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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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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보신 적이 있나요?

한상현 동의대학교 국제관광경영학과 교수

2019-11-29 13:49:09

  고래는 현존하는 가장 큰 동물이다. 실제로 고래를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수족관에서 볼 수 있는 돌고래류는 제외하고 말이다. 거대한 고래를 직접 보려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는 방법밖에는 없다. 이른바 고래관광이다. 광활한 바다에서 헤엄치는 고래를 지척에서 본다는 것은 그야말로 큰 감동이 아닐 수 없다. 바다에서 고래를 보는 것을 관경(whale watching)이라고 한다. 고래관광은 관경이 핵심이 되는 관광활동이다. 상업적 관경은 1955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귀신고래를 보려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고 배를 운항한 것이 시작이라고 알려져 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고래관광에는 선박이나 소형항공기를 이용하는 관경이나 육지에서 망원경으로 고래를 관찰하는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이들 중 선박이나 항공기를 이용해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고래를 보려는 근접형 관경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선박과 항공기가 고래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고래의 생리적, 사회적 활동을 어렵게 하고 심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반면 근접형 관경의 활성화가 가져온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세계적으로 돌고래나 범고래의 전시공연이 근접형 관경의 증가와 동시에 퇴조하고 있다는 소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림1. 고래 관광

 

  세계적으로 고래관광은 급성장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고래관광의 종주국인 미국은 매년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고래관광에 참여하고 있다. 호주의 고래관광은 전 세계 고래류의 약 60% 이상을 볼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연간 160만 명 이상이 즐기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도 고래관광은 전국적으로 활성화 되어 있는데, 매년 고래관광 인구는 200만 명이 넘는다. 특히 일본은 과거 세계에서 가장 큰 고래고기 소비국가였다. 그러나 일본 다이지에서 매년 벌어지는 고래 집단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The Cove’2009년 발표된 이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었고, 이 사건을 계기로 고래고기 소비가 감소되기 시작하였다. 1960년 일본인 1인당 고래고기 소비량이 1.9kg에 달했는데 201530g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현재 일본에서는 오키나와가 가장 주목받는 고래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혹등고래관광이 유명하다. 혹등고래는 매년 11월이 되면 수온이 차가워진 북극지방을 떠나 따뜻한 남쪽 바다로 내려온다. 이들 중 일부가 오키나와 부근에서 새끼를 낳고 3월까지 지내는데, 오키나와 고래관광의 주인공들이 되는 것이다. 특히 오키나와 앞바다의 혹등고래 관찰율은 90%에 달해 세계 최고수준이다. 이곳의 고래관광은 특히 어미고래가 새끼고래를 양육하는 시기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여 고래에게 300미터 이내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고래관광이 유명한 곳은 일본 외에도 대만이 있다. 대만의 고래관광객은 연간 40만 명에 이른다. 대만 앞 바다에는 연중 따뜻한 구로시오 해류가 흐르고 있어 다양한 고래를 만날 수 있다. 생태학자들도 직접 보기 힘들다고 하는 귀신고래를 비롯해 20여종의 고래들을 볼 수 있다. 고래관광선에서의 고래 관찰율도 90%에 달한다고 하니 부럽기도 하다. 특히 이곳은 고래관광업체와 환경단체, 지역주민, 정부당국의 협업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래의 서식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해안가에 있던 시멘트 공장을 이전 하는가 하면, 고래관광 시간과 어선 출항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하여 고래가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를 최소화 하였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의 바다에도 고래가 많이 살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조선시대에는 동해를 경해(鯨海)라고 부를 정도로 고래 개체 수가 많았다. 그러나 동해의 고래는 1800년대 이후 급감하게 된다. 열강들의 포경선이 몰려든 때문이다. 특히 1894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태평양포경회사가 설립된 이후 동해의 포경산업은 극에 달하게 된다. 이 시기에 울산 장생포의 옛 이름인 구정포에 포경기지가 설치되기도 하였다. 이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동해지역 포경의 주도권을 잡게 된다.

   뒤늦게 우리정부가 1982년 상업적 포경에 제한을 두기 시작하였을 때는 이미 귀신고래, 참고래는 찾아보기 힘들어진 이후라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울산 장생포 고래관광의 관찰율이 20%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직도 동해의 고래자원이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 김녕에 있는 돌고래 요트투어의 관찰율도 50% 이하라고 하니 고래관광 선진국들과는 많은 차이가 나고 있다.

 

  

그림2. 고래관광


   현재 우리의 고래관광은 주로 관광객 입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관광객의 즐거움을 위해 고래무리와 탐방선이 너무 근거리에서 뒤섞여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대만과 오키나와에서는 고래관광선이 먼 거리에서 배를 멈추고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전부이다. 그렇다고 이들 지역이 원래부터 관찰율이 높았던 것은 아니다. 오키나와의 경우, 1990년까지만 해도 인근 바다에서 고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지역주민들이 워낙 고래고기를 즐겨 먹었기 때문에 수시로 대형고래들이 사냥되었고, 50년대 후반에는 매년 200여 마리의 혹등고래가 희생되었다고 한다. 결국 그렇게 풍부하던 고래자원도 60년대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 90년대 초반이 되어서야 사라졌던 고래가 다시 나타났고, 그 시기부터 고래는 단백질 공급원이 아니라 보호와 관찰의 대상이 되기 시작하였다.

   울산의 고래관광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울산은 2005IWC 총회를 기점으로 고래관광을 활성화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고래관광의 활성화와 동시에 고래고기 수요가 급증하였고, 불법포경과 불법유통도 증가되기 시작하였다. 울산은 장생포를 고래문화특구로 지정하고 고래밥상을 울산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홍보하고 있다. 주메뉴로 고래스테이크, 범고래밥상, 어린이를 위한 아기고래 밥상, 고래비빔밥 등 5개 코스의 고래정식이 있다. 국제포경위원회의 추정치를 보면 한국연안의 고래 개체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1년 이후 5년 간 우리바다에서 혼획 또는 포획되어 죽은 고래류가 상당수에 달한다. 이제 우리의 고래관광도 일본 오키나와처럼 보는 것과 먹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기에 놓여있는지도 모르겠다




 

   

한상현

동의대학교 국제관광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