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웹소설은 어디에 당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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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이 문학의 미래가 될 거라는 호언장담이 사람들이 이토록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울려 퍼지고 있다. 직장인이 되었건 가정주부가 되었건 또는 저 공고한 출판과 문단의 문턱을 넘는 데 지친 작가 지망생들이 되었건 웹소설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절찬리에 연재되었던 <암흑검사> <왕세자의 살인법>의 ‘초연’ 작가는 수원 지방검찰청 검사가 아니었던가.
웹소설 유튜버 ‘북마녀’와 『나도 웹소설 한번 써볼까?』 『웹소설 써서 먹고 삽니다』 『밀리언 뷰 웹소설 비밀코드』 『읽다가 밤새는 웹소설의 비밀』 같은 웹소설 입문서를 발판 삼아 본캐와 부캐를 오가는 이들은 모두 ‘쓰려는’ 자들일 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현재 활동 중인 웹소설 작가가 2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1990년대 PC통신 문학이 깜빡였듯이, 2000년대 인터넷 소설이 열렸듯이, 네이버․카카오페이지․문피아․조아라․노벨피아․북팔 웹소설․포스타입 등 모바일 플랫폼이라는 시대의 변화가 ‘쓰려는’ 자들을 작동시켜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일용할 ‘간식’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2013년 100억 원에서 2021년 6000억 원대로 60배 성장한 시장의 위력과 700곳을 넘어선 웹소설 출판사의 활황 속에서 짧은 호흡의 빠르게 읽히는 ‘스낵 컬처(snack culture)’는 더욱 빠르게 소비될 것이다. 영어․중국어․일본어로 서비스되고(웹소설 <도굴왕>), 글로벌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와 아마존 소설 연재 서비스 ‘벨라’에 장착되는 글로벌한 사건 앞에서 문학, 출판, 작가라는 이름의 ‘과거’는 그 결과를 도리 없이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 tvN / MBC / KBS / JTBC
그래서일까. 이제는 문학과 출판과 작가라는 장르와 비즈니스와 직업도 주식에서 간식으로 주력 품목을 바꾼 모양새가 확연하다. 그래서 세상이 온통 가벼워졌다. 가벼운 것들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침투했고, 우리의 상상세계를 뒤바꾸어 놓았다(질 리포베츠키, 『가벼움의 시대』). 웹소설, 웹툰은 물론 드라마의 성공조차 1화와 2화에서 결정될 정도로 수명이 짧아졌다. 오랫동안 내려온 글쓰기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엮으면 ‘댓글’로 응징 받으며 퇴출된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이태원 클라쓰> <연모> <옷소매 붉은 끝동> 등 드라마나 영화로 히트되어야 해서 판타지, 무협, 로맨스를 벗어나서도 안 된다.
물론 짧고 빨라야 성공, 아니 생존하는 이 시대에 여전히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가엽기 그지없는 나의 ‘관전평’일 뿐이다. 단언컨대 웹소설은 이제 하나의 ‘장르’다. 시대와 매체와 스토리텔링의 변화에 맞설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두려운 마음으로 말하건대, 웹소설이 아닌 웹소설 ‘플랫폼’의 전성시대가 아닌지 염려될 뿐이다.
알다시피 고전문학의 주요 소재 중 하나는 ‘바다’였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쥘 베른의 『해저 2만리』, 허먼 멜빌의 『백경』 등 일명 ‘바다 문학’은 제각각 눈이 부시게 푸르렀다. 아쉽게도 ‘회·빙·환(회귀·빙의·환생)’이라는 신묘막측한 자유로움에도 불구하고 웹소설의 깊이와 넓이가 고전문학의 천지인(天地人)을 초월해 우리를 인도하는지는 의문이 든다. 세일러복을 입은 열네 살 소녀가 부모의 유품인 팔라스 호로 망망대해를 누비다가 폭풍을 만나 배를 잃고 고립무원의 섬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한 바다의 팔라스 아테나> 시리즈(하토미 스타) 같은 장르문학의 대를 잇는 깊고 넓은 웹소설의 유영을 보고 싶은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지금 웹소설로 글과 말의 버전을 전환한 당신이 그 주인공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