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해양 디자인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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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행, 해양 디자인의 시작
때마침 그 책이 나왔다. ‘해양 디자인의 시작’, 부경대학교 조정행 교수가 올 2월에 펴낸, 따끈따끈한 신상이다. 본래 디자인이라는 말은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사전적인 뜻은 물론 심플하다. ‘건축이나 공업 제품, 의복 및 산업 미술 등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조형 작품의 설계나 도안’으로 풀이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게 디자인의 전부는 아니다. 전문가에 따라 시각 디자인, 환경 디자인, 산업 디자인 등으로 갈라놓기도 하고, 계속 그 개념을 확장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문화와 테크놀로지를 융합한 디자인 제품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디자인은 우리 삶을 바꾸는 카멜레온이다.
이 같은 점에서 볼 때 조정행 교수의 책은 조금은 유별나다. 그동안 말로만 무성하던 해양 디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어서다. 당연히 이 책에는 해양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제1장), 바다의 모든 것에 대해 디자인을 어떻게 접목하고, 활용할지(제2장) 세세하게 적어 놓고 있다. 책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의 신박한 해양 디자인 사례까지 하나하나 안내한다. 나라 안팎에서 해양 디자인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몇 가지 실례를 들어본다. 물론 ‘해양 디자인의 시작’에는 들어 있지 않은 내용이다.
< 타이타닉 박물관 및 자이언트 코즈웨이 방문자 센터 >
ⓒ 타이타닉 박물관 및 자이언트 코즈웨이 홈페이지, 구글 검색 자료
해양 아이콘을 활용하는 법
벨파스트는 북아일랜드 최대의 경제 및 산업‧문화도시다. 거주 인구가 30만 정도로 영국 도시 순위로 보면, 17위. 1960년대 말부터 가톨릭교도와 신교도 사이의 종교 갈등으로 긴장과 폭력이 난무했던 곳이다. 그런데 정착 이 도시에 영국 최대의 조선소가 있었다는 사실은 별로 기억하지 않는다. 1912년 첫 항해에 나섰다가 대서양에서 빙산과 충동한 타이타닉 호도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벨파스트 시 당국은 선박 침몰 100년이 되는 2012년 3월에 타이타닉 박물관( Titanic Belfast Museum)을 오픈했다. 이 박물관은 북대서양 연안의 자이언트 코즈웨이 방문자 센터와 함께 해양 아이콘을 주제로 한 대표적인 건축물로 유명하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조선업이 발달했던 벨파스트 옛 모습을 박물관 건설과 전시 시설에 담아 놓고 있어서다. 박물관의 앞 부문은 타이타닉 호 선체(선수) 모습으로 디자인했다. 또 건축물 곳곳에 알루미늄 패널을 붙였다. 빙산과 충동하는 선박의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해서다. 박물관 내부는 벨파스트 조선산업의 흥망성쇠와 당시 타이타닉 호 선실을 3D 영상으로 재현해 놓았다. 그날의 비극적인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자이언트 코즈웨이 방문자 센터도 대표적인 해양 아이콘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코즈웨이 연안의 2만 개가량의 주상절리를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 건축물이 유명세를 탄 것은 센터 디자인이 주변의 경관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다.
마린 이노베이션의 자누담
최근 나라 안에서는 낯선 이름의 회사 하나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9년 1월에 설립된 소셜 벤처기업, 마린 이노베이션(Marine Inovation)이다. 이 회사가 처음 들고 나온 디자인 아이템은 해조류를 활용해 만든 그릇과 포장재 등이다. 해조류 추출물과 해조류 부산물을 이용한 친환경 신소재를 개발해 플라스틱과 목재 대체재 생산에 주력했다. 마린 이노베이션은 최근 SK이노베이션 등의 지원과 투자 유치 등으로 생산 제품군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는 등 사세(社勢)를 키우고 있다. 마린 이노베이션이 갑자기 각광받게 된 이유는 최근 글로벌 트렌드로 등장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디자인을 결합한 공정 기술과 소재 개발, 브랜드 경영전략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 마린 이노베이션의 달하루와 자누담 >
ⓒ마린 이노베이션 홈페이지
현재 출시한 상품 브랜드는 달하루와 자누담이다. 달하루는 '달콤한 하루를 선물하다'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양갱이다. 우뭇가사리에서 추출한 한천으로 만든 젤라틴 함유 제품이다. 상품 패키지에는 오염된 바다 환경으로 고통받는 해양을 살리고, 환경을 보존하는 일에 동참할 수 있도록 수익금의 일부를 환경단체에 기부한다. 소셜 임팩트 기업의 미션을 살린 아이템이다. 자누담은 ‘자연을 나누어 담다’라는 의미로, 해조류 부산물과 친환경 소재로 만든 식품 용기 제품군 브랜드다. 자연에서 온 원료를 오롯이 담아 지속 가능한 그린 라이프를 제안한다. 이 회사 차완영 CEO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재와 공정의 혁신을 통해 저렴하면서도 품질 높은 친환경 소재를 만들어 환경문제, 기후문제, 식량문제를 해결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소셜 임팩트 기업이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려주는 생생한 사례다. 해양 디자인은 이제 시작이다. 본격적인 해양 디자인 시대를 열어갈 전문가가 많이 나와야 한다.
(주)에코트라 오션 랩
연구개발본부장, 법학박사
해양 전문지 『디 오션』, 『오션 테크』, 『환동해 경제학』 등을 공동기획하고, 같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