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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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금융대학원의 개원에 부쳐
오용식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2018-11-28 11:43:07

세계적으로 해운산업은 지난 10여년 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운업의 시황을 대표하는 지수인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10년 전에 대붕괴를 경험한 이후 바닥을 치고 있으며, 컨테이너선 운임지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사이 많은 해운선사가 파산하거나 합병당했으며, 거기에는 세계적 메가 캐리어도 상당수 포함되었다. 우리나라의 해운산업 역시 그 어려움을 비켜나지 못했고, 오히려 가장 큰 난관에 부딪혀있다. 팬오션, 대한해운, 현대상선 등 유수의 국적선사들의 주인이 바뀌었으며, 가장 큰 매물이었던 한진해운은 매수자도 구하지 못하고 청산되는 불행을 겪었다. 이러한 해운업계의 대불황은 그대로 조선업계로 전가되었고, 우리 국민경제에 큰 짐덩어리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의 해운, 조선산업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우리는 그 정도의 측면에서 가혹하리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 해양산업은 왜 이런 비극을 겪어야만 하는가?

 

해운은 대표적인 시황산업이다. 시황이 좋을 때에는 매우 비효율적인 선사마저도 생존할 수 있으나, 시황이 나빠지면 아무리 효율적인 선사라도 경영이 곤란해진다는 뜻이다. 이러한 시황산업에서의 생존과 번영을 결정하는 것은 시황을 보는 안목일 것이다. , 시황의 회복과 붕괴 여부 및 그 시기를 더 정확히(또는 덜 틀리게) 예측하는 것이 키포인트이며, 이러한 예측에 근거하여 선박의 매매와 용선계약의 조정이 이루어져야한다.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선가가 높을 때 선박을 더 많이 구입했기 때문이며, 더 높은 용선료로 더 긴 용선계약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해운의 경영은 점차 금융화되어가고 있다. 시황산업이라면 언제, 어떻게 투자하고 언제,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할텐데, 그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한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잘못이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선박을 되는대로 확보해서 안전하게 운항하면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순진하게만 생각해왔다. 그것을 지금 바꾸지 않으면 언제든 작금의 참극이 되풀이될 뿐일 것이다. 리나라 해운산업의 재건은 중장기적으로 해운과 금융의 융합지식에 근거를 두어야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해양대학교에 해양금융대학원이 설립된 것은 다소 늦은 감이 들 정도로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 최초의 해양분야 금융교육은 한국해양대학교에서 시작했다. 금융연수원에서 선박금융에 초점을 둔 단기과정을 수차례 운영한 적이 있지만, 한국해양대학교에서는 20113월해사산업대학원 내에 정식 석사학위과정으로 선박금융학과(야간)를 설치하여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그 학과의 초대 학과장을 맡아 해운과 금융의 융복합적 교육과정을 구성했다. 주로 해운, 조선, 금융산업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입학생들이 서로 부족했던 지식을 채우고 산업간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그동안 1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대학원의 학위 과정에 선박금융전공을 설치한 곳은 많지 않다. 영국의 CASS Business School, Henley Business School과 그리스의 AUEB(Athens University of Economics & Business) 정도를 손꼽을 수 있으며, 아직 아시아권에서는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러한 곳의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모두 해운, 경제와 금융을 함께 가르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야간 대학원 과정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난 91, 한국해양대학교에 해양금융대학원이 개원했다. 이는 우리나라에 해양금융에 대한 교육이 본격화되었음을 의미한다. 해양금융대학원은 부산 금융중심지 정책의 일환으로 중앙정부(금융위원회)와 지방정부(부산시)가 공동으로 지원하는 글로벌 금융전문가 양성사업에 부산대(파생금융)와 한국해양대(해양금융)가 공동으로 선정되어 한국해양대학교 내에 설치되었다. 이 사업에는 국비와 시비가 4년간 총 80억원 가량 지원되며, 전액 대학원 과정의 설치, 운영과 인재양성에 소요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는 매년 15명의 대학원생을 전일제로 선발하고, 전문대학원과 유사하게 3학기, 45학점제로 운영되며, 수료생들에게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수여한다. 해양금융대학원에서는 여름과 겨울에도 특별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특히 겨울에는 그리스의 AUEB와의 협약을 통해 해운교육의 중심지인 아테네에서 한달 간의 계절학기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해양금융대학원에서는 현재 그 첫 번째 학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해운과 금융업계로부터 우수한 인재가 파견되어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고 있다. 필자는 Sea&지의 201511월호에 해운금융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하여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해운금융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과 연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해운금융대학원의 출범으로 필자의 주장이 첫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해양금융대학원에서 배출되는 인재들이 조만간 한국해운의 빛과 소금이 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용식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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