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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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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보조금과 우리 수산업

장창익 부경대학교 명예교수

2019-10-31 13:34:34

2015923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합의는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세계무역기구(WTO) 수산보조금 금지협상을 깨우는 새벽종(wakeup-call)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특정 산하기구인 WTO를 찍어서 특정시한인 2020년까지 특정미션인 수산보조금 지급 금지를 결정하라는 과제를 부과한 것이다. 이를 명시하고 있는 SDG 14.6항은 수산보조금 문제해결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고려해서 다른 항목들과는 다르게 채택된 예외의 규정으로 보인다.

 

그림1. WTO 회의 모습

 

수산보조금과 수산자원

세계은행은 2017년 수산자원의 비효율적 관리로 인해 연간 83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국제사회는 다양한 채널을 통하여 어업자원 보존을 위한 국제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으며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어업자원 남획 규제방안을 도입하여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유해 수산보조금 지급 금지를 포함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업자원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현재 세계 각국의 수산보조금 규모는 연간 350억 달러이며, 이 가운데 200억 달러가 수산자원의 남획에 직접 관련되는 보조금이라 한다. 그러나 모든 수산보조금이 유해한 것은 아니다. 저개발된 수산자원을 대상으로 하는 어업이나 영세 소규모어업에 대한 보조금은 오히려 인류의 부족한 식량생산에 도움이 된다. 대형어선에 제공되는 보조금이 대개 불법어업을 조장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연간 23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은 시장의 불공정 경쟁과 왜곡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WTO는 이러한 무역문제와 불법 및 과잉어획으로 수산자원이 고갈되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업용 면세유 등 수산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과잉어획과 과잉어획능력 등으로 수산자원이 고갈되는 가운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방식이나 기존의 국제협정으로는 수산자원의 고갈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협상 현황

수산보조금 협상은 2001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4WTO각료회의 규범협상그룹에서 수산자원보호를 목적으로 논의가 시작되었다. 2005년 홍콩 각료회의에서는 과잉어획능력과 과잉어획을 야기하는 수산보조금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200711월에는 이 협상을 담당하는 규범협상그룹 의장이 면세유를 포함한 광범위한 수산보조금을 대부분 금지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장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필자를 포함한 우리나라 대표단은 의장안에 대한 수정안과 의견서를 전체 회원국 가운데서 가장 많은 8회에 걸쳐 제출하고 우리 의견을 적극 개진하며 회의를 주도하였다. 우리 입장에서는 면세유가 금지보조금으로 합의될 경우 우리 어업에 미치게 되는 파장을 고려하여 양자 혹은 다자회의를 통해 설득하는 등 그야말로 사투를 벌였다.

다행이 이러한 노력으로 수산보조금 협상은 뚜렷한 대안이 제시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졌다. 특히 미국과 뉴질랜드를 필두로 한 피쉬프렌즈그룹에서는 수산보조금 금지이슈에서 공세를 이어 갔다. 반면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일본, 캐나다, EU, 대만 등이 참여한 반대그룹은 금지보조금의 범위가 과도하고 수산보조금과 과잉어획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반대를 계속하였다. 따라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이 협상은 장기적인 휴면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휴면상태에서 SDG 14.6항을 반영하여 2017년 열린 제11WTO각료회의에서는 2019년 말까지 과잉어획과 과잉어획능력에 기여하는 수산보조금을 금지하는 합의에 도달하겠다는 결의를 채택했다. 한편, 우리나라와 같은 그룹에 속했던 일본은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주도하면서 종전의 입장과는 달리 피쉬프렌즈그룹의 제안을 지지하는 쪽으로 등을 돌렸다.

미국과 호주는 공동으로특정어업 보조금에 대한 상한선 기반 접근이라는 제안서를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FAO2014~2016년 해면어업 생산량과 수출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WTO회원국을 3 등급(Tier)으로 구분, 각 등급에 맞는 보조금 제한규정을 마련토록 했다.

이 제안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등급에 해당되는데 협상 기간 동안 보조금의 상한선을 이에 맞게 줄여야 한다. 특히, 보조금의 상한제에도 불구하고 IUU(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이나 공해상 조업을 지원하는 보조금, 남획상태에 있는 수산자원에 영향을 미치는 보조금은 엄격히 금지된다. 현재 미국과 호주의 상한제 제안은 타결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향과 대책

우리나라는 수산보조금 규모가 큰 나라에 속한다. 수산보조금 폐지 시 가장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것은 면세유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면세유 공급액 평균이 6,083억원 수준이다. 따라서 면세유 폐지 시 어업인의 유류비 부담액은 2배 가량으로 늘어나게 된다.

특히 조업 시 연료 사용량이 많은 근해업종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어선원 고령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생산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면세유마저 폐지된다면 폐업에 처할 위험이 크다. 수산물 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현 상황에서 면세유 공급 중단으로 인한 어업경비 증가에 비례해서 수산물 가격이 상승하지는 않게 된다.

수산보조금 협상 타결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우선, 우리나라의 수산자원에 대한 어종별, 어업별 정확한 과학적 자원평가가 시급하다. 어떤 어업이 과도어획 (overfishing)상태이고, 어떤 어종이 과잉어획된 자원(overfished stock)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보조금 폐지에 대비해야 한다. 이러한 평가결과는 감척 등 합리적인 어업 구조조정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진화된 과학적 관리방식을 통해 수산자원이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므로 관리가 잘되고 있는 어업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금지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개발 활용할 필요도 있다.

둘째, 수산보조금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규모가 큰 면세유와 영어자금은 수산자원의 과도어획과 과잉어획된 자원에 기여하는 금지 수산보조금으로 분류되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수산업의 생산기반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내 수산보조금 체계 전반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면세유 의존도가 높은 수산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자원상태와 과도어획성능(overcapacity)을 고려한 적절한 감척, 어업인 고령화, 어선노후화 등 국내 수산업 여건을 분석하여 구조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림2. WTO 본부 전경


현재 수산보조금 협상 진행상황을 보면 유해 수산보조금의 폐지는 시간문제이며 임박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부에서는 최선의 전략과 대책을 마련해서 협상에 임해야 하겠지만 우리가 집단으로 반발한다고 국제적인 협상을 부결시키거나 늦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이 위기는 위험인 동시에 기회도 될 수 있다. 이 위기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한다면 선진화된 수산업 구조를 바탕으로 과잉어획된 수산자원을 회복시켜서 풍부한 자원이 유지되어 지속가능한 어업이 성취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장창익 부경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