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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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과 함정
김태욱 부산대학교 교수
2018-12-18 09:46:25

초등학교 다닐 때 어깨에 힘주고 다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친구들이 있었다. 큰 덩치에 주먹깨나 쓰는 부류 아니면 체격은 왜소해도 다부지고 주머니에 짱돌 하나쯤 넣고 다닐 법한 친구가 그들이었다. 그들의 말빨은 쎘고 완력에 의한 괴롭힘을 당하는 일도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 간 관계에도 들어맞는 듯하다. 전자는 소위 강대국이고 후자는 작지만 군사력이 좀 되는 나라로 볼 수 있다. 근세 이래 해양을 제패한 나라가 세계무대에 주역으로 등장했고 글로벌 시대에 해양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교역로 보호, 국지적 분쟁 대응과 평화 유지를 목적으로 해양에서 원거리 전투력을 투사할 수 있는 해군력은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되었다.

 

해군력의 바로미터는 함정이다. 과거 구시대 거함거포의 대명사는 전함이었다. 1톤이 넘는 포탄을 수십km 날려 보내는 16인치 구경의 주포를 장착했으며 포탄과 어뢰공격에 견딜 수 있도록 요소요소에 장갑을 둘렀는데 그 철판의 두께는 무려 10~20인치에 달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함들은 명성만큼 큰 활약은 하지 못했으며 변화하는 전장 환경에 살아남지 못하고 굼뜬 공룡처럼 도태되고 말았다.

 

이후 조함 및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전투함은 비약적인 진화를 하게 된다. ‘더 민첩하고 더 은밀하고 더 강하게’를 목표로 개발된 줌왈트급 구축함은 미해군의 최신예 함정이다. 기존의 함포보다 더욱 강력해진 장사정포, 뛰어난 전자전 능력, 최첨단 스텔스 함형으로 무장한 줌왈트함은 대공 대함 대잠 대지전의 전방위 킬러다운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뭐니뭐니 해도 대양해군의 최강자는 핵추진 항공모함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와 복잡성을 지닌 함정 미해군 항모는 6000여명의 승조원과 80여대의 각종 함재기를 탑승 및 탑재한다. 10만여톤의 덩치에도 시속 55km로 달릴 수 있으며 2기의 원자로로 20년 동안 연료 공급 없이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획득비용은 차치하고 연간 운영유지비만도 수천억원이 소요되어 항공모함은 국력과 경제력의 기반이 없는 국가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이지스함과 구축함, 잠수함, 보급함 등으로 구성된 호위전력과 항모비행단을 거느리는 항모전단의 전투력은 웬만한 중소국의 전체 해공군력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항모전단을 11개나 운영하는 미국은 해양세력의 지존이다.

어둠 속에서 날아오는 펀치는 예측 못한 무방비 상태에서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무서운 법이다. 잠수함은 바로 그런 특성을 지닌 병기이다.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핵 추진 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이 따라올 수 없는 월등한 잠항능력, 은밀성과 원거리 타격 능력을 보유하므로 바다의 암살자라고 불릴 만큼 위협적인 전략무기이다.

 

 

그림1. 잠수함

 

동북아의 지정학적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해양안보와 국익 수호를 위해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의 해군력을 보유할 것인가는 경제 외교를 포함한 국가 전체 역량과 연계하여 접근해야 될 문제이며 주변국에 비해 전력이 크게 기울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에, 한국 해군은 줌왈트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얼레이버크급에 버금가는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을 자력 건조하였다. 대형 상륙함 혹은 대형 수송함으로 분류되는 독도함과 마라도함은 헬기경항모로 보는 시각도 있으며 유사시 초수평선 헬기 강습 상륙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전력이다. 이 함정 역시 독자 설계 및 건조함으로써 향후 경항모 건조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독일 HDW 기술도입 방식으로 1,200톤급 및 1,800톤급 잠수함을 건조한 경험을 바탕으로 3000톤급 중형 잠수함을 국산화 건조함으로써 한국은 잠수함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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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2. LPH6111 독도함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해양국가로 계속 성장해야 할 것이며 이에 따른 해양권익을 수호할 수 있는 강한 해군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의 국력이 더욱 융성하고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한국해군이 항공모함과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는 명실상부한 대양해군이 되어 해양강국으로 가는 길을 지켜주길 바란다.

 

 

 

 

 

 

 

김태욱 부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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