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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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산지' 속의 물고기 - 조기와 민어
이근우 부경대학교 사학과 교수
2018-10-29 14:42:22
우리나라와 일본의 영해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비교하면, 일본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우리의 영해는 7.1, 일본은 44.7이고, 영해를 포함한 배타적 경제수역은 우리가 44.754, 일본이 447로 세계 6위이다. 무려 우리나라보다 10배나 넓은 수역을 차지하고 있다. 그 면적으로 보면 일본은 해양대국이라고 할 만하다. 이렇게 넓은 바다를 끼고 사는 일본은, 당연히 수산물에 대해서 우리보다 빈번하게 접촉했을 것이고 또한 우리보다 훨씬 세밀하게 분류하였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수산물에 대해서는 일본보다 우리가 더 자세하게 나눈 경우가 많다. 구체적인 사례를 <한국수산지>라는 책을 통해서 확인해 보자.

 

<한국수산지>1908년에서 1911년에 걸쳐 일제가 간행한 조선의 바다와 수산에 대한 종합적인 보고서이다. 4책으로 이루어진 이 문헌은 비록 일제의 손으로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적인 수산 관련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1900년대의 일본어로 되어 있는 까닭에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진 2. <한국수산지> 1권 번역본 표지(왼쪽)와 원본 속표지(오른쪽)

    

 

필자는 <한국수산지> 1(-12, 새미, 2010)3(-1, 한국학술정보, 2018)을 번역하여 출간하였고, 현재 2권에 대하여 교정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 지면을 통하여 <한국수산지>의 이모저모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먼저 <한국수산지>를 번역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은 물고기의 이름이었다. 방언이 많기도 하고 또 물고기를 인식하는 범주 자체가 다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일본의 수산물 분류가 우리보다 정밀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예로 들어보고자 한다.

 

우선 일본에서는 조기와 민어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았다. 일본 근세의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왜한삼재도회(倭漢三才圖繪)>(1712)라는 책을 보면, ()이라는 한자에 구찌’(조기)니베’(민어)라는 일본어 훈이 같이 붙어 있다.

 

이어서 이 책에서는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1596)을 인용하여, “이 물고기는 몸이 납작하고 뼈가 약하며 황색의 작은 비늘이 금과 같다. 물에서 나오면 잘 울고, 밤에 보면 빛이 난다. 머리에는 흰 돌이 2개 들어 있는데(이석), 갈면 옥과 같다. (중략) 배 안에 부레가 있는데, 풀을 만들 수 있다. 매년 4월에 해안으로 오며, 그 소리가 천둥과 같다. 바닷사람들이 대나무 관을 물 밑에 넣어 그 소리를 듣고 그물을 내린다. 비린내를 없앨 때는 민물에 넣어두는데, 힘이 빠진다. 순채를 넣어서 죽을 끓인다. 위를 보호하고 기운을 더한다. 이 물고기를 말린 것을 상()이라고 하는데, 모든 물고기를 말린 것이 상이지만, 그 맛이 이 물고기에 미치지 못하므로, 이 물고기 말린 것을 상이라고 하게 되었다. 흰 것을 좋은 것으로 친다. 만약 바람을 맞으면 붉은 색으로 변해서 맛을 잃는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구워 먹으면 맛이 달고 담백하며, 오이를 물로 바꾸며, 체한 것을 삭히고, 심한 설사를 치료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경우는,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玆山魚譜)>(1814)에서 석수어(石首魚)라는 제목으로 조기와 민어가 책의 제일 첫머리에 등장한다. 서해의 조기, 동해의 명태라고 할 만큼, 조기는 우리가 가장 즐겨 먹는 물고기이고, 특히 서해는 조기어업의 중심지다.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보냈던 정약전이 조기와 민어를 가장 먼저 말하고 싶었던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조기와 민어가 석수어 항목 아래에 애우치(大鮸), 민어(鮸魚), 조기(䠓水魚)라는 작은 항목이 있다. 먼저 애우치에 대해서는 모양은 민어를 닮았고, 빛은 황흑색이며, 맛도 민어와 비슷하나 더 진하다고 하였다.

 

민어에 대해서는 비늘과 입이 크고, 맛은 담백하면서도 달아서 날 것으로 먹든 익혀 먹든 다 좋고, 말린 것이 더욱 몸에 좋다. 부레는 풀을 만든다. 민어 새끼를 암치어(巖峙魚)라고 하고, 다른 종류로는 부세어(富世魚)가 있다고 하였다. 이어서 이 <자산어보>에서도 <본초강목> 내용 일부를 인용하고 있다. “석수어를 말린 것을 상()이라고 했는데, 능히 사람의 건강을 잘 보양한다는 뜻에서 양()을 따라 상()이라는 한자가 생겼다고 하였다. 어느 물고기나 말린 것을 상()이라고 하는데, 그 맛이 석수어로 만든 굴비에 미치지 못하므로, 이 명칭이 석수어에만 쓰이게 되었다고 하였다. 흰 것이 맛이 좋아서 백상(白鯗)이라고 하며, 어쩌다 바람을 맞으면 붉은 색으로 변하여 뛰어난 맛을 잃는다고 하였다.

 

한편 조기에 대해서는 모양은 민어를 닮았고 몸은 작으며, 맛 또한 민어를 닮아 아주 담백하며, 알은 젓을 담는 데 좋다고 하였다. 또한 조금 큰 놈을 보구치, 조금 작은 것을 반애(盤厓), 가장 작은 것을 황석어(黃石魚)라고 한다고 하였다.

 

 

 

사진 1. 민어(왼쪽)와 조기(오른쪽)

 

이처럼 일본에서는 조기와 민어를 구별하지 않았으나, 조선에서는 석수어 항목을 설정하고, 그 아래 애우치민어조기를 두고 다시 민어와 조기를 크기에 따라서 세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은 황석어를 조기의 새끼라고만 정의한 반면, 우리나라는 황강달이라고 하는 농어목 민어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더욱 세분한 것도 마찬가지 사례이다.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물고기에 대해서 우리보다 더 잘 알고 분류도 더 세밀하게 하였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수산물을 세분한 것은 우리였다. 조기민어에 그치지 않고, 정어리와 멸치, 문어와 낙지도 일본에서는 구별하지 않았으나, 조선은 이를 분명히 구분하여 인식하였다.

 

우리와 일본의 서로 다른 조기민어에 대한 인식은, 드디어 <한국수산지>(1, 1908)에서 충돌한다. <한국수산지>에서는 면()을 니베 즉 민어(民魚)라고 하였고, 석수어(石首魚)구찌즉 조기라고 하였다. 그러나 <자산어보>에서 보는 것처럼, 석수어는 조기와 민어를 총칭하는 이름이었다. 또한 조기민어를 세분하는 이름들을 전혀 <한국수산지>에 채록하지 않았다. 일본인들이 인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법이다.

 

일본에서는 현재도 니베와 구찌 즉 민어와 조기로만 나눈다. 거기에 색이나 크기로 수식하는 말을 붙여 구별하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검은 조기, 누런 조기, 흰 조기, 빨간 조기, 참민어, 작은 민어, 큰 민어가 그러한 예다. 부세를 지칭하는 용어가 일본에는 없었기 때문에 부세라는 우리의 물고기 이름을 빌어서 쓰고 있다. 이에 대해서 우리는 민어에도 민어민태가 있고, 조기에도 조기부세보구치반애황석어 등의 독립된 용어가 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참조기를 좋아하는 우리와 달리 백조기 즉 보구치를 조기민어류의 으뜸으로 친다. 아울러 조기와 민어를 맛으로 구별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왜한삼재도회>에서는 민어와 조기가 같은 것으로 간주하였고, 그 맛의 차이도 인식하지 못한 것을 보면, 우리의 미각이야말로 물고기를 인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던 셈이다. 여러 가지 물고기 종류에서 우리와 일본이 구분하는 방법에 차이가 나는 것은 아마도 맛이 다르다고 느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넓게는 석수어이지만, 애우치는 민어보다 맛이 더 진하고, 민어는 맛이 담백하면서도 달고, 조기는 역시 민어처럼 담백하며, 가장 작은 것은 황석어라고 하는데 맛이 아주 좋다고 하였다. 크기나 형태 못지않게 그 맛에 주목한 것이다.

 

일본에서 조기 새끼로 치부하는 황석어(황달강이)는 조기와는 분명히 구별되는 다른 물고기로 학명까지 가지고 있다. 이 황달강이는 <자산어보>에서 아주 맛이 좋다고 한 것처럼, 조선시대에 각별한 대우를 받았다. <증보산림경제>에서는 탕과 구이가 모두 맛이 아주 좋다고 하였고, <난호어묵지>에서도 모양은 석수어와 같으나 작고 빛깔이 짙은 노란색이다. 그 알은 크고 맛이 좋다. 소금으로 절여 젓갈로 만들며, 서울로 수송되어 세력 있고 신분 높은 사람들의 진귀하고 맛있는 음식이 된다고 하였다. 역시 맛에 대한 설명이 중심이다.

 

다음 글(12월호 예정)에서 다룰 문어와 낙지 역시 우리는 예민하게 그 맛을 구별하면서 즐기지만, 일본은 그 맛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맛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으면, 수산물을 다르게 인식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 까닭인지 <한국수산지>는 물고기 이름을 둘러싼 혼란과 인식의 충돌로 출렁거린다.

 

 

 

이근우 부경대학교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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