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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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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북한의 바다. 분단과 통일, 평화를 바라보다

김윤아 국립해양박물관 학예연구사

2019-10-31 11:42:00

  2018427일 남북정상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은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 역사적인 첫 만남에서는 두 정상의 단독회담과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 서명과 이후의 평화협력을 위한 약속과 많은 기대가 이어졌다.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기로 합의했고, 65년만에 최초로 남북한 공동으로 한강하구 수로조사를 35일간 실시해서 660km의 해안을 측량했다. 또한 같은 해 612일 싱가포르에서는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아홉 번 손을 잡았다. 2019630일 일요일 오후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만남은 세계 역사의 한 장을 새로이 적었다. 통일의 바람이 강하게 불어왔다.

 

   3면이 바다인 한반도는 정전 이후 38선으로 나뉘어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 아닌 섬이 되었다. 북한은 한 면이 대륙과 접해 있으나 서해와 동해가 단절된 하나의 섬이 되어 우리에게 잊혀진 바다인 채로 역사는 흘러갔다. 하지만 분단이전 우리에겐 하나의 해양권이 연결되어 있었다. 일본-부산-원산-청진-나선-블라디보스톡으로 연결된 환동해 바닷길과 서해안으로 중국과의 연계를 가지는 환황해권에 속해 있었다.

   국립해양박물관에서는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잊힌 바다, 또 하나의 바다, 북한의 바다라는 기획전시를 개최하였다. 이 전시는 한때 우리 모두의 바다였지만, 물리적인 단절로 잊혀졌던, 하지만 결코 끊어지지 않았던 우리를 둘러싼 한반도의 바다를 전시로 선보였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우리가 하나였을 때의 북한의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신석기시대부터 바닷가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을 시작으로 기록과 유물로 남겨진 북녘 바다에서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여러 고지도에 표현된 바다와 서양인의 눈에 포착된 조선의 바다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가 잘 몰랐던 충무공 이순신의 관직 초기 북방활동의 흔적도 살펴보았다. 최전방 하급장수로 부임한 이순신이 여진족의 침략에 첫 백의종군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둔도에서 보여준 영웅적인 업적을 승전대비 탁본자료로 마주 보았다.

 

   2부에서는 북녘 바다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만났다. 북녘의 대표적인 항구인 원산과 청진, 나선, 신포, 웅기, 신의주, 진남포 등의 조성과 개발자료를 볼 수 있었다. 사진과 엽서, 청사진과 도면, 수출입 현황도 등 다양한 자료들로 북한의 서해와 동해 바다에서 시기별로 그 중요성이 커지고 근대 항구도시로 발달해 가는 북한바다의 중요 항구 모습과 현대에 이르러 발전되고 있는 북한의 해안과 수산사업소, 수산업진흥 등 가려져 있던 모습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림1. 수산물 판매소의 모습

 

 

  또한 바다에서 시작되어 항구도시로 발전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 글과 그림으로 보여주었다. 북녘사람들도 금강산을 유람하고 송도바닷가에서 해수욕을 하며 바다를 즐길 줄 알았다. 지금은 중단된 북한의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기대하는 바람이 크다. 육로를 통한 개마고원 캠핑을 제안하고 설계한 흥미진진한 여행가의 이야기도 들려온다. 작은 물고만 트인다면 가능성이 충분한 기분 좋은 상상을 할 수도 있게 된다.

 

 

 

그림 2. 고기잡이와 해양건설, 해양체육을 독려하는 주민홍보 포스터

 

  우리 민족이 가진 공동정서는 이번 전시에 처음 공개된 조선화를 통해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림홍철 화가의 수난당한 여성들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는 여성들이 반인륜적인 수난을 표현하여,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그림만 봐도 별도의 설명 없이도 뭉클해지는 공통적인 감정이 느껴졌다.

   3부에서는 통일과 평화의 바다를 이야기하였다. 6.25 한국전쟁으로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두고 온 피난민들은 동해에는 삼척 아바이마을을 만들었고, 서해에는 백령도와 연평도, 인천에 모여 살았다. 평안도와 황해도에서 행해지던 풍어를 위한 대동굿은 피난민들에 의해 인천 등 서해안에 전래되었고, 동해의 실향민마을에서는 북녘음식인 오징어순대가 만들어지고, 갯배가 운영되고 있다. 피난민들이 헤어지며 만나기로 약속했던 부산 영도다리 아래의 많았던 점집들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영도다리는 부산의 명물이 되어 매일 2시에 다리를 들어올리고, ‘굳세어라, 금순아노래가 울려퍼지면 실향민의 애환을 잠시나마 떠올려보게 된다. 이제 우리 민족은 통일과 평화의 바다를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되어있다.

 


그림3 . 공동어로수역·평화수역 (https://www.dmz.go.kr/front/antknow/ island_ five, 수정보완)

 

 

  남북한은 연평도와 황해도 앞바다에서 남과 북의 어선이 어우러져 만선의 기쁨을 나누고, 함경도 앞바다에서 잡은 명태를 부산의 냉동창고에서 전역으로 유통하고, 우리의 발전된 수산, 양식기술을 공유하여 북한 주민들에게 풍성한 수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길 그려본다.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어 관광객들은 해금강의 멋진 해안가 풍광을 감상하고, 우리들은 북한 국경 해안가 곳곳에 있었던 수군과 이순신 장군의 유적을 학술조사하고 싶다. 하나의 전시로 잊힌 바다에 관한 역사적인 기억을 전부 되살릴 수는 없지만, 과거를 성찰하고 현재의 모습을 재구성하여, 미래의 '하나의 바다' 를 함께 꿈꾸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김윤아 국립해양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