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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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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꾸는 꿈 : 부산항의 미래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간건축학부 교수 안웅희

2020-08-31 14:35:03

가을의 시작 91일은 1592년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수군이 부산항에 들어와 왜군을 격파한 부산포 해전의 날이다. 부산진을 본진으로 삼고 정박 중이던 470여척의 왜선 가운데 140여척을 격파했다. 본진으로 직접 진격한 것도 100척 이상을 격파한 것도 역사상 전무후무하다. 그래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양력으로 환산한 105일을 부산시민의 날로 정했으며 1980년에 1회 행사를 했으니 올해로 40주년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포 해전에 관해서는 별다른 행사나 기념관이 없다. 남해안 여러 지방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것에 비해 부산에서 부산포해전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산포해전을 꺼내어 알리고 주장했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으며 최근에는 모임 답사 체험 프로그램 그리고 기념상과 기념관 등 다양한 형태로 시작되고 있다. 멋지게 건립된 <1592-부산포해전 기념관>을 꿈꿔본다.

 

<부산포해전 기록화> - 충남 아산 현충사 소재 

 

부산항의 역사는 1678년 초량에 왜관을 설치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왜관의 설치는 조선의 정부가 대마도주의 청을 받아들여 반반씩 출자하여 건립한 것으로서 자주적이고 개방적인 국제교역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후 조일조약이 이루어지는 1876년까지 거의 200년 동안 조선과 일본의 국제교류의 장으로 이용되었다는 점에서 부산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한반도 국제해양 교류의 역사적 현장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량왜관은 오늘날 찾아보기 어렵다. 민간과 학술분야에서 꾸준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나 물리적이고 공간적인 복원은 물론 본격적인 기념관도 없다. 아마도 이런 점은 초량왜관의 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으로 인해 우리의 것이 아닌 것처럼 인식되는 탓도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또한 조일조약 이후 일본인 거주지로 활용되고 나아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온갖 부정적인 기억들이 쌓인 탓에 굳이 열심히 기념하지 않았던 것일 수 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창의적으로 만들고 수백 년 동안 운영했던 국제교류역사를 기념할 <1678-초량왜관 기념관>을 꿈꿔본다.

 

 

<왜관도- 1783> - 국립중앙박물관 소재(부산고지도) 

 

부산항은 1876년에 조일수호조약으로 개항한 이후 세계 각국과의 국제교류장소가 되었고 조선의 대외창구로 자리매김하였다. 조선정부는 오늘날 세관의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해관을 설치하여 국제교역 업무를 실행하였으며 국가제정에 관련된 자금이 오가는 상황이므로 관련 문서의 작성에 철저하였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해방을 거치면서 해관문서는 곡절 끝에 일부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현재 관세청의 작업으로 2013년 그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놀라운 것은 그 번역본에 부산항에 설치한 근대식 등대에 관한 상세한 기록이 있다는 점이다. 기록에 의하면 1886년에 북위(35°7'18'') 동경(129°2'0'')에 후도등을 포함한 도등을 건립하였고, 18874월에 점등하였으며, 해관청사 지붕, 부산항내 북측과 남측 암초에도 설치하였음이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개항이후 부산항에 출입하는 국제선들의 안전을 위하여 조선정부가 예산을 들여 건립한 최초의 근대식 등대이며 이후 1887년 영국의 각종 문서에도 기록되었다. 이 도등은 후에 부산항이 확대 개발되면서 철거되었고 127년 후인 2014년에 부산항대교가 건립되면서 같은 선상 더 높은 자리에 새로운 도등이 건립되었다. 역사적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최초의 근대식 등대가 건립되었던 자리에 <1887-한반도-등대기념비>건립을 꿈꿔본다.

 

 

<부산해관문서-1897년 부산랑내 항로표지> - 등대목록 

 

 

부산항은 대한민국 근대사의 발전에 많은 공을 세운 도시다. 개항이후 일제 강점기를 거쳐 국제교역과 근대화의 현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해방이후에는 공업과 제조업에서 물류에 이르기까지 국가발전의 역군으로서 그 역할을 잘 수행하였다. 부산항이 세계적인 국제무역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지리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17세기 중세부터 국제교역에 친숙했던 경험의 연장선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 결과 오늘날 부산항의 해안선에는 자갈치 시장, 해양박물관, 부산항 북항 재개발, 국제여객터미널, 부산항 대교, 오페라 하우스 등 첨단의 현대적인 건축물들과 선박수리소, 레미콘 공장, 대형 부두, 물류창고, 산업단지 등이 공존하고 있다. 다채롭지만 보다 명확한 특성과 강력한 중심 공간이 필요하다. 부산포해전, 초량왜관, 등대역사, 근대 산업화와 물류 등을 역사적이면서도 문화적으로 다듬어 미래지향적인 공간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바다에서 바로 접근 가능한 루브르 아부다비(Louvre Abu Dhabi)’처럼 부산항의 정체성과 역사적 힘을 담아 낼 수 있는 <부산항 역사미래관>을 꿈꿔본다.

<Louvre Abu Dhabi(UAE)> - Archdaily
 

가을이 되면 한가위 명절을 맞이하여 그 동안의 노고와 결실에 감사하고 모두가 축하를 하듯이 부산항도 이제 그동안의 역사를 통하여 이룩한 다양한 성과들의 결실을 정리하고 돌아보면서 축하할 준비를 할 때가 된 것이다. 부산항 축제는 2008년에 처음 열려 202013회를 예정하고 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하여 주춤하고 있지만 부산항의 미래를 볼 때 앞으로 더욱더 확대하고 장려해야 한다. 부산항 축제는 한반도 중세시대부터의 지역적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부산을 대표하는 축제가 될 수 있고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해양축제가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역시 매년 9월에 열리는 세계적인 해양축제인 킬러보헤(Kieler Woche)’에 참가했을 때 해상퍼레이드를 보면서 부산에서 열렸던 ‘2015-대한민국 해군관함식을 떠올렸다. 우리나라는 중세부터 범선이 활성화되지 않았기에 킬러보헤와 같은 풍경은 안 되겠지만 우리만의 특성을 담은 유형의 해상퍼레이드를 상상해 본다. 무역항이지만 1년에 한번 축제기간 만큼은 부산항 내를 수많은 요트와 보트 선박들이 오가면서 해상레저를 즐길 수 있다면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부산항 대교 위를 달리면서 향유할 수 있다면 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대표 해양도시 부산이 국민 모두에게 선물을 선사해주는 부산항 한가위가 아닐까. 그래서 또 <부산항 국제해양축제>를 꿈꿔본다.

 

 

Kieler Woche(Germany)

 

 

 

 

 

 

안웅희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간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