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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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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선박’에서 ‘깨끗한 선박’으로

서종수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비상임이사

2019-08-30 13:45:53

  2000년대 중반 약 600억원에 달하는 수출용 대형 유조선의 인도 시점을 불과 1주일 앞두고 담당자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연구소로 날아왔다. “지금 속도 시운전을 하고 있는데, 선내 휴게실에 비치된 TV를 밧줄로 묶어 놓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엄청난 진동이 발생하여 시운전이 중단되었다라는 내용이었다.

 

   우리들은 일상생활에서 이용하는 세탁기, 청소기 등과 같은 가전제품 또는 자동차나 항공기 등과 같은 운송수단에서 떨림현상을 경험하곤 한다. 이를 일반적으로 진동이라고 하며, 기계 부품에서의 에너지 발산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한편, 선박의 진동은 선박 내 다수의 기계 부품의 진동과 선박 외부를 둘러싼 유체와 선박의 프로펠러 간의 상호작용으로 발생되는 캐비테이션(Cavitation)’이라는 현상으로 발생한다.

 

그림 1.  원유 운반선 (115K DWT)의 인도전 시운전 모습

(선박은 길이 239m, 43.8m 그리고 흘수 즉, 물에 잠긴 깊이 13.6m의 규모)

 

 

  자동차나 항공기와는 달리 선박은 수면 위의 공기와 수면 아래의 이라는 이종(異種) 유체를 따라 이동하는 운송수단이다. 이러한 선박이 물에 잠긴 부분 즉, 수면 하부 외부구조(선체)를 따라 흐르는 물의 흐름(유동)과 선박의 후미 수면 근처에 위치한 추진 장치인 프로펠러회전 운동의 상호 작용으로 섭씨 100도 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도 해수가 끓게 되는 캐비테이션현상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끓는 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기방울이 생성과 붕괴를 거듭하면서 강한 변동 압력파(Pressure Pulse)를 만들어 낸다.

 

 

그림2. 선박의 진동을 유발하는 프로펠러 캐비테이션 생성 개념도

(출처 : “Propeller cavitation induced hull pressure reduction by air bubble layer”, SNAME Annual Meeting, 6~8 November 2013, USA Bellevue WA)

 

 

  대부분의 경우는 이러한 캐비테이션에 의한 압력파의 규모가 물속에서 스스로 저감되거나 선체로 전달되는 양이 적어서 진동의 수준이 허용 가능한 범위에 들곤 하였다. 그러나 오늘 시운전을 하고 있는 비싼 선박은 그냥 넘어가기에는 문제의 심각성도 크고 의문점도 많이 생기는 상황이었다. 이토록 비정상적인 선체 진동을 유발하는 원인을 최대한 짧은 시간에 밝혀서 해결책을 제시하여야 했다. 따라서 진동수준을 정상으로 해결하기 위해 거제조선소에서 싱가포르로 항해하는 유조선에 승선하여 이제껏 해보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측정을 시도하기로 하였다.

 

   유조선 후미부에 위치한 깊고 어두운 선미 탱크는 일반 건물 3층 이상의 높이를 가진다. 헤드 랜턴 하나에 의지하여 성인의 어깨 폭에 불과한 좁고 미끄러운 통로를 한참 내려가면 선미 탱크에 다다른다. 보이지는 않지만 선체 바깥은 이미 수심 10미터 이상의 깊이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하는 생생한 소음을 단번에 체감할 수가 있었다.

 

   일반적인 선박의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캐비테이션 변동압력은 3~4kPa 정도이며, 이의 물리적 의미는 1제곱미터 면적의 철판에 약 400kg 무게의 해머로 강하게 내려치는 힘이다. 하여튼 이 정도의 압력파가 프로펠러에서 발생하여 인접한 선체 철판을 깨부수듯이 두드림으로서 선미 탱크 내부에 울려 퍼지는 소리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공포심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우리는 그토록 맹수처럼 포효하는 깊고 어두운 탱크에서 24시간 내내 참고 견디며 측정하였다. 최종적으로 프로펠러 캐비테이션 변동압력의 수준이 예상치 보다 최소 다섯 배는 강하다는 것과, 이로 인해 극심한 선체 진동을 초래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그림 3. (좌측) 유동제어용 부가장치 부착을 위한 선미부 전산유체동역학(CFD) 해석과정 일부 ,(우측) 선체 후미에서 프로펠러 (왼쪽 바람개비 모양)로 유입되는 유동을 제어하기 위한 판구조의 유동제어 장치 (중앙의 원으로 표시된 2개의 사각형 판)설치한 대형 유조선이 드라이 도크 내 받침목에 올려져 있는 모습 (출처 : 삼성중공업)

 

 

  이러한 열악한 환경 여건에서 프로펠러 변동압력 측정을 통해 핵심 원인을 파악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프로펠러 변동압력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제시하였다.

가장 먼저 문제의 선박에 대해서는 선체 후미부 외부 표면에 쇄기형 부가장치를 부착하여 선체를 따라 흐르는 해수를 프로펠러가 위치한 지점에서 원활하게 바꾸어줌으로서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캐비테이션의 크기를 줄였다. 이로 인해 변동압력도 자연스레 낮춤으로서 시끄러운 선박에서 선주가 원하는 진동 수준을 만족하는 조용한 선박이라는 성과를 내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선미 후반부 유동 전체를 제어하여 압력파의 크기도 줄임과 동시에 선체 표면의 압력 저항도 줄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오늘날의 큰 이슈가 된 친환경 선박 즉, ‘깨끗한 선박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참고로, <그림 3>에 보인 것과 같이 오늘날에는 판형구조물이 거의 대부분의 대형선박에 적용되어지는 연료 절감형 부가물의 대명사가 되기에 이르렀다.

 

   이 글에 덧붙여, 필자는 우리 조선·해양 분야 연구/기술 인력들에게 문제 해결을 넘어 새로운 발전의 길로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려는 열정적인 도전정신과 헌신의 노력을 높이 사고 감사를 드린다.”고 강산이 한번 반 바뀌어 지나버린 시점이지만 꼭 전하고 싶다.

 

 

 


 

 

서종수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비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