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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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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해조류, 미역의 변신 어디까지 인가?

백은영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2019-06-25 16:59:50

미역은 우리나라에서 산후조리생일로 연계될 만큼 매우 친숙한 국민식품이다. 이러한 식습관은 과거 당나라로 거슬러 올라가 <초학기>에 기록되어 있는데, 고래가 새끼를 낳고 입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미역을 뜯어먹는 것을 보고 고려인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게 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세종실록에 따르면 고려시대 왕자가 태어날 때 3가지를 상납하게 했는데, 이 중 하나가 미역 채취가 가능한 미역이 나는 해안()’이었다. 이 만큼 미역은 오래전부터 우리 식문화에 빠지지 않는 특별한 음식으로 대접받아 왔다.


 

미역에는 40여 종의 영양소(미네랄, DHA, 리놀산, 섬유소, 비타민)가 함유되어 있다. 특히 쌀의 200, 시금치의 25, 우유의 13배나 되는 칼슘 함량으로 인해 출산으로 손실된 산모의 기력 보충에는 제격이다. 이러한 연유에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산모에게 3주간 의무적으로 미역국을 섭취하는 식문화가 이어져오고 있다.

 

이처럼 귀하게 대접 받아온 미역이 대중화된 것은 바로 양식업의 발전 덕분이다. 그렇다면 과연 미역 양식의 발상지는 어디일까? 대부분이 미역 식문화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쯤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다름 아닌 중국으로 1932년부터 미역 양식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중국의 경우 다시마와 달리 미역 식문화가 전혀 형성되지 않아, 소비와 생산은 크게 확대되지 못한 채 1938년 일본으로 미역 양식이 전파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 후반 인공종묘 생산과 연승수하식 양식기술 개발을 통해 미역의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양산 체제를 갖춤으로써 1970~1980년대에는 일본수출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 외화획득은 물론 수출 효자 상품으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1980년대 후반부터 수출부진, 과잉생산, 가격하락, 인건비 상승 등으로 미역산업이 위기를 맞게 되었다. 특히 1990년대에는 일본수출 시장에서 중국산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면서 국내의 미역시장은 구조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완도지역에는 200여개가 넘는 미역가공업체가 분포하고 있었으나, 1990년 후반 1/10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미역산업이 침체기를 맞게 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전복양식과 함께 전복 먹이로 미역이 사용되면서 다시 재조명되었다. 2018년 미역 생산량은 역대 최대치인 623,000톤으로,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83,000톤은 전복 먹이용이다. 이와 같이 미역을 생명의 해조류라 명명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사람뿐만 아니라 전복까지 이전보다 훨씬 많은 수요층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러한 미역의 변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최근 시시각각으로 변화는 소비트랜드에 맞물려 식()의 외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식 중심의 미역 소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대세에 편승해 외식 프랜차이즈인 미역국 전문점이 눈이 띄게 늘고 있다. 과거 미역국은 밥과 함께 먹는 부식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메인 디쉬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역국 전문점의 정찬가격이 평균 1만 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지만 식사시간에는 이를 먹기 위한 소비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는 전복 혹은 가자미 등을 넣어 맛을 달리한 향토 음식인 미역국이 소비저변을 확대하고 있다는 증거의 하나일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작년 9월 처음 출시된 쇠고기 미역국 라면이다. 기존 라면스프에 첨가된 미역의 5~8배 많은 4g를 넣어 만든 말 그대로 미역국+라면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미역국 라면에 사용되는 월평균 미역은 약 20톤으로, 연간 사용량을 원초로 환산할 경우 연간 6,000톤 남짓 된다고 한다. 당초 미역국 라면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개발되었으나, 의외로 청소년층에서 높은 호응을 얻어 내면서 SNS와 유튜브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었다. 가격이 기존 라면보다 다소 비싸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찾는 기호식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러한 차별화는 또 다른 미역국 컵면출시와 수출(동남아시아, 미국 등)까지 소비 확대의 계기 마련에 기여했다.

 

미역이 일반 식재료임에도 이처럼 외식업계에서 인기몰이가 가능했던 점은 바로 건강이라는 아이콘 때문일 것이다. 이는 소비자 설문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역을 선호하는 이유가 50% 이상에서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이는 미역이 보다 건강을 위해 섭취되는 식품임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미역에는 섬유질인 알긴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이들이 물에 녹으면 작은 알갱이로 분해되어 몸속에 있는 콜레스테롤과 발암물질 등을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소련의 체르노빌 방사능 사고에도 미역이 방사선 치료제로 사용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미역을 폐수 속 중금속 제거에 이용하곤 한다. 또한 미역은 뭉친 사람의 기를 치료하는데 효과적이며, 이뇨작용을 수월하게 도와 몸을 맑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자연 정화에도 한 몫 한다고 알려져 있다.

 

 

미역은 줄기뿐만 아니라 항암효과와 다이어트에 좋은 미역귀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버릴 것 없어 우리에게 매우 유용한 해조류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앞으로 미역의 변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현대사회에서도 신토불이 미역이 꾸준히 사랑받고 소비될 수 있도록 효능과 가치를 널리 알리는 일 또한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백은영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