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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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보존을 위해 고래 연구가 필요하다
박겸준 국립수산과학원 원양자원과 해양수산연구사
2018-11-27 17:52:33

상괭이는 서해와 남해에 가장 많이 있는 해양포유류이고 동해에는 참돌고래와 낫돌고래가 주로 산다. 상괭이는 등지느러미가 없고 무리를 이루지 않으며 어선이나 사람을 기피하기 때문에 사실 바다에서 상괭이를 관찰하는 것은 쉽지 않고 보더라도 매우 심심하다. 동해의 돌고래들은 화려하다. 적어도 수십 마리의 무리를 이루며 다니고 많게는 천 마리 이상 모일 때도 있다.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공중제비 도는 것은 기본이고, 배에 가까이 와서 선수파를 타며 노는 일도 다반사다. 생김새도 상괭이에 비해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졌다.

 

밍크고래는 바다 조사 중 유일하게 발견한 수염고래다. 과거에 포경에 시달려서인지 가까이 다가가서 관찰하려해도 밍크고래는 여기 피하고 저리로 피하다가 사라져버리고 만다. 그 외의 수염고래는 그물에 걸려 죽어야 만나는 참고래, 혹등고래 정도가 있다. 먼 과거 포획기록에는 대왕고래와 긴수염고래, 귀신고래 등도 있지만 그 기록만 봤을 뿐이다. 이런 큰 고래들이 우리바다에서 자주 보인다면 바다의 풍경은 더 멋들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실상 바다의 제왕이라고 할 수 있는 범고래는 동해에서도 서해에서도 남해에서도 보일 만큼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닌다. 커다란 등지느러미를 보이며 부상하는 모습에 카메라를 찍으면서도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흑범고래와 큰돌고래도 동해에서 발견되는데 특이하게도 이 두 종은 같이 관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까치돌고래는 두툼한 몸매로 기대되는 것과 다르게 빠르게 물을 치며 이동한다. 차가운 물을 좋아서 동해에서 겨울철에만 발견된다.

 

 

   

그림 1. 왼쪽부터 상괭이, 제주 남방큰돌고래, 동해 밍크고래

 

 

우리바다에는 어떤 고래들이 살고 있을까? 앞에서 열거한 고래들은 직접 관찰이 되기에 우리바다에 살고있다는 것이 확실하고,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의 한반도 연안 고래류 도감에는 우리바다에 약 30종의 고래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상업적 포경은 금지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대형고래류를 비롯해 소형고래류의 포획도 금지했다. 그로부터 32, 수십 년 동안 보호된 고래류는 개체수가 늘었을까? 2000년부터 시작된 분포와 개체수 추정 연구결과는 암울하다. 상괭이2005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36,000마리를 기록했지만 개체수 연구를 거듭할수록 수가 줄어들어 40% 밑으로 떨어졌고, 밍크고래는 동해, 서해 각각 많아야 천 마리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참돌고래와 낫돌고래의 개체수가 증가하는 경향도 뚜렷하지는 않다. 우리바다에서 혹등고래가 솟구처올라 바닷물을 치는 장관을 보고 싶지만 일년에 한 마리 정도 그물에 걸려죽어 올뿐 살아있는 개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잡아먹던 고래를 더 이상 안잡고 32년 동안 보호했으니 그 수가 늘어날 법한데 왜 고래는 우리바다 곁에 오지 않을까?

 

의도치 않은 생물이 그물에 걸리는 것을 혼획(Bycatch)이라고 한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의 통계집계에 따르면, 우리바다에서 매년 2,000마리가 넘는 고래류가 혼획되어 죽고 있다. 그 중의 대부분을 상괭이가 차지하고 있지만 다른 고래류도 현 개체수로 봤을 때, 위험한 수준의 혼획이 발생하고 있다. 동해에서 천 마리도 안 되는 밍크고래가 매년 80마리 가까이 혼획되거나 거의 관찰되는 않는 고래가 1년에 한 두번 혼획되어 죽는 것도 그 종의 생존에 큰 위협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혼획 이외에도 해양환경 오염과 선박과의 충돌 및 교란 등도 고래의 생존에 영향을 끼치는데, 돌고래의 위에서 쓰레기가 발견되기도 하고, 체내에서 상당한 양의 중금속이나 유기화합물이 검출되는 경우가 많다. 고래가 선박과 충돌해 상처를 입거나 심한 경우에는 죽기도하며, 선박의 소음이나 건설로 인한 강한 소음에 고래가 충격을 받거나 신체기능에 이상이 생겨 죽는 경우도 있다.

 

현재 상태가 계속되면 우리바다에서 고래류의 수는 더 줄어들 것이고 몇몇 종은 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럼 어떻게 고래의 생존을 지켜 줄 수 있을까? 앞에서 거론한 혼획이며, 오염, 선박 등 고래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요소는 모두 인간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도 인간의 손에 달린 것이다. 우리바다에서 고래에게 가장 큰 위협은 혼획이다. 미국의 경우 고래류를 많이 혼획하는 어업은 폐쇄조치를 취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있는 동북아시아에 사는 우리는 어업인과 고래가 공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그 해법 중에 하나가 그물(어구)에 고래류가 혼획되지 않도록 고안된 장치를 달거나 개량하는 것이다. 2016년에 서해에서 상괭이 혼획을 주로 유발하는 어구를 대상으로 혼획을 저감하기 위해 어구 중간에 탈출망을 부착하는 실험을 실시했는데, 탈출망을 부착한 어구에서는 상괭이가 전혀 혼획되지 않았다. 현재는 어구공학 전문가가 탈출망에 의한 어획율 변화와 어구의 형상 및 전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실험하고 있다.

 

고래가 선박이나 해양 공사에 민감한 이유는 소리가 고래의 주요 감각 수단이기 때문이다. 고래의 감각기관을 교란하는 지속적인 자극이나 수용능력 이상의 강한 자극은 고래의 신체적 활동에 장애를 초래하거나 심한 경우 신체가 손상되기도 한다. 고래가 집단으로 해안에 떠밀려와 죽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데 여러 과학자들이 이러한 사건의 원인으로 인간에 의한 강력한 수중음을 지목하기도 한다. 수중 소음이 고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고래의 음향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가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시작되었다. 고래의 소리를 녹음해 고래가 어떤 주파수의 소리를 어떤 규칙에 의해 내는지 생태적 특징을 규명해 어떤 수중 소음이 이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칠지 파악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인간이 고래에 대한 지식을 넓힐 수 있기도 하지만, 인간의 활동이 고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고래의 보존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림 2. 혼획된 범고래 조사 모습

 

 

 

박겸준 국립수산과학원 원양자원과 해양수산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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