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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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대발생Ⅰ - 대발생 증가 원인은 무엇일까?
채진호 해양환경연구소 소장
2019-05-31 18:02:50

현존하는 동물 가운데 지구에 가장 먼저 출현한 것은 해면동물과 해파리 가운데 어느 것일까? 생물학자들이 오랫동안 해 온 이 질문에, 상당 기간 자료를 모아 연구한 끝에 해파리라고 답한 논문이 최근 출판되었다(Shen et al. 2017). 해파리는 몸이 부드러워 화석 기록이 몇 되지 않는다. 그 가운데 유타(Utah)에서 발견된 것이, 현생하고 있는 해파리와 비슷한 형태를 갖춘 가장 오래된 화석인데, 선캄브리아기 말 즈음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해파리는 적어도 5억 년 이상 긴 시간 동안, 그 사이에 일어났던 수차례, 또는 수십 차례의 집단멸종(대멸종, mass extinctions)을 견뎌내고, 지금은 전 지구의 바다에 널리 분포하는데 성공한 동물인 셈이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해파리가 출현 초창기 무렵부터 이미 갖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놀라운 변신 능력 때문이었다(Gold et al. 2019).

 

 

그림1. 보름달물해파리 한살이 모식도 (이해를 돕기위해 https://www.oist.jp/news-center/photos/life-cycle-moon-jellyfish에 그림과 설명을 더함)

*1 한달 동안 똑 같은 폴립을 250마리까지 복제할 수 있음. *2 하나의 스트로빌라에서 10 - 20 여 마리의 에피라가 떨어져 나가고, 맨 밑의 폴립은 다시 복제를 반복

 

 

해파리는 대체로 암수딴몸이라서, 수정란을 만들고 아주 작은 플라뉼라(planula) 유생이 될 때까지 몸 안에서 자라게 한다(그림 1). 어미의 몸 밖으로 태어난 수천 - 수십억 마리의 플라뉼라 유생은 잠깐 헤엄치다가 단단한 장소를 만나면 그곳에 달라붙으면서 폴립(polyp)으로 변신한다(생물학에서는 변태, metamorphosis라고 한다, 그림 1, 2A). 0.2 mm에서 2 mm 정도로 작은 이 해파리 폴립은 이번에는 암수 구분 없이 개체를 복제하는 방식으로(budding이라는 일종의 무성생식 방법), 개체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나간다. 적당한 계절이 오면, 이번에는 접시를 쌓는 것 같이 무성생식을 거듭하면서 다시 변신한다(스트로빌라, strobila, 그림 1, 2B). 10 20 마리 남짓한 개체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스트로빌라는 곧 또 다시 에피라(ephyra)로 변신하면서 각각 떨어져나가, 헤엄치며 자유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아직 1 2 mm 밖에 안 되는 이 에피라는 또 다시 변신해가며 우리가 흔히 보는 메두사(medusa) 성체로 성장하는데, 그 성장 속도가 놀랍도록 빠르다. 1 mm도 안 되는 노무라입깃해파리 폴립이, 변신을 거듭하며 수개월 만에 지름 1 m100 kg이 넘는 거구로 자라나서는 몰려다니며 그물에 들어가 어민들에게 마구 피해를 입히는 것을 생각해보면 꽤 으스스해지기까지 한다. 한편, 스트로빌라에서 에피라들이 떨어져나가고 맨 마지막에 남아있던 폴립은, 붙어있던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적어도 수년 이상 생존한다. 그러면서 복제를 거듭하고, 메두사로 성장할 에피라 유생 만들기를 무던히 반복한다. 그러니까 해파리는 부착 생활하는 폴립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메두사로 변태할 수 있는 능력을 아낌없이 발휘하여 개체수를 늘리면서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게끔 애초부터 잘 디자인된 동물인 셈이다.

 

그림2. 보름달물해파리 폴립(A)과 스트로빌라(B). 충남 당진과 시화호에서 촬영

 

해파리의 한살이는 실제 더 복잡하기도 한데, 재미있는 것은 해파리가 나이 들어가는 순서를 다소 조절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나이를 먹어가다가 다시 젊어지거나 아주 어린 시절로 되돌아갈 수도 있는가하면, 심지어는 거의 죽어가다가 갑자기 어린 개체를 새로 만들어내기까지도 한다. 방해하지만 않으면, 이론적으로 영원히 죽지 않을 수도 있는 불멸의 해파리 (immortal jellyfish)’ Turritopsis dohrnii(작은보호탑해파리)가 그 전형적 예이다(그림 3).

 

그림 3. 불멸의 해파리, 작은보호탑해파리(Turritopsis dohrnii). 전남 탄도만에서 촬영

 

어쨌든 이렇게 개체수를 빠르게 늘릴 수 있거나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생식 특성 때문에 해파리는 종종 대발생하기도 한다(blooms). 그렇더라도 해파리는 최근까지 바다에서 어류와 유사한 생태적 지위를 유지해가며, 다른 생물을 잡아먹거나, 반대로 먹이가 되면서, 또는 아예 서식처 역할까지 내주면서, 균형 잡힌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온 듯하다(Hays et al. 2018). , 해파리가 애초부터 놀라운 생식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른 생물들이 해파리를 이용하면서 해파리가 무한히 증가하는 것을 적당히 눌러 생태계 균형은 유지되어 왔을 것이다.

 

그런데 수십 년 전부터 해파리 대발생 빈도와 규모가 증가하는 현상이 전 세계 바다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대발생한 해파리가 발전소 냉각수 취구설비를 막아 발전을 정지해야하는 사고가 전 세계 여러 해안에서 급증한 것이 눈에 띠는 증거이다. 생물학자들에 비해 해파리에 관심이 다소 없는 편이었던 해양 과학자들은, 전 지구적 해파리 증가가, 인간 활동 때문에 변해가는 해양환경에 생태계가 반응하는 대표적 현상이라고 추측하면서 매우 흥미를 갖기 시작하였다. 늦게나마 해파리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과학자들은 부지런히 자료를 모으고 실험하면서 해파리 대발생 증가 원인에 대한 몇 가지 가설을 제안하였다. 해파리와 생태적 지위가 비슷한 어류를 남획한 것, 기후변화 때문에 겨울나기와 생식이 가능한 위도범위가 넓어진 것, 부영영화 때문에 더 풍부해진 먹이, 인공구조물 건설과 해안선 변경 때문에 훨씬 넓어진 폴립 유생 서식처 등이 해파리 증가 원인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가설들이다(Purcell et al. 2007). 더욱이 해파리가 한번 우점하기 시작하면, 해파리가 주변 생태계에 미치는 큰 영향때문에, 그 생태계가 어류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생물들보다 오로지 해파리에게만 더 유리한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설도 내놓았다. 그러면, 그 생태계는 거듭 해파리가 더욱 우점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Gershwin 2013). 과학 칼럼들은, 해파리를 뜻하는 영어의 jellyfish로부터, 해파리로 가득할지도 모르는 미래 해양을 젤리처럼 될 미래 해양(jellification of the future ocean)’이라고 종종 표현하였다.

 

그림 4.  경남 자란만에서 대발생한 보름달물해파리

 

우리나라 바다에서도 해파리 대발생 빈도와 규모가 증가하는 세계적 현상은 피해가지 않았다. 특히 보름달물해파리는 가장 흔히 볼 수 있으며, 대발생하면서 발전소 취수구를 막아 발전을 정지하게하거나, 어민들 그물에 걸려 조업을 방해하는 등, 가장 피해를 많이 주는 해파리이다(그림 4). 이 해파리 대발생이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빈번해진 원인을 밝히고 방안을 찾기 위해 필자를 포함한 우리나라 과학자 몇몇은 폴립의 서식처를 현장에 더 집중하여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현재 우리나라 바다의 환경이, 위에 이야기한, 해파리 폴립이 해낼 수 있는 개체수 늘리기 능력을 어떻게 뒷받침해주고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으면 해파리 대발생 원인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년 간 우리나라 전 연안 가운데 약 1,500 군데에서 수중조사를 한 결과, 수천만 마리에서 수십억 마리에 이르는 중요한 폴립 개체군을 약 500 여 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 가운데 오직 한 군데만을 제외하면 해파리 폴립 서식처는 모두 인공구조물이라는 점이다. 폴립은 부착생활을 위해 단단한 서식처 조건이 필요한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대부분 입이 밑으로 향하고, 촉수를 아래로 늘어뜨리도록 거꾸로 붙어 생활한다. 폴립은 우리나라에서 서해안과 남해안에 많이 분포하는데, 그 자연해안은 주로 부드러운 갯벌이나 모래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폴립이 분포하기에 알맞지 않다. 더구나 폴립이 거꾸로 매달리는 것처럼 붙을 수 있도록 아랫면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서식처 조건은, 단단하더라도 자연의 암반에서는 찾기 힘든 조건이다. 반면에 해안에 설치한 인공구조물 가운데 가로방향으로 난 수중 기둥, 선박의 접안이나 양식장 시설로 쓰이는 바지선, 방조제 사석(바닷물 속에 가라앉힌 암석), 항구 벽면의 틈새나 엇갈린 부분 등은 바다 속에서 해파리 폴립이 거꾸로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결국 해파리 대발생 원인 가설 가운데 인공구조물 증가설을 가장 강력하게 증명할 수 있는 결과가 우리나라 보름달물해파리 폴립 분포 연구에서 탄생한 셈이다. 이제 원인을 알게 되었으니, 해결 방법을 찾아 해파리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 이야기는 해파리 대발생에서 다루기로 한다.

 

 

 

 

채진호

해양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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