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뭉쳐야 산다, 스타트업(startup) 클러스터
페이지 정보
본문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 그러나 스타트업 세계는 조금 다르다. 독불장군이 성공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성공 확률 5%의 장벽을 넘은 그들이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나 뚝심 있게 스케일 업을 이루고, 마침내 유니콘 반열에 오르는 일, 그 일이 사실은 만만치 않다. 창업자 입장에서 보면, 그 과정이 얼마나 고독했고, 지난했을지는 불문가지다. 그렇다면 이 같은 험로를 피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서로 힘을 합치고 지혜를 나눈다면, 가능하다. 스타트업 클러스터가 요사이 그런 일을 한다. 대표적인 사례, 아이슬란드 오션 클러스터(IOC, Iceland Ocean Cluster)를 집중 탐구했다.
아이슬란드 오션 클러스터
북유럽 추운 바닷가에 있는 아이슬란드는 수산업과 목축업이 전체 산업 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다. 특히 이 나라 경제에서 대구(cod)가 점유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대구는 마린 콜란스키(전업 저술가)가 주장한 바와 같이, 세계사를 바꿨을 정도로 서양 세계사에서는 매우 중요한 생선이다. 이 같은 대구를 전면에 내세워 하나의 해양 스타트업 산업 생태계를 만든 곳이 아이슬란드 오션 클러스터(IOC)다. 토르 시그퍼슨 박사가 2015년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했다. 정부 지원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산업 클러스터와는 판이하게 다른 구조다.
이곳은 철저하게 민간 주도도, 아이슬란드의 다양한 해양 산업을 네트워킹하면서 핵심 산업인 수산물의 이용을 극대화하고 고부가가치화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다루는 업무 범위가 넓고, 깊은 것이 특징이다. 대구 등 수산물의 조업과 가공, 해양기술개발, 마케팅 및 유통, 해양 금융 및 서비스, 해양 관광 교육/훈련, 생명공학, 양식업 등 해양 산업과 관련된 모든 분야의 기업과 기관을 네트워킹하고, 지원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IOC가 코워킹 비즈니스 공간으로 만든 ‘오션 클러스터 하우스’에 입주한 기업은 설립 초기에 12개에서 현재는 70개가 넘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 아이슬란드 오션 클러스터 하우스 및 Fish 100% 브랜드 >
ⓒ 오션테크 2021
‘FISH 100%’와 코드랜드
특히 아이슬란드 스타트업 클러스터에서 주목할만한 일은 수산물 100% 활용 전략과 코드랜드(Codland) 프로젝트다. 전자의 경우, 잡는 수산물을 하나도 버리지 말고, 100% 활용하자는 운동(Fish 100%)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수산물의 이용률은 마리당 65%에 불과하다. 이 같은 관행을 고쳐 나가자는 것이 IOC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FISH 100% 프로젝트다. 토르 시그퍼슨은 자신이 쓴 책에서 대구의 경우 ‘100% Fish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기존보다 2배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구의 간을 의약품 소재를 뽑아 부가가치를 36% 높이고, 머리와 뼈에서는 25%, 생선알과 내장에서 10%의 가치를 높여 전체적으로는 대구 활용도를 80%까지 끌어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 글로벌 이슈로 등장한 ESG 트렌드와 딱 맞는 전략이다. IOC가 이 같은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기존에 수행했던 대구 이용 극대화 사업과 맞닿아 있다. 즉, 이미 IOC는 자국 수산업 현실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을 통해 대구를 전략 산업의 하나로 키우기로 작정한 것이다. 대구 이용율을 높이기 위해 만든 클러스터 연구조합, 코드랜드도 이 같은 배경에서 출발했다.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머린 콜라겐 프로젝트도 수행했다. 철저하게 수산물과 수산 부산을 이용 극대화에 골몰한 결과다.
< 머린 콜라겐 홈페이지 및 대구 콜라겐 제품 >
‘O-Startup’ 플랫폼 활용
해양수산정책연구소의 이광남 소장은 최근 한 보고서(오션 테크 2022)에서 IOC의 운영 전략을 네 가지로 분석했다. 클러스터 입주기업 간 대화를 통한 혁신 생태계 구축과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소규모 프로젝트로 사업을 구상하면서 네트워크 내의 공유자산을 집중하는 단계다. 셋째, 클러스터 구성원을 초기 재정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워킹그룹에 가입시킨 다음, 지속적인 투자와 사업 확장을 통해 사업 규모를 대형화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하나의 완벽한 프로젝트가 만들어지면, 입주기업이나 투자자에게 사업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 마지막 코스다. 즉,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개발한 다음, 스타트업 팀 빌딩을 통해 될만한 사업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내고,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창업 초기의 ‘죽음의 계곡’을 같이 넘어가자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이 통해 현재 IOC는 국제적으로 흩어져 있는 수많은 스타트업 클러스터 중에서 가장 성공한 대표 선수로 평가되고 있다.
끝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팁을 하나 드린다. 해양스타트 업을 근간으로 하는 창업을 하거나 이미 창업했는데,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O-Startup’을 찾으면 된다. 창업기업의 액셀러레이팅과 창업기업 사업화 자금 지원, 컨설팅은 물론 심지어는 창업기업 콘테스트에 이르기까지 무려 7가지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하는 곳이다.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 이 일을 도맡아 한다. (https://www.kimst.re.kr/startup/ko/index.do). 창업자 모든 분들이 데스밸리를 넘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홈페이지 갈무리(2022.12.20)
(주)에코트라 오션 랩
연구개발본부장, 법학박사
해양 전문지 『디 오션』, 『오션 테크』, 『환동해 경제학』 등을 공동기획하고, 같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