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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특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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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조선산업의 도전과제와 나아갈 방향

김병수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2019-12-27 16:21:46

  긴 호황 뒤 긴 불황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대형 조선업체들은 종업원의 30%~40%를 감원하였고 남아있는 인력들도 무급 휴가를 실시하는 등 특단의 조치들을 실행하여 생존해왔다. 최근 세계 조선시장은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 회복의 흐름을 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영향으로 회복이 다소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독점적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LNG선의 발주가 확대되면서 대형 조선업체들의 형편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카타르에서도 향후 10년 동안 100여척의 LNG선 발주를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중소형 조선업체의 상황은 최악이다. 스스로의 생존이 불가능해 일부는 산업은행, 일부는 수출입은행이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조선업체들은 중국과 일본 조선업체들과의 수주경쟁에서 원가경쟁력과 금융조건 등에서 밀리고 있어 더욱 생존 자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림1. LNG선(현대중공업)

 

  또한, 3~6년 이후 시장이 회복 단계를 지나 성장 단계가 되면 조선업체들의 경영 여건은 많이 좋아지겠지만 국가산업 차원에서 보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긴 불황 이후에 다가오는 성장시장에서 세계 조선산업의 주도권이 급격히 이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50년대 후반 영국에서 일본으로,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한국으로 산업주도권이 이동되었다. 다음 성장시장에서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정리해 보면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도전과제는 대·중소형 조선업체들이 어떻게 성장시장까지 생존해 나갈 것인가?, 향후 성장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조선산업의 주도권을 어떻게 중국으로부터 지킬 것인가? 등 크게 두 가지로 생각된다. 이러한 도전과제들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이 필요한데 과거 세계 조선산업을 장기간 주도해왔던 영국 및 일본 조선업체의 실패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두 국가 모두 장기간의 조선산업 불황에 직면했었고 나름대로 산업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세웠음에도 실패하였다. 일본의 경우는 영국의 실패를 분석하여 대책을 세웠음에도 실패하였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러한 원인은 첫째, 급격하게 변화했던 성장시장 특성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선박 개발을 요구하는 혁신적인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둘째, 긴 불황 이후의 적자지속으로 회복 및 성장시장에서 수익성 확보에 너무 매달렸기 때문이다. 영국 및 일본 조선업체 모두 과거의 성공에 매여 시대 변화에 따른 도전과제와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스스로 현상유지전략을 실행함으로 실패하였던 것이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이러한 도전과제들을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새로운 시대적 변화를 선도해나갈 젊은 경영진의 확대와 신입 기술 및 연구인력의 확충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형 조선업체의 경우 전문기술자들이 동시에 대량 퇴직하여 기술력 하락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설계·생산 등 전문기능 곳곳에서 과거와 다르게 실수가 많이 발생되고 있다. 또한, 지금부터 신입 기술인력 확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향후 4~8년 뒤의 대리 및 과장 등의 중견기술자가 부족해 기술력 하락이 경쟁력 열세로 이어질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수익성 확보도 필요하지만 미래의 변화에 대비해 기술인력에 대한 투자를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둘째, 경쟁력이 있는 조선업체들 중심으로 통페합하는 것이다. 중소형 조선업체의 경우 조업물량이 없어 통폐합의 효과가 당장은 나타나지 않겠지만 성장시장 단계가 되면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재빠르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조선소로 거듭날 것이다.

 

   셋, 경쟁자인 중국 조선업체들의 혁신과 위협을 근원적으로 극복해내는 산업정책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력에서는 우리나라가 몇 걸음 앞서 있지만 원가경쟁력 확보는 미흡하다. 3차원 3D 설계 및 생산의 스마트화 전략은 소요인력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원가 절감에는 한계가 있고 선박건조에서 대규모 고용이 필요한 노동집약적인 특성에서 벗어나게 만들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법정근로 최대 주 52시간 규정은 장기적으로 조선소의 고용 부담을 증가시키고 원가 증가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조합 투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어느 정도의 시간까지는 기술력으로 버틸 수 있겠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를 고려하면 단기적인 대책에 불과하다. 대규모 고용 작업장에 대한 근로시간 특별법 제정 등의 정부 노력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조선산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공감대 재구축의 중요성이다. 산업발전에서 우수한 인력의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구조조정산업이 되어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 청년들이 미래 안정적인 직업으로 조선산업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조선업체들과 정부가 같이 노력하여 국민들에게 산업의 이해 및 가치를 확실히 인식시키는 홍보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림2.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부산일보 2019.10. 10)

 

  우리나라 대형 조선업체에서 LNG연료추진 선박 등 미래 유망한 신제품에 대한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며 수소연료추진 선박 개발도 관심을 갖고 있는 등 미래 성장시장에 대응한 바람직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영국과 일본의 실패를 우리나라가 반복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큰 위기는 중국을 근원적으로, 장기적으로 이기는 유효한 전략적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산업정책 기반으로는 미래까지 포함한 기술력과 생산성 향상으로도 장기적으로 중국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조선업체들과 정부가 중국을 이기려는 노력보다는 노동환경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현상유지전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여기까지 온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이고 현실적인 장애물들을 도전정신으로 극복하였기 때문이다. 조선업체 및 정부가 과거의 성공에 안주한 현상유지전략에 매이지 말고 미래 젊은 세대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서로가 소통·협력하여 시대적 도전과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미래대책을 실행해주길 희망해 본다. 어려웠던 시절 품었던 초심이 바로 경쟁력이다,

 

 

김병수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