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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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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전혀 다른 세상이 온다

최재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

2019-09-30 15:41:07

  지금까지의 바다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바다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거나, 배로 짐을 실어 나르는 것이었다. 여기에 몇 가지가 늘어나게 되었다. 물고기를 어획하는 경우에도 어선으로 잡는 것인지, 아니면 수산 양식업으로 하든지 방법에서만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화물을 운송하는 형태도 선박이나 화물의 종류에 따라 컨테이너선, 유조선, 산적화물선(벌크선) 등으로 구분되었을 뿐이다. 이것이 해양산업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최근 들어 해양산업이 다른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기술의 도입과 산업구조와 세계 무역패턴의 변화, 라이프 스타일이 빠르게 바뀌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스마트 오션 팜, 자율운항선박과 무인 항만 터미널 등이 해양산업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현장을 들여다봤다.

 

   우선, 스마트 오션 팜으로 수산양식 변화가 기대된다. 어선으로 물고기를 잡던 어업은 남획, 기후 변화 등으로 생산이 줄어들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세계 전체 물고기 생산량 중에서 어선어업 비중은 50% 이하로 떨어졌다. 그 빈자리를 수산 양식어업이 채우고 있다. 세계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해마다 바다에서 잡아 올리는 수산물은 2억 톤 가량이다. 이 가운데 어선어업으로, 9,000만 톤을 어획하고, 나머지 11,000만 톤은 양식어업으로 보충한다. 문제는 수산물 소비가 갈수록 늘어나고, 현재와 같은 생산 추이를 봤을 때 어선으로 잡는 수산물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림1. 중국 산둥성에 설치되는 스마트 연어 양식장(출처 : 조선일보, 201872일자)

 

 

 

  소비에 부족한 분량은 양식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기존 양식업은 집단 밀식에 따른 폐사와 어병 발생, 생사료를 먹이는데 따른 어장 밑바닥 환경의 악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서다. 이것을 해결하는 수단의 하나가 첨단 외해 가두리 양식장 즉, 일종의 스마트 오션 팜이다. 현재 노르웨이와 중국이 이 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다. 노르웨이 연어회사 살 마르 사는 최근 중국의 우창선박중공그룹에 12,000만 달러를 들여 발주했던 오션 팜 1호를 대서양 해역에 설치하는 등 시장 선점에 나섰다. 중국은 2025년까지 178개의 외해 가두리 양식장을 설치하는 국가 외해 양식 시범구역 건설계획(20172025)’을 발표하는 등 국가 수산정책의 기본 틀을 바꾸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올해부터 부산시 기장 등 2개 지역에서 스마트 오션 팜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민간기업인 불루젠 코리아는 전라남도 고흥지역에 연간 1,000톤의 광어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순환 여과식 스마트 오션 팜을 건설하고 있다.

다음으로 자율운항선박으로 물류 생태계를 바꾸는 것이다. 연간 9,000조 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움직이는 조선·해운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유럽연합이 2012년부터 무인선박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노르웨이 비료 회사 야라 인터내셔널은 자율운항선박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세계 최대의 선박 자동화 시스템 개발회사인 콩스버그와 손잡고 자율운항선박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선박은 선장을 중심으로 선원이 배를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자율운항선박은 미국의 테슬라 등이 개발한 자율운항 자동차와 같은 개념이다. 자율운항선박은 배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빅 데이터 처리 시스템은 물론 충돌 회피 기술, 먼 거리에서 조정할 수 있게 만드는 인공위성 통신 플랫폼도 갖춰야 한다. 새로운 선박이 세계 조선산업과 해양산업의 운영 생태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규제와 안전, 선원 일자리, 보험은 물론 선용품 공급에 이르기까지 해운 항만 조선 생태계가 송두리째 변하는 현실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림2. 중국 칭다오 자동화 터미널 전경(출처: https://mp.weixin.qq.com/s/ed7a3r__zT4zT6kiHIvkgQ)

 

 

 

 

  마지막으로 항만도 스마트 터미널 건설이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선박이 화물을 싣고 내리는 항만도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 바뀌고 있다. 유럽 항만이나 중국 항만의 경우 자동화 터미널 스마트하게 건설하거나 기존 항만을 스마트 포트로 리모델링하는 것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거세게 밀어닥치는 IOT와 빅 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을 최대한 빨리 받아들여 적용하는 한편, 치열한 항만 서비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같은 항만의 변신에는 항만 운영비 절감, 디지털 물류 서비스의 도입, 선사와 화주 등 항만 이용 고객에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 그리고 항만과 도시를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하는 스마트 시티 건설 등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자들이 항만 자동화를 추진할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자동으로 적재된 컨테이너 화물이 자율운항선박에 의해 기항지 항만으로 운송되고, 자동화 크레인으로 하역된 화물이 자율운항 트럭에 실려 최종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이른바 완벽한 형태의 자동화 운송시스템이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질 것이다.

   현재 스마트 포트 건설은 중국과 유럽연합 쪽에서 앞서가고 있다. 중국은 최근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 항만 구축 및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광저우 항만·상하이 항만 등 11개 항만을 스마트 항만 시범 항만으로 지정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과 독일의 함부르크 항만도 ‘smart PORT’라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그림3. <선박의 진화- 자율운항선박의 개발> (출처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부산항에 스마트 해운항만 시스템 구축에 들어간다. 해양산업의 변신이 시작됐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빨리 적응해야만 살아남는 세상이 왔다.

   새로 다가오는 바다는 지금까지 우리와 인연을 맺어 왔던 익숙한 것들과 이별을 의미한다. 도시에서 공장식으로 만들어지는 물고기, 그 동안 우리나라 조선산업을 지태해주었던 선박 건조 기술의 변화, 그리고 항만 근로자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이 도래하는 것이다. 이 같은 세상에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지는 벌써 분명하다.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재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