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로봇이 해양 산업 현장을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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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해양 산업 현장을 누빈다!
최근 들어, 로봇기술이 신속하게 발전함에 따라 오늘날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덮고 있는 저 드넓은 바다에서 다양한 로봇들이 과학탐사, 국방, 에너지, 건설 등 많은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중에서 오늘은 해양 산업현장 최전선을 누비고 있는 수중로봇에 대하여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수중로봇은 그 운용 환경 때문에 태생적으로 군사 목적으로 개발되었으며, 6~70년대 석유·가스 산업의 발전에 힘입어 민수분야에서도 신속한 발전을 가져왔다. 육상 및 항공 분야의 로봇 및 드론과 달리 수중에서는 주로 잠수정이라 불리며 크게 원격무인잠수정(ROV : Remotely Operated Vehicle)과 자율무인잠수정(AUV : Autonomous Underwater Vehicle)으로 나뉜다. 오늘 소개할 산업현장 로봇은 원격무인잠수정에 해당되며, 주로 사용자의 원격제어를 통한 수중 정밀 작업이 가능하다.
< 석유·가스 시추현장에서의 원격무인잠수정 >
© 위키피디아
< HUGIN 자율무인잠수정 >
© 콩스버그 해양
오늘날 수중 산업현장은 크게 해양 석유·가스 시추 현장, 해상 풍력발전·조류발전·파력발전을 비롯한 다양한 해양플랜트 시공 및 작업 현장, 그리고 대륙과 도서, 대륙과 대륙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배관 매설 및 유지·보수 현장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현장에서 수중로봇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로, 로봇에 부착된 다양한 소나(SONAR 초음파를 발신하여 그 반사 파동으로 수중 장애물이나 해저 상황을 탐지하는 장치), 카메라 영상을 통하여 주변 환경을 인지한 후, 로봇의 전방에 부착된 두 대의 로봇 팔을 이용하여 수중에서 다양한 정밀 작업을 하는 역할이 있다. 지난 2010년 4월에 일어난 미국 멕시코만 딥워터 호라이즌 폭발 사고에서 파손된 시추구에 마지막으로 새로운 뚜껑을 장착하여 원유 유출을 중단시키고, 지난 2019년 2월 18일 스텔라 데이지호 블랙박스를 수색하고 회수한 주인공이 모두 이 원격무인장수정(ROV)이다.
두 번째로는, 산업현장에서 해저 케이블 및 배관 매설 및 유지·보수 기능이다. 위에서 언급한 해양 석유·가스 시추선과 육지를 연결하는 가스 배관, 해상 풍력발전을 비롯한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 관련 해양플랜트와 육지를 연결하는 전력, 통신케이블 및 육지와 도서, 대륙과 대륙을 연결하는 전력 및 광통신 케이블, 마지막으로 가스 및 상수 배관의 설치 및 유지보수 등 모두 수중로봇의 역할이 기대되는 현장이며,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로봇을 매설로봇(Trencher)이라 부르기도 한다. 현재 이러한 매설로봇의 시장은 미국의Perry Slingsby사(Forum Energy Technology의 자회사 | https://f-e-t.com)와 영국의 SMD(Soil Machine Dynamics)사(https://www.smd.co.uk/)가 양분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몸담고 있는 ㈜KT서브마린이 보유하고 있는 5대의 매설로봇 모두, 이 두 회사의 제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에 해양수산부와 경상북도, 포항시의 지원으로 수중건설로봇사업단이 발족되었으며, 1단계(2013.09~2019.04) 사업으로 수중 경작업용 로봇 URI-L, 해저 케이블·배관 매설로봇 URI-T와 URI-R을 개발했다. 그중 URI-T의 경우 해저 연약지반, URI-R의 경우엔 암반과 같은 단단한 해저 지층에서 매설을 목표로 개발되었다. 2019년 5월부터는 2단계 사업이 시작되었으며, 세 대의 건설로봇은 다양한 상용화 현장에 투입되어 그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 URI-L >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 URI-T >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 URI-R >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URI-T의 경우, 지난 2018년 10월 동해상 500m 수심의 해저에서 최종 성능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019년 1월에는 ㈜환경과학기술에 기술이전되었다. 2019년 11월에는 통영 욕지도와 연화도, 대도를 잇는 상수도관 해저 매설 공사에 투입되었으며, 2020년 7월에는 베트남 PTSC 가스 배관 매설 공사에 투입되어 총 30km 구간의 배관 매설을 성공적으로 마쳐 국내 최초 수중로봇의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의 열풍에 힘입어 산업용 수중로봇도 점차적으로 스마트한 로봇으로의 진화를 앞두고 있다. 즉, 로봇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사용자의 원격제어에 의존하기보다는 사용자가 특정 명령을 주면 로봇이 알아서 척척 해내므로 보다 손쉽고 효율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주어진 미션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영국, 미국, 노르웨이 등 해양 선진국과 주변국인 중국에서는 이미 이러한 스마트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에 맞춰 기존의 연구개발 전략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이러한 국가적 차원에서 투자 및 전략적 로드맵의 수립과 동시에 젊은 공학도들의 수중로봇 분야에 대한 더욱더 많은 관심과 열정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계홍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수석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