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푸드테크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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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테크(food+tech)를 어떻게 정의하나? 용어 자체로 보면 아주 심플하다. ‘전통 식품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것’. 한국 푸드테크 협회가 내린 푸드테크 개념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최고의 푸드테크 전문가로 알려진 서울대학교 문정훈 교수는 매우 폭넓게 보는 입장이다. “매우 광범위한 분야라 단순하게 정의하긴 어렵지만, 사람의 입에 들어가는 것과 관련한 모든 단계에 정보과학(IT), 바이오, 나노 등 첨단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동안 식품·외식 산업은 ‘로테크(저차원 기술)’ 산업으로 여겨졌지만, 푸드테크를 통해 ‘하이테크(고차원 기술)’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외국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 글로벌 식품 투자 전문기관인 컬테라 캐피탈(Culterra Capital)은 식품의 생산과 유통, 소비 모든 과정을 기술과 결합시켜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을 푸드테크라고 밝히고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혁신 기술과 참신한 아이디어, 그리고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식품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게 푸드테크다. 최근 몇 년 사이 이 시장은 연간 5.8%씩 성장하면서 2022년 기준 2500억 달러 규모로 덩치가 커졌다. 독자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사례를 인용한다.
진천의 아쿠아포닉스 팜
지금까지 농사는 논과 밭에서만 지었다. 주식으로 삼는 쌀과 보리, 그리고 야채 등이 이곳에서 나왔다. 그러다가 비닐하우스가 하나둘씩 세워지면서 대부분의 잎채소는 여기서 생산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도시 근교 원예농업의 시작이었다. 최근에는 양상이 변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선호하는 이른바 스마트 팜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똘똘 뭉친 스마트 팜은 현재의 푸드테크 산업을 대표한다. 충북 진전의 '만나 CEA는 이 분야 선두주자다. 카이스트에서 산업디자인과 기계공학을 전공한 박아론(36)‧전태병(33) 대표가 2013년에 장미를 키우던 유리온실을 인수하면서 기업했다. 이곳에서 이들은 아쿠아포닉스(수경재배)와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친환경 농장을 만들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스마트 팜 시스템과 운영 노하우를 외국에 수출하고, 최근에는 스마트 팜 공유 투자 상품도 출시했다. 만나 CEA에서 나오는 야채는 언제나 불티나게 팔린다. 환경과 경험을 중시하는 MZ 세대의 트렌드에 맞는 까닭이다. 최근에는 업그레이드 버전도 내놨다. 농장을 중심으로 생산→체험→휴식→상품 구매로 이어지는 농업 복합문화 공간인 루트 스퀘어(root square)를 조성했다. 스마트 팜 푸드테크의 본보기다.
< 만나 CEA 홈페이지 및 아쿠아포닉스 시설 >
ⓒ 만나 CEA 홈페이지 검색자료(2022. 10. 10)
블루날루의 대체 수산물
바다가 아닌, 공장에서 물고기를 생산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우선 그게 가능하냐는 반응이 나올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그 맛은? 미국 신생기업 블루날루(Bluenalu)가 현재 이 넘사벽에 도전하고 있다. 2017년 미국 샌디에고에서 루 쿠퍼하우스 등 3명이 공동으로 설립한 블루날루가 참치 대체 수산물 등을 개발 중이다. 2018년에 처음으로 시드 펀딩을 받은 후 지금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1억 달러 가까운 투자를 유치하는 등 매우 적극적이다. 이 회사가 최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올해 참치 세포 배양육인 토로(toro)를 개발한 뒤 2027년까지 상업 생산에 필요한 대단위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블루날루가 대체 수산물 생산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향후 시장성이 매우 밝다는 점이다. 2030년까지 945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어족 자원의 고갈 문제를 해결하고, 해양 생태계를 보호한다는 이점도 있다. 건강식에 대한 선호,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 전통적인 고기 공급에 대한 환경적인 영향 등이 대체육 시장의 성장요인으로 꼽힌다. 블루날루도 이 같은 가능성을 굳게 믿고 투자에 나선 것이다. CEO 쿠퍼하우스는 한 세미나에서 이렇게 밝혔다.‘블루날루는 물고기를 양식하거나 자연산으로 잡는 현재의 업계 관행을 깨려고 한다. 그 대신 건강하고, 동물에게 인도적이며, 지구를 위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건강한 어류 줄기세포를 배양하여 식용 가능한 수산물을 생산할 계획이다’. 대체 수산물이나 대체육 개발 또한 새로운 형태의 푸드테크다.
< 블루날루 홈페이지 및 개발한 대체 수산물 >
ⓒ 블루날루 홈페이지 검색자료(2022. 10. 10)
아이슬란드 샘헤지 공장
화산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에 샘헤지(Samherji)라는 수산물 가공‧수출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들어 푸드테크 열풍을 타고,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수산물을 가공하는 모든 공정을 완전 스마트화하고, 로봇을 투입하는 등 자동화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다. 1972년에 설립된 샘헤지는 아이슬란드 제2 도시인 아쿠레이리(Akureyri)에 본사를 두고, 인구 1600명이 사는 북쪽 어항 마을 달비크(Dalvik)에서는 첨단 수산식품 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독일과 폴란드, 페로 제도, 아프리카,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식품 공장을 돌리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종업원 수는 2021년 기준 1600명이다.
< 샘헤지 홈페이지 및 공정 자동화 시설 >
ⓒ 샘헤지 홈페이지 검색자료(2022. 10. 10)
샘헤지의 성공 비결은 ‘사람 없는 식품 자동화 제조 공정’이다. 기존의 가공공정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수산물의 크기‧무게, 형태별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로봇 가공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가공용 생선 가시를 정확하게 찾아내고, 잔뼈를 발라 제거하여 필렛으로 만드는 로봇 시스템이다. 이 같은 시설을 갖춘 덕분에, 제품의 생산성은 종전보다 2배가량 높아지고, 운영 비용은 크게 낮아졌다. 2019년 한 해 동안 3억 7000만 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 대구 어업과 목축이 산업의 근간이 아이슬란드에서 샘헤지는 이 나라 10개 기업 중 최고 기업으로 평가된다. 전남대 김태호 교수가 최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이 회사가 업계 최고의 성과를 달성한 것은 공장의 현대화와 로봇 가공공정, 그리고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다른 기업보다 빠르게 혁신 기술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푸드테크 트렌드를 읽는 눈이 정확했다는 진단이다.
< 수산물 유통 플랫폼 및 밀키트 제품 >
ⓒ 각 회사 홈페이지 검색자료(2022. 10. 10)
이 밖에도 여러 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푸드테크 산업이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속도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가정 간편식(HMR)이나 밀키트, 총알 배송으로 통칭되는 퀵 배송 서비스, 온라인 신선 유통 플랫폼, 심지어는 글로벌 K-Food 열풍도 지금의 푸드테크 성장세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의 일치단결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푸드테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독자 여러분은 이제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주)에코트라 오션 랩
연구개발본부장, 법학박사
해양 전문지 『디 오션』, 『오션 테크』, 『환동해 경제학』 등을 공동기획하고, 같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