 황해동남부 해역을 관통했고, 물이 섞였는지 표층의 물 온도가 19~20 정도까지 내려갔다. 2010년 동일한 시기의 표층수 온도가 27~28을 나타낸 것에 비하면, 거의 10정도 낮아진 셈이다. 마침 그 해역을 조사할 기회가 있어 수온이 낮아졌을 때 성체 요각류 암컷의 움직임을 야간에 살펴보았는데, 먹이인 엽록소 농도가 표층까지 증가하여 확장되었고, 표층까지 올라간 것이 확인되었다. 뜨거운 여름에 차가운 물속에서 부족한 먹이조건에 적응하여 나타난 모습은 환경에 충실히 적응한 결과로 보인다. 이는 황해저층냉수괴의 커다란 물덩어리 중 일부해역에서 새로이 밝혀진 기초결과인데 아직 밝혀지지 않은 해역에서 다양한 현상들이 있을 수 있어 심층적인 생태학적 연구가 후속적으로 필요하다.

 

여름철 시니쿠스는 자기 종족들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차가운 물덩어리에 몸을 의탁하여 그들이 번식할 가을철까지 강인한 인내심으로 냉정하게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매일 배고픔과 물고기의 포식을 피해 2~3mm 정도의 작은 몸으로 100m 정도 깊이의 수심을 열심히 오르내리고 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이 궁금하여 24시간을 열심히 달려가 흔들리는 연구선 위에서 밤을 새워가며 폐쇄네트(Opening-closing net)를 이용해 층별로 채집하여 분석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요각류의 삶이 왠지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낱 미물인 바다 속 동물플랑크톤도 냉정과 열정을 가지고 심지어는 태풍까지 유리하게 활용하며 그들의 삶을 이어가는데, 우리는 내일을 알 수 없는 정글 속에서 더욱 냉정과 열정을 잘 조절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강정훈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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