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우리나라에는 해양로봇 기술을 객관적으로 시험ㆍ평가하는 곳이 없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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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도 많고 기능도 다양한 해양로봇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해양개발을 4대 핵심 산업으로 분류할 정도로 경제·물류·교통의 핵심, 기후변화 최대 조절, 생명의 근원지, 광물·수산 자원의 보고인 바다는 그만큼 중요하다. 해상 풍력발전, 조력·조류·파력발전 등 대체 에너지 개발 확대에 따른 해양플랜트 건설과 장대 해상교량, 해저터널 등 다양한 목적의 해양구조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해양 개발의 중요성이 더욱더 커지고 있다. 과거 해양 개발은 대부분 잠수사에 의존하여 진행된 반면, 사람들의 관심 영역에 해당되는 수심이 점차적으로 깊어짐에 따라 해양로봇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 크랩스터 >
해양로봇은 활용 분야에 따라 크게 과학 목적, 군사 목적, 상업 목적, 레저 목적, 구조·구난 목적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기능별로는 무인 수상선(Unmanned Surface Vehicle, USV)과 수중로봇(Unmanned Underwater Vehicle, UUV)으로 구분된다. 수중로봇은 원격 무인잠수정(ROV, Remotely Operated Vehicle), 자율형 수중로봇(AUV, Autonomous Underwater Vehicle), 수중글라이더(Underwater glider), 견인식 잠수정(TUV, Towed Underwater Vehicle), 기뢰제거로봇(MDV, Mine Disposal Vehicle) 등 기동 방식, 동력원에 따라 분류될 수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도 해양로봇에 대한 필요성이 인식되어 1980년대부터 다양한 해양로봇들이 R&D를 통해 개발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해저 6,000m 환경을 탐사할 수 있는 해미래, 조류나 탁도 등의 열악한 해양환경을 극복하면서 해양조사를 수행할 수 있는 크랩스터, 최대 2,500m 수심에서 해저케이블/파이프라인을 매설하거나 해양구조물 유지관리를 할 수 있는 수중건설로봇 등이 있다.
해양로봇의 시험·평가가 필요한 이유
일반적인 연구개발 과정을 볼 때, 개발하고자 하는 아이템이 선정되면 원천기술 개발, 응용·시스템 기술 개발, 실용화 연구, 실제 현장 투입 등을 통한 사업화, 해당 아이템에 대한 인력 양성 등의 흐름으로 진행된다. 하나의 신산업이 성공적으로 창출되고 유기적이면서 활발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선순환적 생태계 구조를 조성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해양로봇 산업도 마찬가지다. 해양 신산업 중의 하나인 해양로봇의 경우, 연구개발을 통해 사업화를 진행 중이긴 하지만 선순환적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채워지지 못한 부분이 남아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인증 및 표준화 단계이다. 인증 및 표준화는 신산업 분야의 사업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단계이며, 인증시스템이 없을 경우 국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트랙레코드(Track record), 즉 실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수중건설로봇을 예로 들어보자. 2013년도부터 국내 순수 기술로 원격 무인잠수정(ROV) 형태의 3종의 수중건설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제작하였으며, 추가적인 예산과 엄청난 노력을 집중하여 각 로봇별로 실적을 확보하고 있다. 육상의 다른 산업, 아니 굴삭기나 크레인 등과 같은 육상 건설 장비와 유사하게 인증 시스템이 갖춰졌다면, 수중로봇에 대한 특별한 실적 없이도 현장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해양로봇에 대해서는 인증시스템이 없다 보니 현장 투입을 위해 과도한 실적을 요구받는 것이다. 이렇듯 해양로봇의 명실상부한 상용화 단계를 위해 필수적인 인증시스템은 해외에는 없을까? 인증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무엇이 필요할까? 하나하나 풀어보자.
석유나 가스 채취 등 해양 개발을 일찍부터 진행해온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해양로봇을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해양로봇을 보유하고 있는 거대 다국적 기업 측면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쌓은 많은 경험과 실적을 무기로 굳이 인증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없고, 그만큼의 기술적인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에서 인증시스템을 추진해야 할 이유이다.
해양로봇의 인증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제 표준화를 먼저 추진하여야 한다. 정확성, 합리성 및 국제성을 높이기 위하여 국가적으로 공인된 과학적·기술적 공공기준을 바탕으로 각 항목별로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객관적인 시험·평가 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즉, 해양로봇의 안정성·신뢰성·내구성 등 실증 데이터를 제출하는 데 있어 객관적인 시험·평가 체계와 공인화된 실해역 시험장 개념의 테스트베드(Testbed)가 필수적이다.
실제 해양로봇 시험평가를 필요로 하는 민간 수혜기업들의 경우, 객관화 및 공인화된 시험·평가 체계와 실해역 시험장이 부재하여 개별적, 일회성으로 진행됨에 따라 시간적·비용적 손실이 크게 발생한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민간기업 이외에도 대학교나 연구소에서 원천기술 및 응용 기술 개발 단계에서 필요로 하며, 해군이나 해양경찰청 등 발주기관 차원에서도 객관적이고 상시 운용이 가능한 공인화된 시험평가 체계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해양로봇 시험·평가 계획
< 해양로봇의 수조 시험장 >
ⓒ 수중로봇실증센터
해외의 경우, 해양로봇에 대한 시험·평가를 위한 실해역 시험장 개념의 테스트베드를 확보하고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미국과 유럽만 하더라도 각각 6개 이상, 4개 이상의 테스트베드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MIT는 무인선 성능평가를 위한 테스트베드를 찰스강 인근에 설치하였고, 무인잠수정 성능평가를 위한 전용 테스트베드가 포르투갈 Instituto Superior Tecnico, 스코틀랜드 Underwater centre에 설치되어 운용되고 있다. 스페인은 PLOCAN 프로젝트를 통해 해양플랫폼을 해양연구 목적의 인프라로 구축하여 해양에너지 개발, 3차원 해양관측시스템 개발, 해저케이블 관측망 구축 등 해양모니터링 체계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외에 각 국가별로 다양한 해양 테스트베드 활용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해양로봇에 대한 공식적인 시험·평가 체계 및 인증시스템은 없으며, 실해역 시험장 또한 전무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해양로봇에 대한 객관적인 시험·평가 방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우선, 해양 무인시스템의 객관적인 시험·평가를 위해 각 시험·평가 항목에 대한 체계를 개발하고, 실내와 내해, 외해로 구분되는 공인화된 시험장 조성 및 각 구역별 특성에 맞는 운용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2023년 해양수산부 신규 R&D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 실해역 시험장 개념도 (내해조건) >
< 실해역 시험장 개념도(외해조건) >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① 해양로봇 플랫폼을 비롯하여 이외에도 구성 부품이나 부분품의 객관적인 기술 성능(Development Test) 및 운용 성능(Operation Test) 등의 시험평가 체계 기술을 개발하고, ② 다양한 해양로봇의 내해 및 외해 조건 실해역 시험장을 조성하고 통합 운영 기술을 개발함과 동시에 ③ 해양로봇의 시험평가체계 및 실해역 시험장에 대해 민·관·군 등 수혜기관 대상 개방형 플랫폼(리빙랩) 구축하는 것이 포함된다. 실내 조건의 경우, 경상북도 포항에 기 구축된 수중로봇복합실증센터 내 수조(3차원 수조 및 대형 회류수조)를 활용하고자 하며 해양로봇의 공인시험성적서 확보 또한 추진할 계획이다. 전라북도 새만금 해역에 내해 실해역 시험장을 조성하고 해양로봇의 기본‧자율운항, 운항 제어, 임무 수행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장, 관제센터 등 성능평가 기반 시설을 보유한다. 여기서는 해양로봇의 각 성능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센서와 측정치를 분석‧평가하기 위한 성능 측정・분석 장비 또한 구축된다. 외해 조건의 경우, 수심이 깊은 동해안 해역을 대상으로 수중 바닥을 사각형 형태(수심 30m 이상, 유효 구역: 4X4km)로 설정하고, 해상 실험에 필요한 정보(해양환경, 수중 위치 확인 등)을 전송할 수 있는 통합계측 및 송수신 장치 또한 구축될 계획이다. 이 경우, 시험평가 선박인 장영실호를 활용하여 보다 안정적인 조건에서 테스트가 이루어질 수 있다.
< 시험평가선 ‘장영실호’ >
이렇듯 실내, 내해, 외해 조건에 대한 공인화된 시험장 조성 및 해양로봇의 원격 운용, 제어 및 회수 등 시험평가를 위한 육‧해상 통합 관제 시스템까지 구축 및 운용된다면 객관화된 시험·평가 체계와 더불어 해양로봇의 원스톱(one-stop) 인증 서비스까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즉, 해양로봇의 기능 및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시험항목들에 대해 전문가들의 참여하에 준비된 평가 절차서(평가 위치, 필요 장비 및 센서, 평가 방법, 절차 등 포함)를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계량화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수중로봇의 이동속도의 경우 이전에는 수중로봇에 부착되어 있는 USBL(Ultra-Short BaseLine, 초단기 기준선)이나 DVL(Doppler Velocity Logger, 도플러 속도 로거) 등 음파 센서들을 이용하여 자체적으로 평가하였다면, 실해역 시험장을 이용할 경우 해저면 특정 위치의 설치된 한 쌍의 구조체 및 센서들을 활용하여 구조체 간 이동하는 시간에 근거하여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해양로봇의 미래, 인증제 도입부터
해양로봇에 대한 객관적인 시험·평가 체계가 구축되고 활발히 운용된다면, 해양로봇의 선순환 체계 수립을 통해 해양로봇 관련 신사업 창출과 양질의 일자리 확보 등 국민 체감형 연구개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해양로봇의 시험평가 체계 및 실해역 시험장은 구축 시, 민간뿐만 아니라 해군, 그리고 해양경찰청까지 활용 다각화를 통해 국가임무해결 형태의 사업 추진이 가능하여 안전 및 방위 목적으로 개발되는 해양로봇의 성능평가를 비롯하여 교육·훈련에도 활용 가능하게 될 수 있다. 나아가서는 글로벌 표준화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국외 대비 기반이 취약한 국내 해양장비에 대한 기술 인증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전세계 국제 인증시스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해양로봇에 대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순차적인 연구개발 및 정부의 예산 지원, 전문가들의 추진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