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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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바다의 숨겨진 보석, 무인도서
정지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2019-05-31 17:36:27

바다에 이리저리 떠 있는 섬은 한적하다. 섬 중에서도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은 한적함을 넘어 적막하고 외롭게까지 느껴진다.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은 겉으로 적막하고 외롭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에게 섬은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훌쩍 떠나고 싶은 곳이기도 하고 예술가에게는 창작을 자극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일반인이 편하게 부르는 이란 명칭은 법률, 계획 등 정책 영역에서는 대부분 도서(島嶼)’로 사용된다. 예를 들면, ‘무인도서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도서개발 촉진법’,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 보전에 관한 특별법등 법률명에서 이 아닌 도서가 쓰이고 있다. 도서(島嶼)는 큰 섬을 말하는 ()’와 작은 섬을 말하는 ()’로 이루어지는데, 도서는 섬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인간미를 전달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정책 영역에서도 도서보다는 일반인이 편하게 부르는 을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에는 3,300여개가 넘는 도서가 분포한다. 이 중에서 무인도서는 2,800여개(해양수산부는 우리나라 무인도서 수를 2,878개로 발표)이고 육상 면적은 약 77에 해당한다. 무인도서 면적이 다소 작게 느껴질지 몰라도 무인도서의 가치는 육상 면적에 국한되지 않는다. 넓은 바다에 흩어져 분포하는 무인도서는 우리 바다를 지키는 파수꾼과 같고 생태적으로, 경관적으로, 관광적으로, 경제적으로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우선 무인도서는 해양영토 수호에서 중요한 공간이다. ‘영해 및 접속수역법에 따라 영해 범위를 설정하는 직선기점 23개 중 13개가 무인도서에 있다. 무인도서는 우리나라 최외곽에서 우리의 영해를 굳건히 수호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무인도서의 해양영토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무인도서에 영구시설물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구시설물은 기상, 염분, 해수면 등 해양정보도 수집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무인도서는 방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생태적으로 보전이 잘 되어 있다. 무인도서 육상과 주변 바다에서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은 생물이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16년과 2017년 연속으로 전남 무인도서에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야생에서 절멸 위기에 처한 위급종(CR·Critically Endangered)으로 분류한 뿔제비갈매기가 발견되었다(환경부 보도자료). 뿔제비갈매기는  지구상에 개체수가 100마리 미만으로 남아있어 보전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2017년에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 무인도서 주변 바다에서 멸종위기 2급인 유착나무 돌산호가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기도 하였다(국립공원관리공단 보도자료). 물론 모든 무인도서와 주변 바다가 생태적으로 우수하지는 않겠지만 오랫동안 사람의 간섭이 없어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은 생물이나 서식지가 잘 보전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무인도서는 바다와 어울리면서 매우 아름다운 경관미를 드러낸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다면 무인도서는 바다라는 캔버스를 배경으로 흩뿌려진 예술 작품처럼 보인다. 특히,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한려해상국립공원에 분포하는 무인도서의 경관적 가치는 매우 높다. 개인적으로 여러 도서가 바다와 어울리는 경관에 반해 무인도서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아무도 없는 무인도서에서 모든 걸 잊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무인도서가 주는 고요함 자체가 매력적인 관광자원이면서 덧붙여 아름다운 해변, 깨끗한 바다, 조각품과 같은 암석 등은 관광지로써 무인도서의 가치를 높여준다. 접근 쉽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무인도서를 방문하고, 다양한 TV 프로그램이 무인도서에서 촬영되기도 하였다. 해양수산부는 2017년부터 매달 이 달의 무인도서리스트

(http://uii.mof.go.kr/UII/INTRO/index.html) 를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숨겨진 보석과 같은 무인도서를 직접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현재 무인도서를 방문하고 즐기는 콘텐츠는 낚시, 단순 경관감상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일본에서는 무인도서를 활용한 프로그램이 인기다. 대표적으로 12일 동안 무인도서에서 열리는 야외영화제 프로그램인 ‘MUJINTO cinema CAMP’가 있다. MUJINTO cinema CAMP에서는 주로 영화감상을 하지만 아울러 뮤지션의 음악공연, 수영, 낚시와 같은 해양레저 체험도 즐길 수 있다. 2017년에는 와카야마현(和歌山県) 지노시마() 한 곳에서 열렸으나 2018년에는 와카야마현(和歌山県) 지노시마(), 나가사키현(長崎県) 다시마(田島) 2곳에서 열렸다. 참가인원은 대략 200-300명 수준이다. MUJINTO cinema CAMP를 운영하는 주체는 비영리법인인 무인도·이도활용협회(無人島離島活用協会)이다. 무인도·이도활용협회는 시네마 캠프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학교, 기업과 같은 단체를 위한 프로그램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내륙이긴 하지만 가평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 유명하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표를 구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

 

접근하기가 불편해도 프로그램이 재미만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것이다. 우리나라 무인도서 중에도 육지에서 멀지 않으면서 면적이 넓어 MUJINTO cinema CAMP나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같은 흥미롭고 재밌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곳이 많다. 그 대상지로 당장은 과거 유인도서였던 무인도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유인도서였던 무인도서는 식수, 전기, 선박 접안시설 등과 같은 기반시설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평지가 있어 다양한 활동을 하거나 숙박도 비교적 쉽다. MUJINTO cinema CAMP와 같은 시네마 프로그램도 좋고 음악, 미술, 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가치를 지닌 무인도서는 무인도서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무인도서법)에 따라 해양수산부가 주관하고 있다. 무인도서법(2007년 제정, 20082월 시행)은 무인도서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세계적으로 흔치 않는 입법 사례이다. 그 만큼 우리나라 바다에서 무인도서의 가치를 높게 인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인도서법에 따른 주요 정책으로는 무인도서 실태조사를 통한 기초 현황 파악, 무인도서종합관리계획 수립을 통한 종합적·체계적 관리, 무인도서 관리유형 지정을 통한 통합적·계획적 공간관리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환경부는 특정도서 지정과 관리,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해상국립공원 내 무인도서를 관리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주로 관할구역 내 무인도서에 대한 이용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나가사키현(長崎県) 다시마(田島) 전경(왼쪽), 시네마캠프 모습(오른쪽)

(자료 : https://tashima-nagasaki.com/mujintocinemacamp/)

 

 

바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무인도서에 특히 관심이 있는 사람은 적지만 우리에게는 소중한 공간이다. 무인도서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서는 무인도서가 우리에게 주는 다양한 즐거움을 직접 체험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학생, 어린이 등 미래세대가 무인도서의 가치를 직접 체험해야만 보전의 필요성도 알게 될 것이다. 이제는 무인도서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할 때가 되었다.

 

 

 

정지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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