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독도 해양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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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의 지속 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독도의 보전과 관리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개발 및 시행할 때, 독도 주변 해역의 생태계 보호와 해양수산자원의 합리적인 이용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지속 가능한 이용”이란 말은 어떤 의미이고, 독도 주변 해역 생태계와 무슨 관계가 있기에 이토록 분명히 명시하고 있는 것일까? 독도 주변 해역 생태계란 물속에 잠겨있는 2차원 공간(암반 지대, 퇴적물 바닥 등)과 3차원 공간(수괴: water column)에 존재하는 생물공동체와 긴밀한 관계를 갖는 주변 물리, 화학 및 생물학적 환경 특성을 통틀어 일컫는다. 이곳은 사람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는 곳이니 어떤 형태로건 이용될 것이고, 적절한 관리를 통해 오늘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바다를 우리 후손들도 볼 수 있는 권리를 올곧이 넘겨줘야 할 책임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독도 주변 해역에 살고 있는 생물들과 어우러져 살고 있는 환경요인들의 기본적인 특징들을 잘 알고 있으면 우리가 후손들에 들려줄 수 있는 최소한의 이야깃거리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독도 주변 해역 해양생태계의 모습을 어떤 방법으로 후손에게 알려줄 것인가? 무엇이 어떻게 왜 바뀌었는지의 정보를 담아야, 후손들이 넘겨받은 자연 재산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여 그다음 세대로 넘길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의 발길을 허락하는 날이 1년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독도 주변 해역에 지속적으로 방문하여 현재의 모습을 계속 담고 적절한 표현 방법을 찾아내려 오늘도 노력 중이다.
독도 전경
ⓒ독도전문연구센터
독도 해양생태계에는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는가?
독도는 경상북도 울진을 기점으로 217㎞나 떨어져 있고, 울릉도에서는 배를 타고 동쪽으로 87㎞나 더 가야만 만날 수 있는 매우 외딴 곳에 있다. 동해가 일반적으로 생물생산력이 낮은 대양의 성격을 갖고 있으나, 독도 주변 해역은 다양한 수괴가 존재하고 섬 그 자체의 효과로 인해 해양생태계를 지탱하는 생산력과 생물량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2016년에 독도전문연구센터에서 작성하고 교보문고에서 발간된 “독도의 비밀, 과학으로 풀다”에 따르면, 독도 주변 해역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생물들은 매우 다양하다. 광합성을 통해 동물플랑크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식물플랑크톤은 규조류, 와편모조류 등을 포함해 약 160여 종이 있고, 이를 먹고 사는 동물플랑크톤은 약 90여 종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독도 주변 해역에서 보고된 해양무척추동물은 연체동물, 환형동물, 절지동물, 극피동물에 속하는 450여 종이었고, 어류는 약 180여 종이었다. 대한해협 통과류(대마난류)의 영향으로 수온이 높아지면 아열대 해역에서 볼 수 있는 청줄돔, 줄도화돔과 같은 물고기도 발견된다고 한다.
이처럼 독도가 존재하여 역동적인 물리, 화학 환경 특성에 반응 및 상호작용하여 플랑크톤(물에 떠서 사는 식물과 동물의 특성을 갖고 있는 부유생물)과 저서생물(바닥에 살고 있는 생물) 그리고 유영생물(물고기)이 한데 어우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독도 주변 해역 서식 생물들(1): (좌)식물플랑크톤 (중)요각류 (우)야광충
ⓒ독도전문연구센터
독도 주변 해역 서식 생물들(2): (좌)관해파리류(중)유형류(우)암반부착생물
ⓒ독도전문연구센터
독도 주변 해역 서식 생물들(3): (좌)성게 (중)소라 (우)파랑돔
ⓒ독도전문연구센터
독도 해양 생태계의 장기간 변화
독도 해양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환경과 어떤 생물들이 있는지 알았으니, 그들이 독도 주변 해역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해진다. 독도종합정보시스템의 자료에 따르면, 독도 주변 해역에 살아가는 생물들에게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치는 물리적 요인인 수온과 염분이 표층의 경우 점차 변하고 있는 추세이다. 2006년 11월(17.5℃) 대비 2019년 10월(18.9℃)에 약 1.4℃가 높았고, 표층 염분은 2006년 11월(33.9) 대비 2019년 10월(33.0)에 약 0.84 정도 낮았다. 독도 주변 해역에 설치된 독도 해양 관측 부이와 기상청 독도 파고 부이에서 관측된 독도 연안 표층 수온 분포자료에 따르면, 2012년 이후 28℃ 이상의 물 덩어리가 일정기간(3~5일)동안 존재하는 해양 열파 현상의 관측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 사실들은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독도 주변 해역이 더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목할 점은 비가 많이 내리면 연안에서 많이 관찰되는 지각류인 P. avirostris 가 독도인근해역에서 여름철에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네트플랑크톤뿐만 아니라 초미소 및 미소플랑크톤을 주로 선호하는 동물플랑크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야광충(Noctiluca scintillans)이 2014년을 포함해 최근 증가하고 있는 동물플랑크톤 개체수를 이끌고 있는 점과도 일치하는 것은 살짝 불안하기까지 하다.
위에서 언급된 장기간 자료들이 보여준 결과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현재의 상태를 설명하는 데 충분한 것인지 질문이 나올 수 있다. 현 상황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 상태를 보여주는 방법 중에 “진단”이 있는데, 아직 독도 주변 청정해역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으나 우선 확인 및 이해하기 위해, 기존에 육지 연안역에서 적용되어온 지표들을 우선 적용해보았다.
독도 해양생태계의 진단 방법
위에서 우리는 오랜 기간 동안 독도 주변 해역에 방문하여 획득한 환경(수온과 염분, 영양염)과 생태계 주요성분(플랑크톤과 저서생물)을 적용해서 현재의 상태를 말해보고자 하였다. 앞서 언급된 장기간 출현하고 변화하는 생물의 특징은 수온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며 나타나는 아열대 생물의 증가가 주된 결과이다. 이 현상이 계속되면 언젠가는 더 많은 아열대 생물이 나타나고 기존에 살고 있던 생물들과 일련의 관계를 맺으면서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먼 미래의 모습을 생각하기에 앞서, 바로 지금의 독도 주변 해역에서의 상태가 어떠한지를 설명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 18년간 누적된 환경·생태계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의 해양생태도 등급 기준” 세부 지표 중 우리가 가진 자료 4가지(용존산소, 엽록소-a , 야광충, 대형저서생물)를 적용하여 현 상태를 평가하였다. 해양생태계의 우수성을 표현하는 3등급 (1등급, 2등급, 3등급)을 활용하였고,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2조 1항」을 참조하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표의 평가 기준은 육지 연안역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으로서, 청정해역의 자료가 적용되었을 경우 대부분 1등급의 값을 나타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측면이 있다.
독도 주변 해역 현 상태의 진단 요소
ⓒ독도전문연구센터
독도 해양생태계 지속 방안 및 지향점
후속세대에 독도와 주변 해역의 환경과 생태계 특성을 제대로 넘겨주기 위해서 현재까지 획득한 장기간 모니터링 자료에 근거한 진단과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개선작업의 병행이 필요하다. 단지 독도 주변 해역의 상태만을 보여주기보다 현재 상황을 정확히 알려주는 정보를 줘야 하고, 이를 설명해주는 지표가 필요하다.
가속화되는 온난화 현상이 가져올 생물을 포함한 다양한 환경측면의 관찰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며, 확보한 자료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보여주는 실질적 뒷받침 연구가 필요하다. 환경과 생태계의 속성상, 단방향이 아닌 복잡한 관계의 연속적인 결과로서 나타나는 “불확실성”이 내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인간 활동의 결과 요소가 강하게 개입하는 연안 환경보다 상대적으로 오염이 덜된 독도 주변 해역에서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좀 더 유리한 조건의 환경에서 생태계와 환경요인의 변동을 예측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육지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한 청정해역에서의 변화를 먼저 확인하면, 그 현상이 육지에 다다르기 전에 우리가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고,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독도 주변 해역에서의 생태계와 환경의 현재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장기간 자료에서 도출된 기준값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청정해역인 독도 주변 해역의 현 상태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독도의 지속 가능한 이용”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생태위해성연구부 책임연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에서 일하며 거칠지만, 역동적인 바닷속 생물의 이야기를
우리나라 주변 해역과 먼바다 대양에서 연구하며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