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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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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철학을 잊은 과학에게, 과학을 잊은 철학에게

강버들 부경대학교 수해양산업교육과 교수

2019-10-31 13:22:17


 

그림1.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 책 표지

 

  최근 서울대 장회익 명예교수가 평생의 연구결과를 한 권의 책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라는 제목으로 정리해서 출간했다. 조선 중기 학자인 여헌 장현광으로부터 데카르트, 뉴턴, 아인슈타인, 볼츠만, 슈뢰딩거 등 인물을 중심으로 철학과 과학을 넘나들며 인류의 지성사를 저자 자신의 연구과정과 연계하여 작성한 책이다.

 

   이 책은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와 곽암의 <심우도>로 부터 이름을 딴 <심학십도>라는 틀로 모두 10개의 장으로 나누고, 각 장마다 주요 인물들을 등장시켜 기술해 나가는 형식을 취했다. 먼저 앎의 바탕 구조를 설명하고, ‘고전역학’,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통계역학’, ‘우주와 물질을 다루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생명의 단위와 온생명을 소개하고, ‘주체와 객체’, ‘온전한 앎의 본질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삶과 앎에 대한 과학적 고찰을 바탕으로 온전한 삶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였다.

 

   먼저 이 책은 저자가 평생 쌓아온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어려운 내용들을 쉬운 표현으로 풀어서 설명한 수준 높은 교양서적이다. 그러므로 많은 지식인들이 상식적으로 알고는 있지만,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나 인류지성사 흐름을 용이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어느 정도 접했던 필자로서도 이 책을 통해서 상대성이론의 어려운 개념을 하나의 그림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며, 심지어 난해한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쉽게 유도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도 경이로웠다.

   또한 이 책에서는 통합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나아가 자연철학이라는 통합학문의 필요성을 제시해 준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만든 뉴턴을 철학자라 부른다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왜 물리학자가 아니라 철학자인가라고 말이다. 또한 철학자로 알고 있는 데카르트는 사실 위대한 수학자로서 중요한 수학 원리들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 시기에는 과학과 철학의 구분이 없었고, 앎이나 지식은 오직 자연철학이라 불렀다. 우리가 알고 있던 많은 철학자들은 자신의 철학을 증명하기 위해 수학과 자연과학을 이용했고, 새로운 이론을 발견해 낸 과학자들도 철학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에서 그것들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자연철학은 분화되면서 전문화되고 세분화되었다. 본래 자연철학의 본질인 통합적 이해에 바탕을 둔 학문정신은 왜곡되어 기술 유토피아만을 추구해 오고 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 즉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일반화되어 옆 학문과의 칸막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현대 학문은 각각 좁은 영역을 선택해 정밀한 명료성과 현실 적응력은 높여 왔으나 반면, 통합성이나 간결성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자연철학이 분리되기 이전에는 모든 학문에서 통합적 사고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림2. 책에서 다뤄지는 철학자·과학자


   서울대 최무영 교수는 이 책을 동서고금문리(東西古今文理)’, 곧 동아시아와 서구, 옛것과 새것, 그리고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포괄하는 세계 최초의 저서라 평가했다. 그러나 필자는 동서고금문리(東西古今文理)’미거(微巨)’를 추가하여 동서고금미거문리(東西古今微巨文理)’, 즉 동서의 공간과 고금의 시간, 그리고 문리의 학문영역을 포괄할 뿐 아니라 미시적인 양자세계부터 거시적인 우주까지, 즉 미세한 DNA로부터 거대한 온생명까지를 포괄하는 엄청나게 큰 규모를 설명하는 최초의 저서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해양수산 분야에서도 이 책을 통해서 적용 가능한 부분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첫째, 통합적인 학문의 당위성과 필요성이다. 해양수산 교육도 학제 간 융·통합이 되어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예로, UN 등 여러 국제기구에서는 지구적 과제로 세계 해양수산자원을 이용하는데 해양생태계 기반 관리의 채택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관리를 위해서는 수산자원의 다양한 목표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관련 학문 분야의 학제 간 융·통합 교육이 필요하다.

 

   두 번째 적용가능성은 이 책에서 제시한 정보-지식 상호작용 방식을 활용하여 올바른 교육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이 책에서는 기본적인 지식습득의 기작과 과정을 분석하는 합리적인 방법으로서 예측적 앎의 작동방식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이 방식은 해양수산 분야의 교육에도 지식습득 기작을 표현할 수 있는 정보-지식 메트릭스를 사용하여 맞춤형 교육체계의 수립과 교육과정의 개발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공통점은 제도권 교육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 사고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야생마교육을 통해 위대한 발견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올바른 해양수산관련 영재교육을 위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버들 부경대학교 수해양산업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