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중대재해처벌법, 해양이슈로 떠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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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배경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은 2021년 1월 26일 법률 제 17907호로 제정되어, 그 다음해인 2022년 1월 27일에 시행되었다.1) 이 법의 제정 전, 산업현장에서는 가스질식 사망사고, 화력발전소 압사사고, 물류창고 및 건설현장 등에서의 화재·추락 사고와 같은 산업재해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사건, 4ㆍ16 세월호 사건과 같은 시민재해가 발생해 왔었다. 이에 따라 사업주를 포함한 법인·기관 등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발생된 중대한 산업재해와 더불어 공중시설 등에서 안전ㆍ보건에 관한 사항을 위반하여 인명사고로 이어진 중대재해의 경우, 관련된 사업주·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여 노동자와 일반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미흡으로 발생하는 중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만든 법이 중대재해처벌법이라 할 수 있다.2)
중대재해처벌법 핵심 내용3)
「중대재해처벌법」 핵심 내용을 정리해 보면, 먼저 이 법에서 정의되고 있는 “중대산업재해”에 관한 것이다. 이 법 제2조에 따라 중대산업재해는 “①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②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그리고 ③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이 정한 직업성 질병자 수가 1년 내 3명 이상”이 발생한 경우다. 다음으로 제3조의 적용범위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수가 5인 미만으로 행해지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등”에게는 이 법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또한 제4조에 명시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에서는 노동자의 안전ㆍ보건 상 유해 또는 위험 방지를 위해 사업 또는 사업장 특성·규모 등을 고려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에는 “① 재해예방 필요 인력·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의 체계 구축과 이행 조치. ② 재해 발생의 경우 재발방지 대책 마련 및 이행 조치, ③ 중앙행정기관ㆍ지방자치단체가 개선·시정 등을 요구한 사항의 이행 조치, 그리고 ④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 시 필요한 관리 조치”가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처벌규정에 관한 사항이다. 제6조에서는 이 법에 위반하여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등이 중대산업재해를 발생시킨 경우 피해 정도에 따라 최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거나 병과될 수 있으며, 최장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거나 병과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형을 선고 받은 뒤 5년 이내에 다시 이 법을 위반한 경우 앞에서 정해진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 된다.
어업 중대재해
어업(연근해어업, 어선어업)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말하는 중대산업재해가 얼마만큼발생해 왔을까? 지난 5년간(2017~2021년) 어선·비어선을 포함한 선박 사고 발생 건수는연평균2,820건으로, 이 중 어선에서 발생하는 연평균 사고 건수(1,892건)의 비중은67%만큼이나높은 비중을 차지해 왔다. 그 중에서 어업의 중대재해로 볼 수 있는, 이른바 사망·실종 등의 인명피해는 연평균 91명으로, 2017년에 100명이란 세 자리수의 사망·실종자 수를 기록한 이후로, 4년이후인 2021년에는 11명이 줄어들어 89명의 두 자리 수를 유지하고 있다.
어업의 사망만인율, 제조업의 약 13배, 건설업의 약 7배, 전 산업의 14배 수준
어업에서의 연평균 사망·실종자 수는 타 산업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파악해 보는것도 중요하다. 대표적인 지표로서는 사망만인율을 들 수 있는데, 「산업재해통계업무처리규정」 제3조(용어의 정의)에 따르면 사망만인율은 “임금근로자수 1만 명당 발생하는 사망자수의 비율”을 말하며4),그 단위는 ‱(퍼밀리아드)이다. 어선어업의 경우 불행히도임금근로자 수에 해당하는 어선원 수 전체를 현실적으로 파악하기란 힘들다. 조업을나가기 바쁘다보니, 현장에서는 선주(고용인)과 선원(근로자) 간 구두에 의해 배를 타는 경우가 많고, 임금 지불에 있어서도 현금으로 주고받는 경우가 많아 통계에 반영이 되지못하기 때문이다.
임금을 받는 어선원 수 전체를 대신하여 어선원 보험가입 대상자 수를 생각해보면,이러한 어선원 보험가입 대상자 수 대비 사망·실종자 수는 2020년 99명이 발생하였고, 지난 3년(2018~2020년)간 연평균 사망·실종자 수는 89명이다. 또한 이를 근거로 어선어업에서의 사망만인율을 계산해보면 2020년의 경우 17.64‱, 지난 3년 평균 15.17‱로볼 수 있다. 어선어업의 지난 3년 평균 사망만인율만 보더라도, 제조업 3년 평균 사망만인율(1.18‱)의 약 13배, 건설업 3년 평균 사망만인율(2.17‱)의 약 7배, 그리고 전 산업 3년 평균 사망만인율(1.1‱)의 약 14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시행 예고와 어업의 대비5)
타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사망만인율을 지니고 있는 어선어업의 경우, 현재 시행되고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이상 사업장(어선)에만 국한하여 적용되나, 2024년 1월27일 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어선)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선주 등에게 소관어선에서 일하는 모든 어선원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하고, 해당 선주 등이 이 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에 이르게 되면, 높은 수위의 처벌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어선원 5인 이상이 승선하는 연근해어선 소유자(선주)는 2024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에 따라 어선 등에 대한 중대재해 예방 및 재발방지 대책 등의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여 소관 사업장에 중대재해가 발생하게 되면 처벌을 받게 된다.
정부는 이를 위한 대책으로 2023년 ’연근해어업 중대재해 예방체계 구축지원 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되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연근해 어선 등 5천여 척을 대상으로 하며, 이미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고있는 대형선망 등 50인 이상 사업장은 제외된다. 이 사업은 우선 연근해 어선의 조업방법·어구 등을 기준으로 유사 업종을 통합·구분하여, ① 업종별 유해·위험요인 위험성평가, ② 위험성평가 결과를 토대로 업종별 안전‧보건 표준 매뉴얼을 제작·보급, ③ 어선소유자(선주)가 사업장에 실제 적용할 수 있도록 컨설팅 지원 사업까지 포함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연근해어업을 넘어 수산 전 부문의 대비 필요
어업에서의 안전정책 마련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해 나가는 과정에는 정부의 많은 노력이 있었다. 2020년 3월 31일 해양수산부 내 임시조직이었던 ‘어선정책팀’이 ‘어선안전정책과’라는 정식 조직으로 개편되었고, 이와 함께 2020년 8월에는 「어선안전조업법」이 시행되었다. 그 다음해인 2021년 12월에는 「어선안전조업법」을 근거로 한 5개년 법정계획으로서 제1차 어선안전조업기본계획(2022~2026년)이 수립됨에 따라, 어선과 조업의 안전에 관한 종합적·체계적 관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 외에도 해양경찰청, 어업관리단, 중앙해양안전심판원,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수협중앙회 어선안전조업본부 등을 포함한 다양한 유관 기관·조직이 어선과 조업의 안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시행 예고에 따라 이 법의 적용 대상인 어업뿐만 아니라 수산 전 부문의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 예방·관리정책에 대해서도 다시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수산업법」에서 말하는 수산업은 어업, 양식업, 어획물운반업, 수산물가공업 및 수산물유통업이 포함된다. 그리고 어업 이외에 이러한 각 부문에서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시행 예고에 대비해 어업에서는 2023년 ’연근해어업 중대재해 예방체계 구축지원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어업에서의 사망사고가 많다보니, 한정된 인력과 예산 등을 감안했을 때 해당 사업이 어업을 대상으로 실시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어업안전에 주안점을 두다보니 그 이외에 양식업, 어획물운반업, 수산물가공업 및 수산물유통업 부문에서의 중대재해는 관심 밖의 영역인 안전 사각지대로 남겨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어업 외 수산 부문의 중대재해 발생현황 및 위험요인 등에 대한 조사와 통계 구축을 시작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시행 예고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부문의 중대재해 발생 이후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는, ‘늦장 대응’의 방식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나 다름없다. 사고의 원인과 발생가능성을 생각하고, 이를 미리 대비하는 안전대책이야 말로 수산업의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1) ©국가법령정보센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2) ©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
3) ©국가법령정보센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4) ©국가법령정보센터, 「산업재해통계업무처리규정」
5) ©해양수산부 보도자료(2020.12.20),
“「중대재해처벌법」확대 시행 대비, 연근해어업 사업장 중대재해 대응체계 구축 지원”
고동훈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식품·신산업연구실장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수산식품·신산업연구실장을 맡고 있으며
순환경제 시스템을 활용한 어업 폐기물의 자원화 방안 연구(2021) 등
다양한 연구 및 논문 실적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