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새롭게 변모하는 해변도시, 그리고 미래 해양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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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바다는 언제나 우리 인류에게 경외(敬畏)의 대상이었다. 예로부터 우리 인류 문명은 강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그러나 강의 하류 퇴적지를 중심으로 강을 널리 이용한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바다를 활용한 사례는 많지 않다. 바다는 자연환경적으로 위험하고 정복하기 힘든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백제 건국신화에서도 미추홀(現 인천)에 자리 잡은 왕자 비류의 나라가 한성에 자리 잡은 온조의 백제에 비해 환경적으로 척박하여 국가 발전이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바다를 대면하고 있는 환경이 인간에게 결코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바다가 기록된 것도 동예나 옥저의 수렵‧채취 문화에서 수산업에 종사했다는 정도가 고작이다. 일본 해적(왜구)이 우리나라 연안지역을 노략질한 것도 신라시대부터 기록이 남아있긴 하지만 본격적인 것은 그보다 약 700년이 지난 고려 말기에 이르러서이다.
바다를 통한 교역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것은 돛이 발명되면서 대항해시대(Age of Discovery)가 열리게 된 15세기부터이다. 바다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시점이 산업혁명의 흐름과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증기선이 개발되고 디젤 선박이 등장하면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물선의 크기가 커졌고, 강변에 위치해있던 정박시설은 점차 바다로 이동해 항구가 되었다. 그러나 이른바 우리가 “해양도시”라 부를 수 있는 정도의 도시 출현은 아직 한참 뒤의 일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뉴욕, 호주 시드니, 일본 동경, 중국 상해나 우리나라 부산과 같이 해양을 면하고 있는 도시들은 공통적으로 물류와 무역 활동에 있어 바다를 이용할 수 있는 경제적 이점에 기반해 세계 유수 대도시로 성장해왔다. 경제수준이 높아지고 삶의 질을 중요시하게 된 최근은 바다가 가지는 본연의 심미적 쾌적성을 거주공간으로 끌어들인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해양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도시재생으로 유명한 영국 런던의 도크랜드 지역이나 우리나라의 인천 송도,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등을 들 수 있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와 같은 고급 주상복합아파트가 각광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점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산지가 많아 개발 가능한 국토공간이 좁거나,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국토 확장이 불가피한 경우 등에서 앞으로 해양도시 개발이 많은 대안으로 역할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해변 공간은 기본적으로 해상 교통과 육상 교통을 연결하고 아름다운 해안 풍광을 선사해 주며 해양레저활동이나 관광으로 즐거움을 주는 등 미래에는 더 중요한 역할과 높은 가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해양도시를 건설하고자 하는 노력과 기술이 한창 발전 중에 있으며 점차 가속도가 붙고 있는 요즘이다. 이미 세계 각국은 제각각의 멋진 해양도시를 건설하고 브랜드화하여 국제적인 관광도시가 되기 위해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바다는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 해일, 태풍, 해무 등과 같이 해변 생활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많다. 우리 인류가 안전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가치 있는 해변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재해 있다. 더군다나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고 슈퍼태풍과 같이 해양 환경 변화가 날로 심해지고 있어 그 시급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미래 해양도시 모습으로 부유식 구조물을 기반으로 한 해상 도시가 있다. 최근 해양 환경과 해양생태계 훼손에 대한 논란을 피하고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고자 부유식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부유식 인공섬 건설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 중 하나인 네덜란드는 최근 거대한 삼각형 모양의 플로팅 모듈 87개를 연결한 지름 5.1㎞의 부유식 인공섬 건설을 계획 중에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 최초의 플로팅 건축기술이 적용되어 2011년에 지어진 ‘세빛섬’이 있다. 해상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주거, 업무, 상업, 여가 등을 복합적으로 갖추고 식량, 쓰레기, 식수, 에너지를 결합한 폐루프 시스템(Closed Loop System) 모델을 개발하여 적용을 시도 중에 있다. 적정 규모와 밀도, 기술 등을 고려하여 플로팅 단위의 프로토타입을 설계하고 이들 간의 연결 방식에 따라 도시공간구조 변화와 확장 가능성도 연구 중이다.
< 부산시와 UN해비타트가 건설을 추진 중인 해상도시 개념도 >
ⓒ Oceanix 공식 홈페이지
< 해상도시 모습 >
ⓒ Oceanix 공식 홈페이지
다음으로 해저도시를 들 수 있다. 해저도시는 아직 먼 미래의 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일단 육지보다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기상에 영향을 받지 않아 초기 건설 비용과 기술적인 문제만 극복한다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하다. 다만 해저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바닷물을 이용한 담수화 시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체계와 수압을 항구적으로 견딜 수 있는 기술 등 높은 난이도의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 울산시가 건설을 추진 중인 해저도시 구상도 >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마지막으로 최첨단 정보기술이 접목된 해양 스마트 안전 도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해양도시가 가지는 본연의 위험인 해일, 태풍, 해무, 해양 사고 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사물인터넷과 센서, 인공지능이 결합된 스마트 기술을 접목하여, 수변도시가 가지는 정주지로서의 쾌적성에 스마트 안전 기능이 부여된 도시라 할 수 있다. 자율지능형 감시 드론, 스마트 센서 및 지능형 CCTV 등이 해양 안전 통합 플랫폼에 연결되어 수일 내에 닥쳐올 위험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하며 실시간 현재 상황 대응 및 사후 조치 지원이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 해양 스마트 안전도시 청사진 >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그 변화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해상 도시, 해저도시, 해양 스마트 도시의 모습이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미래 해양도시 모습을 정확하게 제시하긴 어렵지만 지금도 수많은 연구가 진행 중에 있으며 어떤 형태로든 곧 실현되어 우리가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