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요트, 이제는 모두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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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 보트텔을 체험한 필자 ⓒ요트탈래
부경대학교 해양스포츠 전공의 박사과정에 재학하며, 요트, 마리나, 해양관광 분야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2015년 네덜란드에 논문 발표를 위해 암스테르담 학회에 참여하였을 때 우연히 에어비앤비를 통해 보트텔(Boatel : 보트 숙박)을 예약하고 숙박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때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에서도 충분히 요트에서 숙박을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한국에서 요트산업이 성장할 수 없는 원인이 겨울이라는 비수기라는 요인을 숙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2015년 창조관광공모전(현재 관광벤처공모전) 포스터를 인터넷에서 보게 되었고, 공모전 수상 상금으로 생각하고 도전하게 되었다. 이때 제안한 아이디어는 외국에서 직접 경험했던 보트텔을 요트를 펜션처럼 빌려서 요트투어, 낚시, 선상 BBQ, 요트에서 잠까지 자는 숙박형 관광상품인 요트스테이(yachtstay)로 관광상품화한 아이디어입니다.
사업 초기의 사업모델은 사업이라기보다는 장사에 가까웠습니다. 단지 요트 1척을 활용하여 요트스테이(요트숙박)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는데 워낙 독특한 서비스라 이용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으며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90% 이상의 숙박률을 달성하였습니다. 약 3~4개월이 지난 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요트스테이를 찾게 되었으며, 이에 운영 요트를 늘이는 쪽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단, 요트를 구매하여 운영 요트를 늘이는 것이 아닌 사용하지 않는 요트를 빌려서 요트를 늘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요트선주들은 프라이빗한 요트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을 꺼려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요트 선주들은 통계적으로 연간 약 27일 정도만 요트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계류장에 요트를 그저 정박만 해두고 있는데, 그에 반해 매달 계류비(주차비), 관리비, 유류비 등 약 100만 원의 고정 지출이 발생하므로 대부분의 요트 선주는 사용하지 않는 기간 동안에는 자신의 요트를 빌려주어 소정의 수익을 창출하고자 했었습니다.
늘어나는 수요에 충족할 만한 공급(요트)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았으며, 수요에 맞춰 천천히 요트를 늘여 나갔습니다. 사업의 성공 포인트는 첫째, 요트스테이라는 서비스를 개발하여 투자금 없이 사용하지 않는 요트를 활용하여 사업의 규모를 확장한 데 있습니다. 둘째, 수요(요트 이용자)와 공급(요트 선주)의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었던 효율적인 운영 및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해양콘텐츠 제조공장, 요트탈래
요트스테이(숙박)로 출발한 요트탈래는 현재는 요트스테이의 사업 비중이 10%도 안될 정도로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변화했습니다. 실제 요트 1척을 이용해서 창출하는 수익률이 1시간 단위의 일반 투어 상품이 훨씬 높았기 때문입니다.
요트투어를 즐기는 사람들 ⓒ 요트탈래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의 대부분은 생애 첫 요트를 타고, 부산의 아름다운 바다, 석양, 그리고 야경을 경험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요트투어 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해냈습니다. 주간 시간대 아름다운 바다에서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는 데이투어(Day Tour) 상품,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 가능한 선셋투어(Sunset Tour) 상품, 그리고 마린시티, 광안대교 등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나이트투어(Night Tour) 상품을 중심으로 투어 상품을 기획하고 운영했습니다. 추가로 프로포즈 투어, 웨딩 투어, 파티투어 등 다양한 이벤트 투어 상품을 운영하면서 요트투어 상품의 계속해서 개발해왔습니다.
리버크루즈선 ⓒ 요트탈래
최근에는 바다에서 하는 요트투어 상품뿐만 아니라 부산 수영강에서 해운대리버크루즈 상품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부산에는 바다와 연결된 강이 낙동강과 수영강 단 2곳인데, 기존에는 낮은 수영강의 수심과 교량의 높이 때문에 유람선이나 요트를 탈 수 없는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3년간의 설득과 준비를 통해 2020년 부산 최초의 수영강 유람선 해운대리버크루즈 사업을 시작하여, 현재는 연간 2~3만 명의 관광객이 수영강의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유람선이 운항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직업 요트를 운항하며 운영하는 서비스에서 요트 사업주에게 필요한 승선신고서 자동화 프로그램, 예약관리 프로그램(CRM), 예약 결제 플랫폼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단순 서비스 제공업에서 기술 개발업으로의 비즈니스 혁신(경영혁신)을 위해서 전담팀을 구성하여 온 결과, 2023년부터는 신규 개발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사업 모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요트문화 확산을 위해 요트/보트 정보 제공 유튜브 채널 디스커버마린(Discover Marine)을 운영하고 있으며, 요트 감성을 담은 의류 디마린(D-Marine)을 출시하는 등 요트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순항중인 요트탈래호의 위기와 극복
사업의 위기는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성장통처럼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자금의 어려움이 가장 컸습니다. 요트를 임대하여 운영했었는데, 요트스테이 고객이 많은 것을 본 선주가 임대료를 갑자기 올리기도 하고, 어떤 선주는 직접 운영한다고 임대를 중단하기도 한 적이 많습니다. 자금이 있었다면 요트를 구매해서 직접 운영을 했다면 좋았을 걸 이라고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3~4년 차에는 비즈니스모델의 변화에 따른 경영 능력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요트스테이에서 요트투어로의 사업모델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력 관리, 상품 다양화 등 여러 방면에서 처음 해보는 일이다 보니 무척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사람’에게 어려움이 많았는데, 초기 스타트업 멤버의 이탈, 기존 직원의 이직 등 인적 자원 관리에서 많은 어려움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직원의 수가 20~30명 규모가 된 이후로는 조직문화와 시스템 구축에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기존에는 소통이 빠르고 수평적인 회사 문화와 업무 프로세스가 잘 구동되지 않았으며, 그로 인한 어려움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선배기업과 멘토들의 자문을 받아 조직의 시스템 구축과 조직문화를 재정립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요트탈래호가 순항할 수 있는 주동력
요트탈래가 지난 7년간 걸어온 길을 보면 저희 회사의 강점을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끊임없는 시도가 바로 요트탈래만의 가장 큰 무기입니다. 국내에서 최초로 요트숙박 상품을 개발하고, 요트투어를 2015년에 최초로 등록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요트 관련 프로그램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등 요트시장에서 최초로 시작한 것들이야 말로 요트탈래의 강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무모할 수 있는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바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양스포츠 전공자들이 직접 운영하고, 요트 운항/수리정비/관리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한 운항팀, 그리고 그 뒤를 마케팅, 디자인, 개발 등 경영지원을 해주는 전문적인 사람들이 한 팀이 되어서 똑같은 비전을 가지고 있는 조직문화가 바로 저희 요트탈래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해양관광 벤처기업인에게
요트탈래의 야경체험 ⓒ 요트탈래
해양관광 분야에서 새로운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경험을 토대로 2가지를 말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주의해야 될 점이고, 하나는 무한한 가능성입니다.
바다에서 일을 할 때는 육지에서 일하는 것보다 2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쉽게 말해서 고장난 것을 하나 고치더라도 자동차 부품 수급이 쉽고, 수리 환경이 양호해서 1시간 걸릴 일이 바다에서 고칠 땐, 부품 수급도 어렵고 수리 환경이 매우 어려워 2시간은 생각해야 합니다. 어렵게 말한다면 새로운 일을 하고자 허가를 받을 때 육지에서는 일반 땅에서 하기 때문에 별일이 아닌 일도 바다에서 할 때는 공공의 땅 ‘공유수면’에서 해야 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합의가 필요하기에 2~3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수영강에서 유람선을 띄울 때 3년이란 시간이 소요된 것처럼 계획보다 훨씬 많은 어려움이 존재했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이지만 또 하나 꼭 기억했으면 하는 것은 바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곳 이란점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바다라는 공간을 어업 같은 수렵의 공간이나 물류 같은 해상교통의 공간으로만 활용해왔습니다. 외국처럼 휴식과 휴양의 공간으로 활용된 건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정확하게 말해주는 지표가 요트관광객이 매년 200%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고, 서핑 이용자 수도 지난 10년간 계속해서 더블링하고 있는 점입니다. 또한 정부에서도 미래 신성장 먹거리 산업이 해양, 요트, 휴양 등으로 인식하여 전국에 마리나 항만을 개발하고, 기존 어촌어항을 새로운 기능으로 탈바꿈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2가지를 종합해서 마무리를 짓는다면, 새로운 일을 하기 아주 힘든 공간임은 틀림없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공간이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큰 성과로 돌아올 것이란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요트탈래 대표이사
부경대학교/영산대학교 해양스포츠 전공 겸임교수
요트/보트 면허 시험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