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특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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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선을 타고 세계 일주도 가능
구경모 동의대학교 교수
2019-01-28 10:26:27

화물선 여행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선사는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지만, 세계에는 아직도 많은 선사들이 화물선에 여객을 승선시키는 특이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년 3,000명이 넘는 승객이 화물선으로 평범하지 않은 여행을 한다. 연간 250척의 화물선(컨테이너선 포함)이 승객용 침대와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 배들 중 절반 이상이 프랑스 또는 독일 국적 선사이다. 정식 화물선(일반 벌크선이나 컨테이너선)은 국제법 규정에 따라 12인까지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이처럼 일부 선사들이 화물선에 승객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 이유는 장기간 항해 동안 승조원이 사회적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근무 심리 상태를 양호하게 하려는 선사 경영자의 인간적 배려 때문이라니 놀랍기도 하다.

 

오늘날 컨테이너선은 비용절감과 화주에 대한 물류서비스 향상을 위해 다수의 항차, 정기적 운항을 강화하고 있으며 정시 출항과 기항을 경쟁력 우위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컨테이너선의 승객 서비스는 정기성과 정시성을 전제로 마케팅이 이뤄진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벌크선의 경우는 부정기 운항특성 상 정기적 운항을 기대할 수 없고, 여행자가 어렵게 배편을 구하더라도 사전에 약속한 출항 일정이 화주 사정으로 변경되기도 할 뿐더러 기항지 변경이나 도착 일정의 변동은 다반사라고 봐야 한다. 현실적으로 화물선 여행을 고려한다면 컨테이너선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림1. 컨테이너 선 

 

요즘처럼 항속과 정시성이 중요한 시대에는 항공기 여행이 대세이다. 하지만 이동하는 동안의 여정과 오락을 즐기고 싶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돈과 시간의 여유가 충분히 있다면 선상에서 느끼는 비일상적인 여유와 각종 편의와 프로그램으로 가득한 크루즈 여행은 말 그대로 모두가 갈망하는 꿈의 여행이다. 그런데, 신속성도 정시성도 하물며 재미라고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화물선을 이용한 여행을 선택하는 것이 오늘날 가능할까? 어떤 이유로 화물선에 동선하여 승조원의 생활을 체험하고, 그들의 작업과 수송 과정을 경험한다는 이유로서의 여행이라면 모르겠다. 말 그대로 화물선의 불편함을 인내할 준비와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화물선 여행자의 직업을 조사한 결과, 컨테이너선의 수송과정을 연수하는 수습사원이나 해상운송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 창작과 연구를 위해 외부와 일시적 단절이 필요한 작가나 연구자, 이삿짐과 함께 움직이는 단신 이민자 등 일반 여행자와는 매우 다르다고 한다. 그래도 시간에 쫓겨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누구나 한 번쯤 꿈꾸었던 여행이지 않을까? 이국적 항만에서 거대한 컨테이너를 실고 내리는 광경을 홀린 듯이 한 없이 지켜보기도 하고, 항만 도시의 뒷골목을 배회하며 낯선 이국 문화를 만끽하기도 하고, 일상에서 벗어난 시공 속에서 천천히 나를 뒤돌아보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말이다.

 

화물선 여행 서비스의 제공 선사는 긴 여행 시간과 화물선의 환경으로 인한 건강이상을 염려하여, 승선 대상을 65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으며 건강진단서 제출을 필수 조건으로 한다. 화물선 여행에서는 보통 침실과 작은 거실, 세면대와 화장실이 달린 2인용 방을 배정받는다.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 달의 시간을 유의미하게 보내기 위해서 꼭 읽을거리가 필요하다. 일부 선사는 승조원을 위한 작은 도서관, 탁구대, TV가 있는 라운지, 사우나 시설 등도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어 여행객도 이를 이용할 수 있다. 여행기간 동안, 동승 여행자들은 화물선 승조원과 같이 생활하면서 다양한 인간적 교류와 흥미로운 선상생활을 즐길 수도 있다. 대부분의 이동 시간을 해상에서 보내는 이유로 최근에는 승객용 방은 보다 큰 창을 설치하고 쾌적한 라운지, 세심한 오락거리를 마련하는 배려도 기울인다고 한다. 하지만 여행자가 초심으로 돌아가 보면, 원래 단조롭고 완전히 자신만의 시간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세일즈 소구점이라 생각된다.

 

 

그림2. 컨테이너선의 승객실
 

이제 화물선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여행 가격과 준비물을 알아보자. 통상 크루즈 서비스의 가격은 1200~400$ 이라고 한다. 화물선 여행 가격은 1일 최소 75~150$ 이므로 크루즈 가격의 1/3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2주일간의 항해가 예상되는 경우 1,050~2,100$(웨이터와 캐빈스튜어드의 팁 1~2$/일 불포함) 이다. 저렴한 가격도 가격이지만 워낙 서비스 제공기회가 적어 예약은 반드시 여행 예정일의 1년 전에 잡아야 한다. 준비물로는 비상약, 세면도구, 자외선차단 크림, 헤어드라이어기, 세탁세제, 그리고 반드시 전압변환코드, 기항지 관광에 따른 현지 비자발급용 증명사진도 필요하다. 특히 시간이 많아 세계일주 화물선 여행을 계획한다면 호주 여행대리점을 통하여 호주, 아시아 주요항(동경, 상하이, 싱가포르), 유럽 주요항(암스텔담), 미국 동안 주요항(뉴욕, 뉴저지)을 기항하는 컨테이너선을 예약하기를 권한다. 소요기간은 45일 이상이다. 지중해, 북유럽 연안, 유럽~아시아, 유럽~북미의 여행을 계획한다면 스트랜드트레블(Strandtravelltd.co.uk) 사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구경모 동의대학교 유통물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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