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특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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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와 그 형제들
이근우 부경대학교 교수
2018-12-26 16:32:04

바다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살고 있지만, 이를 수산물로 인식하고 식용으로 삼는 대상은 그렇게 많지 않다. 또 먹기는 하지만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누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문어를 들 수 있다. 먼저 문어는 전혀 먹지 않은 지역이 많다.

 

영국에서는 악마의 물고기라고 불리고, 바다의 괴물 클라켄 신화가 문어에서 나왔다. 인도를 비롯하여, 지중해 연안을 제외한 아프리카에서 전혀 먹지 않는다. 이처럼 한 대륙 전체가 먹지 않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유럽에서는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프랑스의 남부 일부에서는 문어를 먹지만, 알프스 이북의 대부분 나라는 먹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독일, 영국, 스위스, 프랑스의 대부분 지역을 들 수 있다.

 

종교적으로 보면, 유대교에서는 문어와 같은 연체동물이 금기의 대상이다. 이슬람권 중에서는 몰디브, 튀니지, 터키에서는 문어를 먹는다. 그리스정교회에서는 사순절 등에 육식을 금하지만, 문어오징어조개류는 허용되므로, 이를 사용한 전통요리가 발달하게 되었다. 다리가 여덟 개 달려서 학명이 Octopus인 문어는 유럽, 아프리카, 인도에서 별로 인기가 없는 것이 분명하다.

 

동아시아로 오면 어떨까? 하늘을 나는 것 중에는 비행기, 바다 속을 다니는 것 중에는 잠수함, 네 발 달린 것 중에는 책상만 먹지 않는다는 중국조차도, 놀랍게도 문어를 이용한 중화요리가 없다. 우리나라 중국집에서도 문어요리를 먹어본 적이 없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베트남 역시 수출하기 위해서 잡을 뿐이고 먹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또 우리나라와 일본이다

 

일본은 문어(Octopus vulgaris, 왜문어)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먹는다. 대표적으로는 초밥의 소재로 삶은 문어를 쓰기도 하고, 회로도 먹으며, ‘스다코라고 하는 식초에 저린 문어가 술집에서 기본안주로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타코야키라고 불리는 일본식 풀빵에도 문어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일본에서는 문어의 인기가 나쁘지 않다. 그래서인지 일본에는 문어를 모시는 신사도 있고, 문어로 변하여 사람을 바다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문어요괴도 있으며, 큰 문어를 타고 지장보살이 나타나 함락 직전의 성을 구했다는 문어 지장보살, 어머니의 병을 구하기 위하여 승려가 계율을 어기고 문어를 사왔다는데 그 문어가 빛을 발하여 병을 치료하였다는 문어 약사보살 이야기도 전한다. 또 머리숱이 적은 사람을 문어에 비유하는 것도 우리와 비슷하다.

 

낙지 역시 문어과에 속한다. 학명은 Octopus minor로 작은 문어라는 뜻이다. 일본에서도 팔이 긴 문어라고 부른다. 이 또한 일본에서 삶아서 잘라 먹기도 하고 간장 등으로 조리해서 먹기도 한다.

 

문어의 가장 작은 종류로 주꾸미(Octopus ocellatus)가 있다. 몸통 쪽의 다리에 붙은 빨판이 크고 뚜렷한 것이 특징이며, 주꾸미의 알이 마치 밥알처럼 생겼고 식감도 비슷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밥알 문어라고 한다. 문어를 먹지 않는 지역에서 쭈꾸미를 먹을 까닭이 없지만, 쭈꾸미 자체가 우리나라 동해 연안, 남해, 황해 및 중국 연안에 이르는 동아시아의 얕은 바다에만 주로 서식하는 귀한 몸이다. 일본에서도 흔하지는 않지만 오뎅이라는 요리의 재료로 주꾸미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문어과 속하는 해산물을 일본도 우리처럼 먹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처럼 즐겨 먹지는 않는다. 또한 우리처럼 자세히 나누지도 않는다.

 

 「자산어보」에서 이미 문어(章魚), 낙지(石距), 주꾸미(蹲魚)로 나누었다. 문어류를 먹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일본에서는 타코라는 이름을 기본으로 일반적인 왜문어는 참문어’, 낙지는 팔 긴 문어’, 주꾸미는 밥알 문어와 같이 부르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일본에서는 문어낙지주꾸미를 같은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세 가지를 분명하게 구별하고 있다. 정약전은 낙지가 모양은 문어를 닮았으나, 다리가 더 길다고 하였다. 실제로 낙지는 다리의 길이가 몸통보다 5배 정도 길다. 또 문어는 바위틈에 웅크리고 있으나, 낙지는 진흙탕 구멍 속에 들어 있다고 하였다. 주꾸미에 대해서도 모양은 문어를 닮았으나, 다리가 더 짧아서 문어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닮았다고 해서 같은 이름으로 부른 게 아니라, 각각 다른 이름을 마련해 주었다.

 

맛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어는 맛은 달며 전복과 비슷하여 회로도 좋고 말려 먹어도 좋다고 하였다. 또한, 죽이나 포로 먹을 수 있으며, 사람의 원기를 더한다고 하였다.

또한 흔히 기운이 떨어진 소에게 낙지 몇 마리를 먹이면 곧 체력을 회복한다는 말도 「자산어보」에 실려 있다. 그런데 일본의 「화한삼재도회」라는 책에서는 문어를 생강과 식초로 버무려 먹는데, 그 맛이 해파리와 같다고 하였다. 또한 다리는 맛이 짙고 좋지만, 전복보다 단단하여 늙은 사람은 먹을 수가 없다고 하였다. 상당히 부정적인 평가가 아닐까? 문어의 깊은 맛을 해파리의 담백한 맛과 같다고 하다니.

 

우리나라 사람 중에 문어와 낙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 것이다. 더군다나 대부분 둘 다 먹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 우리에게 문어는 낙지와 닮거나 비슷한 존재가 아니라, 전혀 격이 다른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문어는 제사상에 올라가지만, 낙지를 제사상에 올리는 경우는 드물다. 문어를 통째로 삶아서 그대로 제사상에 올리거나, 말린 문어의 다리를 정성껏 가위로 잘라 예쁜 모양을 만들어 올리기도 . 제사를 지내고 나면, 가위로 잘라야 잘리는 그 질긴 문어를 꼭꼭 씹어 먹으면서 문어의 깊은 맛을 느낀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처럼 문어류를 먹는 일본은 문어와 낙지를 크게 구별하지 않았다. 또한 문어를 말려서 먹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문어를 특별하게 취급한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해답은 그 이름에 찾을 수 있다. 「자산어보」에서는 문어(文魚)라는 말 대신 장어(章魚)라고 하였는데, 문어나 장어나 모두 글과 문장을 뜻한다. 문어는 몸통 속에 먹물이 들어있는데, 글씨를 쓸 때 붓으로 찍어 쓰는 먹물과 같다고 본 것이다. 원래 비늘이 없는 생선은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다. 그런데 문어는 비늘이 없으면서도 머리에 먹물이 들어있었던 덕에 제사상에 올라갈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이다. 그 이름도 격식을 갖추어 어()가 붙었다.

 

이렇게 세계 대다수의 사람이 멀리 하고 두려워하는 문어를 머리에 먹물 꽤나 든 똑똑한존재로 인식하고, 문어장어라는 특별한 이름을 붙여 주었다. 문어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받지 못한 대접을 우리나라에서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문어는 연체동물 중에서 가장 지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어보다 다리가 몇 배 길다는 낙지는 산낙지 요리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래서 위키피디아에도 ‘San-nakji’라는 이름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요리로 올라가 있다(https://en.wikipedia.org/wiki/San-nakji). 주꾸미 역시 매콤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의 주꾸미 볶음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는 문어낙지주꾸미의 개성 넘치는 3형제가 나란히 오래도록 사랑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림1. 낙지                                        그림2. 문어                            그림3. 주꾸미

 


이근우 부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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