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세계의 바다를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 '리듬, 맛, 파도'
페이지 정보

본문
스페인 이비자의 리듬, 멕시코 칸쿤의 맛, 호주 본다이비치의 파도
드디어 코로나로 오랜 시간 멈추어있던 비행기가 뜬다. 여행을 떠난다면, 어떤 곳이 좋을까? 나는 그곳이 영감의 장소라면 좋겠다. 여행을 할 때면 장소의 역사는 사람의 인생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사람이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며 삶의 이야기를 쌓아가듯이, 공간도 역사와 변화를 더해가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글에서 소개할 해양 여행지도 마찬가지다. 바다라는 대자연이 그 지역의 문화, 비즈니스, 사람들과 만나 각자의 매력을 품은 채 근사한 곳으로 거듭나고 있는 곳들이다.
‘세계의 바다를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에서 소개할 해양관광지는 유럽, 북미, 오세아니아에 자리 잡고 있다. 내가 여행한 세 곳의 바다는 세 가지 감동으로 다가왔는데 유럽 스페인의 이비자는 밤마다 음악과 춤으로 가득 차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가지로, 북미 멕시코 칸쿤은 풍부한 자원에 자본과 서비스가 더해져 무엇이든 다 먹을 수 있는 얼인크루시브의 천국으로, 오세아니아 호주의 본다이비치는 바다와 파도에 그 지역 사람들의 역사가 더해져 누구에게나 열린 인피니티풀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다.
스페인 이비자, 파티 투나잇! 열정과 청춘의 여행지!
< 이비자 해변 클럽에서 음악과 리듬을 즐기는 여행자들 >
이비자는 스페인의 섬으로 클럽을 사랑하는 여행자들의 천국이다. 유럽인들이 여름휴가지로 가장 선호한다는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늘 궁금했다.
나는 이비자섬으로 가기 위해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8월 휴가철 비행기로 이동했는데, 이비자로 가는 길은 이미 축제가 시작되고 있었다. 어디론가 가기 위해 타는 비행기에는 늘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있다. 관광객, 비즈니스맨, 학생... 다양한 목적과, 복잡한 심정들을 실어 나르는 비행기와 달리, 이비자행 비행기에 탄 사람들의 목적은 선명하다. 모두 놀고 즐기기 위해 여름의 휴가지로 이비자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이비자행 비행기 스피커에는 안내방송 대신 신나는 멘트와 음악이 흘러나오고, 맥주 주문은 끊이지 않고, 그렇게 이미 각자의 축제는 비행기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 이비자 클럽의 ‘디스코티켓’을 판매하고 있는 동네 상점들 >
이비자의 첫 느낌은 "참.. 천재들이로군.." 하는 감탄이었다. 그 섬은 아무것도 없었다. 부산으로 비교하면 화려한 건물과 근사한 백사장, 바다가 어우러진 해운대가 아닌, 시골의 어느 어촌마을 분위기 정도.. 그곳에 유명 클럽들이 들어왔고, 어촌마을의 슈퍼마켓에서는 클럽 티켓을 팔고, 세계의 여행자들은 매일 밤 다른 클럽을 돌며 음악과 춤과 그 도시의 열정을 즐긴다.
그 덕분에, 이비자 해변에 자리 잡은 볼품없는 호텔은 하룻밤에 수십만 원을 내야 예약할 수 있고 사람들은 매일 밤 클럽 티켓을 사고, 음악과 함께 바다 마을의 밤을 보낸다.
내가 간 클럽은 '암내시아', 거품 파티로 유명한 이비자의 클럽이다. 매주 2회, 거품파티가 있는데, 밤이 깊어지고 아침이 밝을 때쯤 하이라이트인 비누거품이 클럽 안을 가득 채운다.
처음엔 무릎까지, 그다음엔 허리, 그리고 설마설마... 머리 위까지 거품이 찬다. 허우적허우적.. 춤을 추던 세계의 청춘들은 웃음 반, 울음 반, 거품의 늪에서 헤매고, 거품은 조금씩 조금씩 물로 변해서 가라앉으며 클럽 안을 채운다.
“부질없다. 거품 같은 욕심으로 가득 찬 인생사” 이런 사색을 할 여유 따위는 없다.
그냥 허우적거리며 거품을 즐기거나, 거품을 대피하기 바쁘다. 춤을 추던 이들은 홍수도, 수영장도 아닌 그곳에서 첨벙첨벙 거리고, 누군가는 거품이 앗아간 분실물을 찾아 발을 동동 거리기도 하면서 그렇게 이비자, 어느 시골 어촌마을 같은 곳의 밤은 화려하게 마감된다. 그리고 사람들은디스코버스라는 이비자의 클럽 전용 셔틀을 이용해 숙소로 돌아온다.
시골의 비싼 방은 해가 뜰 무렵에야 돌아온 관광객들로 가득 차고, 사람들은 늦잠과, 한낮의 해변을 만끽한다. 낮에는 4시간 정도 진행되는 보트 파티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배 위에서 춤추고, 술 마시고, 바다로 나가 수영과 해양 레포츠를 즐기는 파티다. 그리고 밤이 되면, 또 다른 클럽으로 출근을 한다. 앵두 모양 로고가 상징인 ‘파차’, 호텔 수영장 앞에 무대가 있는 ‘우수아이야’, 라인업이 좋은 ‘프리빌리지’까지 이비자의 여름밤은 매일 음악과 흥겨움으로 꽉 채워진다.
이비자의 매력은 사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 의해 더해진다. 유럽인들이야 그렇다 치고, 한국에서 스페인의 이비자섬까지 찾아오는 이들은 누구일까? 내가 만난 사람들은 세계여행 중 들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휴가 기간 마음먹고 날아온 직장인들도 있었다. 체력 좋은 사람들, 예술가들, 불타는 청춘들!!! 모두 모여 이곳에서 음악과 리듬에 취하기로 약속을 한 듯 이비자의 밤은 뜨겁다. 열정과 청춘의 파티를 원한다면 그 섬으로 가길. 스페인 이비자!
멕시코 칸쿤의 맛 - 무엇이든 다 먹을 수 있는 호텔
< 카리브해의 에메랄드 빛 바다와 얼인크루시브 호텔 하얏트질라라 >
멕시코 칸쿤의 카리브해 바다는 에메랄드빛으로 맑고 예쁘다. 그런데 칸쿤의 예쁜 바다를 보면서 맛있는 음식과 술을 원하는 만큼 다 먹을 수 있다면 어떨까? 그야말로 지상천국이다. 나는 멕시코의 여러 도시들을 돌아보고 칸쿤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한국에서 미국을 경유해, 신혼여행지로 선택하는 곳, 멕시코의 자연환경, 값싼 노동력에 미국의 자본주의가 만나 만들어낸 환상의 휴양지!
칸쿤은 배낭여행자를 위한 저렴한 숙소가 모여 있는 지역과 해양테마파크 존, 그리고 호텔 존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에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은 무엇이든 다 포함된 all inclusive 시스템이 이는 호텔 존이다. 원래 이곳은 1970년대 이전까지 사람이 살지 않는 어촌마을이었는데, 미국의 대부호가 요트 여행을 하다 칸쿤을 발견하고 개발을 시도했으나 사업비 때문에 포기하고, 멕시코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칸쿤 개발을 부탁, 1974년 관광개발공사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이 진행됐다. 초록빛 바다, 하얀 모래사장 앞에는 이미 세계적 체인의 호텔들이 가득 들어서 있다.
칸쿤의 얼인크루시브 시스템은 호텔 방값에 레스토랑, 룸 냉장고 음식은 물론 바에서 마음껏 술을 마시고, 원하는 리조트 시설을 다 이용할 수 있게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멕시코의 저렴한 물가 덕분에 그렇게 비싸지도 않다. 그래서 칸쿤의 호텔은 마음껏 먹고, 마시고, 놀기에 최적의 장소다.
< 얼인크루시브 호텔 하얏트질라라 >
내가 예약한 곳은 하얏트 질라라호텔, 오랫동안 여행하며 저렴한 숙소에서 쭈그러져 있었던 몸을 펼치고, 빠듯한 예산에 웅크리고 있던 식탐과 식욕도 펼치며 오랜만에 최고급 호텔시설을 누려보고 싶었다. 방으로 들어가자 함께 여행하는 친구 유진이의 표정도 밝아졌다. 우리는 주로 남미 오지를 함께 여행했는데, 알뜰한 여행을 선호하지만 가끔 방문하는 고급 호텔을 더 사랑한다. 여기서 몇 끼를 먹을 것인가의 중요한 문제를 고민하다 저녁으로만 두 끼를 먹기로 한다. 중국집도 가고 일식집도 가자! 칸쿤의 얼인크루시브는 그런 것들을 제한하지 않는다. 이 마음 편안함은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일까? 여행을 하다 보면 특히 미국과 유럽의 호텔을 이용할 때면 늘 부담스럽다. 비싼 물가에 세금, 팁까지.. 그런데 칸쿤 이곳에서는 그 복잡한 계산과 지갑을 내려놓게 만들어 준다. 멕시코의 대자연과 미국의 자본이 만들어낸 여행지 칸쿤, 그곳에서 나는 잠시나마 빠듯한 여행경비의 계산으로부터 해방되는 자유로운 휴가를 맛보게 된다. 타코도, 모히또도, 데낄라도, 코로나도 모두 실컷 먹고 마실 수 있는 천국!
칸쿤에는 호텔 외에도 세계 최대의 천연 워터파크 셀하(Xel Ha)가 있다. 셀하는 “그동안 말로만 듣던 해양테마파크란 이런 곳이구나”를 한 번에 알게 해준 곳인데, 얼인크루시브로 입장료에 테마파크 안에 있는 레스토랑과 바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음식비는 물론 수영, 스노쿨링 등 체험과 필요한 장비를 빌리는 비용도 다 포함되어 있어 마음 편하게 자연 그대로의 숲과 바다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칸쿤 주변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마야 유적지가 산재해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세 번째, 호주 본다이비치의 아이스버그, 모두를 위한 인피니티풀
< 모두에게 열린 인피니티풀, 본다이비치아이스버그 >
“파도가 들이치는 야외 풀장” 그저 한 장의 사진이었다. 내가 본다이비치로 향하게 된 것은
인피티니풀은 물과 하늘이 연결된 듯한 수영장으로, 최근 여행의 트렌드이고 사람들이 호텔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싱가포르 마르나베이샌즈의 호텔의 57층 루프탑 인피니티풀 수영장이 세계적 주목을 받았는데, 어느새 부산 기장 앞바다의 아난티와 해운대 엘시티의 수영장도 인피티니풀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도시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리고 여행자의 입장에서 아쉬움이 있다. 비싼 호텔을 이용하는 그들만의 장소이고, 그래서 가깝지만 먼 곳이다.
본다이비치는 시드니 시내에서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시드니의 태양과 바다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데, 남태평양과 맞닿아있어 파도가 유난히 높고 여름에는 서핑과 일광욕을 즐기기에 좋다. 본다이비치의 인피티니풀 아이스버그는 바다 해안절벽의 한쪽 끝, 암반 지형을 이용해 만든 곳에 자리 잡고 있어 바다인지, 수영장인지 헷갈리는 모습의 큰 수영장이다. 자연 속에 자연을 품은 수영장의 광경이 꽤 장엄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 수영장은 바닷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해수풀이고, 맑고 깨끗한 호주 바다를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으며, 그림같이 부서지는 파도 옆에서 수영을 즐기고, 파도가 심할 때는 풀장까지 넘어오기도 한다. 메인 풀장과 어린이를 위한 풀장이 있고, 안전요원도 있으며, 다양한 레스토랑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겨울에도 문을 열고, 매주 목요일은 제외하고 6시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운영하며 입장료는 성인 기준 호주달러 9불, 어린이는 6불이다. 값비싼 호텔을 이용해야 사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 아닌, 사진으로만 보는 인피니티풀이 아닌, 연중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진정한 랜드마크 수영장이다.
나는 날씨 때문에 수영장을 이용하지는 않고 한참을 감동하며 자연과 어우러진 인피티니풀을 둘러보고, 수 십장의 사진을 찍었다. 세계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힌 수영장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그리고 본다이비치 해변에서 서핑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해안가를 산책하고 피시앤칩스에 맥주 한 잔을 하며 내가 만난 가장 멋진 수영장의 감동을 되새겼다. 사실 아이스버그 수영장은 숨겨진 보석 같은, 자연스러운 감동이 전해지는 건축물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처음엔 세계의 많은 나라와 도시들이 다양한 랜드마크를 내세워 관광객을 유인하듯, 호주에서 전략적으로 건축가와 함께 자연과 어우러진 랜드만크를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곳은 1929년부터 운영되어온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Bondi Icebergs Club이라는 단체가 소유하고 있는데, 그들의 시작은 본다이 해양 구조대라고 한다. 인명 구조원들이 겨울철 체력 유지를 위해 수영 연습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졌고, 원래는 작은 양철 창고였는데 1960년대 한번 개보수를 하고, 2002년에 다시 오늘의 시설로 개보수를 통해 지금처럼 수영장과 역사관, 레스토랑 등의 부대시설도 갖추게 되었다. 역사만큼 기품이 더해진다.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 역사를 지켜온 지역의 수영 동호회가 관리한다고 하니 이곳의 역사는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언제나, 모두에게 열려있는 파도 옆 인피니티풀, 100년의 역사를 지킨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명소” 이들이 내세우는 가치는 어쩌면 가장 자연스럽고, 지속 가능한 해양관광지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좋은 도시를 만드는 건 직업이고, 영감의 도시를 공부하고 여행하며 그 기록을 담은 책을 쓰는 건 한때의 꿈이었다. 공부와 여행은 했는데, 책은 쓰진 못했고, 그 기록과 기억의 파편을 모아 이번 여행기‘세계의 바다를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 - 리듬, 맛, 파도’를 썼다. 그리고, 부산의 공간과 일상을 담은 로컬 매거진 ‘바다가’를 3년째 만들고 있다. ‘SEA&’ 구독자는 아마 ‘바다’, ‘해양’을 각자의 일과 관심으로 품고 있는 분들일 거 같다.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느 지점일지 모르지만, 각자의 바다와 해양이 나의 여행기처럼 어디에서 닿을지 모르니 마음껏 항해하고 여행하시길 바래본다.
김민정
부산도시공사 고객소통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