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신개념의 조류 발전소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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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전기를 만드는 방법은 여럿이다. 바다에서 부는 바람으로 전기를 만들면, 해상 풍력 발전이다. 해수의 온도 차이를 이용하는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도 있다. 이른바 해수 온도 차 발전이다. 파도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것도 현재로서는 가능하다. 또한, 조수 간만의 차이나 조류를 이용하여 전기를 만들기도 한다. 바다 물길(해류)을 활용하는 기술도 일본에서 개발됐다. 전체적으로 종합하면, 현재까지 연구 개발되었거나 상용화된 해양 에너지 생산방법은 크게 6가지다.
일본의 해류 이용 전력 생산 시설
ⓒ(좌)에너지로 바꾸는 세상 (우)구글 검색자료
해양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
공교롭게도 모두 일장일단을 갖고 있다. 해상 풍력의 경우는 바람개비(블레이드)가 돌아갈 때 나는 소음과 설치하는 장소 때문에 지역 주민이나 어업인들이 싫어한다. 해수 온도 차 발전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조력이나 조류 발전은 상용화되어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나 환경피해를 불러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밀물 때 바닷물을 가두는 댐을 만들고, 썰물 때 바닷물을 내보내는 과정에서 해양 생태계를 훼손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해서다. 조력 발전 댐을 건설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도 있다. 이런 조력발전소는 1966년에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프랑스 랑스 강 하구에 건설된 랑스 조력발전소다. 이곳에서는 터빈 24개로 240 메가 와트의 전력을 생산한다. 2011년에 우리나라 서해안 시화호에도 조력발전소가 들어섰다. 시화호에 댐을 쌓고, 터빈 10개를 돌려 만들어 내는 전력량이 258메가와트다. 프랑스 랑스 발전소의 생산능력을 뛰어넘는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조력발전소는 중국(장사)과 캐나다(애나폴리스), 러시아 등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오비탈 머린 파워의 O2 시스템
ⓒ오비탈 마린 파워
부유식 조류 발전소의 등장
지금까지 들어선 조력발전소는 모두 댐을 만들어 전력을 생산하는 형태였다. 자연을 훼손하고, 해양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건설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흠이 있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이른바 바다 부유식 조류 발전소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너지 전문기업인 오비탈 머린 파워(2011년 설립)가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발전시설을 바다에 띄워 전기를 생산해내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대형 점보 여객기와 같은 발전시설을 바다 위에 설치하고, 해수면 아래에서 직경 10미터에 달하는 터빈 블레이드를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2021년부터 가동에 들어가 주변에 설치된 변전소로 전기(UK grid)를 보내고 있다. 댐을 쌓아 만든 방조 제형 조력발전소와 전혀 다른 차세대 조류발전소다. 그러면서 기존 조력발전소의 단점이었던 생태계 교란이나 환경오염과 같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혁신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유지‧보수작업을 부유체 안에서 할 수 있다. 바다 고정식 조류 발전시설에 비해 시설 관리에 편리하고,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오비탈 마린 파워의 더 SR 2000 시제품
ⓒ오비탈 마린 파워
10년 인고의 시간을 보내다.
오비탈 머린 파워는 이 같은 기술을 하루아침에 개발한 것이 아니다. 10년이 넘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면서 지금까지와는 판이한 신기술을 만들었다. 이 회사는 처음 설립 당시 스콧 리뉴어블 타이달 파워(Scotrenewables Tidal Power, STP)라는 이름을 달고 출발했다. 그 시기에 처음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시제품(prototype)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터빈이라는 ‘더 SR2000’이다. 그 이후 업데이트된 버전이 2021년에 오크니 제도 테스트베드에 설치됐다. 이른바 ‘오비탈 2’(O2)다. 길이 74미터, 무게 680톤(MT)에 터빈 블레이드 2개를 달고, 시간당 2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평균 영국 가정 200가구가 쓸 수 있는 양이다. 10년 동안 한 우물만 판 셈이다.
스코틀랜드 오크니 제도 모습
ⓒ스코틀랜드 관광청 홈페이지 검색자료
오비털 머린 파워는 이 시설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 들어 더 적극적으로 연구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의 발전시설을 확대하여 앞으로 2,3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계약을 지난해 영국 정부와 체결했다. 유럽연합과 영국 정부의 지원으로 지름 10미터이던 기존의 터빈 블레이드를 13미터로 확대하는 맥스 블레이드(Maxblade) 프로젝트도 수행하기로 했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발전 능력이 지금보다 10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와 민간 투자도 밀려들고 있다. 2022년에 스코틀랜드 투자은행(400만 유로)과 어반던스 인베스트먼트(400만 유로)라는 클라우딩 펀딩 업체에서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투자금으로 기존 발전시설을 넓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해상 풍력과 전기 공급망 설치, 그리고 그린 수소 개발 등 다양한 후속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O2를 개조하여 강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시설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회사 공동 대표인 앤드류 스콧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조력 발전 터빈을 기반으로 넷제로 시대의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제대로 된 비즈니즈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럽 해양에너지 센터의 다양한 해역 실증 모습
ⓒ유럽 해양 에너지 센터 검색자료
영국 정부에서 판을 깔다.
오비탈 마린 파워의 성장 이면에는 영국 정부의 강력한 해양 에너지 개발 정책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TMR)에 따르면, 세계 파력 및 조류에너지 시장 규모는 2014년에 4억 9,700만 달러에서 2024년에는 113억 4,500만 달러로 연평균 23.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성장세에 불을 지핀 것이 2050년 탄소 중립이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생 에너지 부문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영국은 일찌감치 이 같은 글로벌 흐름에 올라탔다. 특히 영국의 경우 해양 에너지 개발에 전력투구하는 모양새다. 유럽지역의 조력 발전 가능지역은 모두 106곳이다. 이 가운데, 80%가 영국 연안 바다에 분포되어 있다. 영국이 이쪽에 올인하는 이유다. 영국에서 가장 사나운 바다로 알려진 스코틀랜드 오크니 제도에 대규모 유럽해양에너지센터(EMEC)를 설립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 조류(조력)와 풍력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대규모 테스트베드다. 현재 이곳에서는 바람과 바닷물뿐만 아니라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오비털 머린 파워가 O2라는 혁신 기술을 개발한 곳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민간 부문의 혁신 기술이 새로운 성장 시장을 만드는 형국이다. 오비털 머린 파워가 차세대 해양 에너지 업계의 강자로 등장할지 지켜볼 일이다.
(주)에코트라 오션 랩
연구개발본부장, 법학박사
해양 전문지 『디 오션』, 『오션 테크』, 『환동해 경제학』 등을 공동기획하고, 같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