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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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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재선의 신박한 바다』대체 수산물,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최재선 법학박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명예연구위원

2021-08-25 18:18:18

대체 수산물,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최  재  선

 

    법학박사한국해양수산개발원명예 연구위원 

 

 

 

 나이 서른 살 중반이 될 때까지, 그의 소원은 소박했다. 가족들이 하루 세끼 모두 따뜻한 밥을 먹는 것이었다. 방콕에서 중국어 선생도 하고, 생선 가게를 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본격적으로 생선 사업에 나서기 위해 수산물 중개인 자격증도 땄다. 낮 밤 없이 열심히 일한 덕에 재산도 꽤 많이 모아졌다. 1970년대 후반에 행운이 찾아왔다. 경영난에 빠진 참치 통조림 공장을 인수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1977년 그의 나이 39살 때 일이다. 이 참치 회사는 2020년 기준으로 종업원 수 49000, 연 매출액이 46억 달러가 넘는 매머드 기업으로 성장했다. 크라이송 찬시리(Kraisorn Chansiri) 회장이 세운 세계 최대 참치회사인 타이 유니온 그룹이다. 타이 유니온은 현재 세계 참치 통조림 시장을 우리나라의 동원수산과 양분하고 있는, 글로벌 대표 수산기업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자료 : 타이 유니온 그룹 홈페이지

  

 

[ 참치회사가 대체 참치회사에 투자한 이유 ]

 

이 회사가 최근 뜻밖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샌디에고 있는 수산분야 스타트업 블루날루(BlueNalu)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블루날루는 20186월 루 쿠퍼하우스가 세운 대체 참치 생산회사다. 그렇다면, 왜 세계에서 가장 큰 참치회사가 공장에서 대체 참치를 만드는 푸드테크 회사에 투자했을까? 미래 시장을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이라는 평가가 많다. 코로나 이후 라이프 스타일 변화도 한몫했다. 최근 들어 지속 가능한 생산과 윤리적 소리가 새로운 산업 트렌드로 등장하면서 미래 먹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선택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최근 기업 경영의 최대 화두로 떠 오른 ESG(환경·지속 가능성·지배구조)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오스트리아에 기반을 둔 수산 스타트업 레보 푸드는 아예 회사의 미션을 이렇게 내 걸었다. 물고기 남획금지(stop overfishing), 건강에 더 이롭고(better health), 지구를 더욱더 푸르게(better planet), 그리고 무엇인가 신기한 것(it’s awesome)이 그것이다. 타이 유니온 뿐만 아니다. 우리나라 풀무원도 2020년에 블루날루와 제품 개발과 식자재 공급 등에 관한 협정을 맺었다. 동원식품은 아예 미국의 비욘드 푸드가 만든 대체육을 들어와 팔고 있다. 다들 대체육 시장이 주는 메시지와 미래를 읽고 있었던 참이다.

 

자료 : 레보 푸드 홈페이지

 

[ 대체식품 시장이 더욱 커지는 진짜 이유 ]

 

 대체육(alternative meat), 진짜 고기가 아니다.(대체육이라는 용어는 전문가들에 따라 각각 다르게 사용하고 있음. 최근에는 대체 단백질(alternative protein)이라는 말도 자주 사용하고 있음.)

식품을 제조할 때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원료 대신에 식물 추출물이나 동물 세포 배양, 미생물 발효와 같은 기술을 쓴다. 인공적으로 맛, 식감, 풍미, 영양가 등을 고려하여 진짜처럼 그럴듯하게 만드는 것이다. 공장에서. 그래서 일부 비판가들은 대체육을 부를 때 고기라는 표현을 쓰면 절대 안된다고 항변한다.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기존의 육고기 시장을 교란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 같은 비판적 의견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체육 시장은 확실히 뜨고 있다. 코로나 이후, 채식 위주의 건강 식단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육류생산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축 전염병이나 생태계 파괴, 기후 변화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성장 속도가 더 빨라졌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최근 2018년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가 463000억 달러(한화 56300억원)에서 2023년에는 643000억 달러(한화 7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 : 각 회사 홈페이지

 

대체육 시장과 대체 수산물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비욘드 미트와 임파서블 푸드, 그리고 멤피스 미트와 오틀리 같은 대체식품 생산회사들이 2020년에만 30억 달러가 넘는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미욘드 미트는 2019년에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기업의 입지가 더 탄탄해졌다. 대체 수산물을 생산하는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핀레스 푸드(Finless Foods), 오션허거푸드(Ocean Hugger Foods), 훅드 푸드(HookedFoods), 블루날루(BlueNalu), 시오크 미트(Shiok Meat) 등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에서 수없이 많은 대체 수산물 생산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주로 식물성 대체 연어나 세포 배양 참치나 새우 등 갑각류를 생산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 같은 대체 수산물이 피시 버거와 같은 햄버거 패티를 만드는데 유리하고, 시장성도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 3D 프린팅으로 대체 연어를 만드는 세상 ]

 

대체 수산물 생산회사들이 내건 비전은 바다의 지속 가능한 생산이다. 다만 경영전략과 목표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핀레스 푸드의 경우, 식물 기반 참치와 세포 기반 참치에 중점을 두고, 상업적으로 이용가능한 생선살을 생산한다는 게 목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와일드 타입(Wild Type)은 바다에서 키우는 연어보다 더 싼 대체 연어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레보 푸드(Revo foods)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여 식물성 대체 연어 제품을 만들어 유럽시장에 판매한다. 우리나라 우아한 형제들과 CJ 제일제당 등이 투자한 싱가포르의 시오크 미트는 새우와 같은 갑각류 대체 수산물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 각 회사 홈페이지

 

대체 수산물 생산시장은 스케일 업 단계에 진입했다. 미국과 유럽의 스타트업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키워나가는 단계라는 표현이 맞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로 봤을 때 앞으로 이 부문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3월 수산식품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서 정부는 수산부문의 푸드테크 산업을 키우기 위해 대체 수산물을 개발하는 프로그램 두 가지를 내놓았다. 첫째, 수산자원 고갈 문제를 해소하고, 채식시장 공략을 위해, 해조류 추출물을 활용하여 인공 참치새우 등 대체 수산물을 개발한다. 둘째, 수산물 유래 세포를 배양하여 자연 수산물과 비슷한 맛을 내는 인공 수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배양육 실용화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법률로 정한 정부 계획에서 대체 수산물 개발에 관한 사항이 들어간 것은 매우 획기적인 일이다. 최근의 비즈니스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외국의 수산 스타트업 등이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기술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3년부터 대체 수산물 시장에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시장 선점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다. 또 하나 간과한 것이 있다. 대체 수산물 시장은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비즈니스 전략에서부터 시장 조사, 규제 업무, 제품 디자인 및 개발, 제조, 마케팅, 판매 및 유통 등 신경을 쓸 부문이 한둘이 아니다. 늦으면 지는 것이다. 이왕 가는 길이라면 먼저 가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