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그렇게, 로봇(Robot)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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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로봇(Robot)이 왔다.
로봇을 말할 때, 사례로 드는 회사 두 곳이 있다. 영국의 온라인 식료품 유통 업체 오카도와 미국의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2012년에 키바 시스템즈(KIVA Systems)를 전격적으로 인수하면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로봇 물류 시장을 열었다. 현재 키바는 물류센터와 배송 거점의 자동화 솔루션을 구축하면서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마존 로보틱스 물류 사업을 전담하는 핵심 조직으로 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아마존은 라스트 마일 풀필먼트(Last Mile Fulfilment)를 스마트화하면서 소비자들이 주문한 상품 픽업이나 포장·배달에 이르는 모든 화물 처리에 로봇을 활용하는 대표기업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런 아마존이 지난해 9월에 자체적으로 제작한 가정용 로봇 견 아스트라를 1449달러에 시판하고 나섰다. 키바 시스템즈를 인수한 지 10년 만에 가정용 로봇 시장까지 진입하면서 아마존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로봇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오카도, 초고속 성장의 비밀
오카도는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회사다. 2000년, 당시 영국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온라인 슈퍼마켓을 설립하면서 회사 명칭을 아보카도에서 따왔다. 아보카도처럼 신선한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신속하게 배송한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한다. 이 같은 다짐을 가능케 한 것이 이른바 오카도의 최첨단 로봇 물류 시스템이다. 오카도는 2015년에 ‘소비자의 수요 예측→자동화 물류센터 구축→스마트 배송·배차 관리’로 이어지는 통합물류 시스템을 마련했다. 로봇틱스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식료품 주문을 빠르게 처리하는 한편, 신선도를 유지하고, 상품 폐기율은 낮추는 혁신을 이뤄냈다. 특히 오카도의 격자형 인공지능 로봇 물류 시스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정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카도가 설립 10년 만에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대형 유통 업체 테스코와 아스다에 이어 온라인 식료품 분야 매출이 세 번째로 많은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이다. ⓒ "바둑판 물류센터의 비밀… 사람이 200개를 꺼낼 때, 로봇은 700개를 꺼낸다", 조선일보, 2022.01.13
< 오카도 본사(1) 및 그리드형 로봇 물류시스템 일부(2-3) >
ⓒ 오카도 그룹 홈페이지
일상으로 파고든 로보틱스
최근 들어 로봇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인공 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확산과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이 로봇 시장의 성장세를 이끄는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로봇 시장은 일반적으로 산업용 로봇 시장과 서비스 로봇 시장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의 팽창과 글로벌 물류 대란이 야기되면서 로봇 물류 시장도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 자동차 그룹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은 2025년에 177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5년 전에 로봇 시장 규모는 245억 달러, 그리고 2020년에는 444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비춰보면, 앞으로 로봇 시장의 성장 추세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향후 1인 가구의 증가와 초고령 사회 진입 등으로 서비스 로봇과 물류 로봇 시장의 규모가 더욱 커질 거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지 로봇을 이용하는 이른바 로봇의 일상화가 눈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 Boston Dynamiscs사의 네 발로 뛰는 로봇, 두 발로 뛰는 로봇 >
ⓒ Boston Dynamiscs사 홈페이지
< 글로벌 로봇 시장 성장 추이 >
COVID 19의 전 세계 확산 이후 글로벌 로봇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 현대차그룹
해양로봇은 아직 초보 단계
해양 부문의 로봇화도 눈에 띄게 진전되고 있다. 앞에서 예로 든 물류 로봇 말고도 해양탐사부문에서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큼 로봇 활용 기술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미국 우즈홀 연구소는 2016년에 북극 탐사용 수중 로봇(NUI, Nereid Under Ice)을 실 해역에 투입한 바 있다. 세일드론도 드론 로봇을 개발하여 해양탐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바다 쓰레기를 거둬들이는 탐사로봇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중국의 수중 로봇업체인 로봇시(Robot Sea)가 로봇 샤크를 출시한 데 이어 네덜란드에서도 같은 이름의 쓰레기 상어 로봇을 내놨다. 국내에서도 여러 가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지난해 수중 건설 로봇을 개발하여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갖췄다. 타스 글로벌은 해양수산부 예산을 받아 호주의 에코섭시(Ecosubsea)가 장악하고 있는 세계 선박 수중 청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로봇을 개발 중이다. 이 로봇이 시판에 들어가면, 그동안 수작업에 의존했던, 따개비 제거 등 물속의 선박 외부 청소가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NUI(Nereid Under Ice) 수중로봇 >
ⓒ 우즈홀 해양연구소 홈페이지
< 네덜란드의 랜마린(RanMarine)사의 Waste Shark >
ⓒ 네덜란드의 랜마린(RanMarine)사 홈페이지
< 상어의 움직임과 형태에서 영감을 받은 Robosea사 ‘로보 샤크(Robo-Shark)’ >
ⓒ Robosea사 홈페이지
한국생산기술연구원도 2016년 부산 기장에서 해양로봇센터를 열고, 양팔 작업이 가능한 지능형 원격 조정 수중 로봇(ROV, Remotely Operated Underwater Vehicle)을 개발했다. 해양로봇센터는 로봇 개발에 필요한 테스트 베드(test bed) 역할도 겸하고 있어 민간기업과의 협력 체제를 만드는 데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우리 해양 로봇 시장은 다양한 쓰임새와 필요에도 불구하고,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특히 어선 조업 현장에서 안전사고 등이 자주 일어나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부분의 로봇 활용 기술이 시급하다. 덴마크는 푄 섬에 있는 옛 조선소 부지(오단세)를 국가 로봇 클러스터로 만들었다. 로보틱스를 산업의 한 축으로 키우기 위해 스타트 업을 유치하는 등 새로운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곳에서 의료 로봇 등 부가가치가 높은 로봇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성장 잠재력이 큰 새로운 해양 로봇 시장을 만들 때다. 신 해양산업이 바로 이것이다.
(주)에코트라 오션 랩
연구개발본부장, 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