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이젠 대세, 탄소 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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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대세, 탄소 중립
영(0)이 좋은 경우도 있다. 바로 탄소 중립(net zero)이 그렇다. 배출량은 최대한 줄이고, 흡수량은 최대한 높여 이산화탄소의 순 배출량이 ‘0’이 된 상태. 그 시기가 바로 2050년이다. 선진국들은 경쟁적으로 탄소 제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EU)‧미국 등이 탄소 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하는 일정표를 발표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RE100 선언이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에 따른 것이다.
선박의 탄소 규제가 더 세다.
해양수산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국제기구는 물론이고, 해양수산 기업들도 다양한 탄소 중립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해운 부문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배출 규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 중심이 되는 곳이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다. IMO는 20여 년 전인 1996년에 선박대기오염 배출규제 협약을 채택했다. 그 이후에도 선박에서 내뿜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여러 가지 조치를 만들고 있다.
< 머스크 라인의 탄소 중립 로드맵 >
ⓒ 머스크 라인 홈페이지 갈무리(2022. 8. 8)
올 6월에 열린 제78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회의에서는 기존보다 더 센 배출 규제가 논의됐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량을 2008년 대비 50% 줄이는 기존 규제를 더 강화할 분위기다. 벙커C유 등 선박 연료유에 대해선 생산부터 이송 등 전 과정에서 탄소 중립 이행을 요구하는 논의도 이뤄졌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존보다 강도가 높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고 본다.
머스크 라인의 탈탄소 전략
선박을 운항하는 해운회사의 입장도 이 같은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기준을 조기에 이행하고, 선점하는 효과를 염두에 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해운회사가 글로벌 순위 1위 기업인 머스크 라인이다. 이 회사는 컨테이너 선박만 무려 700척 넘게 운항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물류회사다. 머스크는 최근 들어 경영전략의 초점을 디지털화와 탈 탄소화, 그리고 종합 물류서비스 제공으로 맞추면서 회사의 DNA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특히 머스크 라인이 신경 쓰는 부문은 해운의 탈탄소화다. 다른 해운회사와 달리 2050년까지 되어 있는 탄소 중립을 2040년까지 10년 앞당기는 전략을 세웠다. 또한 최근 발주하는 선박은 모두 메탄올로 바꾸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현재 운항하는 모든 컨테이너 선박을 메탄올 추진선박으로 개조하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협상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별도로 독립된 탄소제로 해운센터도 만들었다. 머스크 라인의 탈탄소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 글로벌 선대 및 온실가스 배출량 >
ⓒ https://www.zerocarbonshipping.com(2022년 8월 8일 검색자료)
‘녹색 물류회랑’ 구축도 합의
한편, 전 세계에서 현재 운항하는 선박은 10만 척 가량이다. 이 배에서 연간 3억 톤의 선박 연료유를 사용한다.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 정도를 선박에서 내뿜는다. 선박은 항만에 들어와서도 탄소를 배출한다는 게 문제다. 최근 싱가포르와 로테르담 항만 당국은 매우 의미 있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대표하는 항만 당국이 손잡고, 세계에서 가장 긴 녹색 및 디지털 물류회랑(Green and Digital Corridor)을 만들기로 약속한 것이다. 저탄소/무탄소 물류시스템 구축이 핵심이다. 두 기관은 앞으로 2027년까지 글로벌 탈탄소 연구센터와 정유업체, 선사 및 다른 항만 등과의 연대와 협업을 통해 대체 연료 개발 및 물류 부문의 탈 탄소 전략을 적극 실천한다는 방침이다.
< 녹색 물류회랑 협약 및 싱가포르 항만 이미지 >
ⓒ 구글 검색자료 및 로테르담 항만 홈페이지 갈무리(2022. 8. 8)
블루카본으로 대안을 만들다.
해양부문에서는 블루카본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연안과 해양 해양생태계 보전 및 복원을 통해 기후변화를 누그러뜨리는 방안이다. 맹그루브 숲이나 염생 습지, 해조류 등이 탄소를 저장하고, 수산자원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어서다. 현재 국제적으로는 유네스코와 세계자연보전연맹 등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블루 카본 이니셔티브(the Blue Carbon Initiative)가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과학전문가 그룹과 정책 전문가 그룹의 워크숍과 정책 제안 등을 통해 더욱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탄소 저감에 앞장서고 있다.
해양수산부도 올해 업무계획에서 블루카본 정책을 마련했다. ➊ 블루카본을 통해 탄소 흡수를 확대하고, ➋ 해양에너지 개발‧상용화로 탄소를 감축하는 것이 기본 구조다. 첫 번째 사업과 관련해서는 갯벌 복원 사업 대상지를 확대하고, 갯벌의 탄소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 갯벌 식생복원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두 번째 사업에서는 조류와 파력 발전시스템을 고도화하는 한편, 해양 그린 수소와 해양 바이오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탄소 중립은 결국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다. 다만, 이해관계가 다른 경우 그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한 번쯤 고민은 해봐야 한다.
(주)에코트라 오션 랩
연구개발본부장, 법학박사
해양 전문지 『디 오션』, 『오션 테크』, 『환동해 경제학』 등을 공동기획하고, 같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