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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어촌의 여름 노래
孔氏漁村 * 四時(공씨 어촌 사시)
이직(李稷)
버들 그늘은 빽빽하게 휘장을 이루고,
꾀꼬리는 좋은 노래 소리 들려주네.
두건 쓰고 물가를 다녀 보니.
모래는 하얗고 물은 맑고 깊구나.
그대에게 묻나니 어떤 사람이라서
세상의 어지러움에 침해받지 않았나?
깨끗한 몸은 부춘산의 뜻일 테고,
세상을 구제함은 반계의 마음이겠지.
하늘과 땅 사이에 대[竹] 낚싯대 하나,
그 마음과 취미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 것이지.
柳陰密成幄, 黃鳥送好音. 幅巾步回渚, 沙白水淸深.
유음밀성악, 황조송호음. 폭건보회저, 사백수청심
問君何爲者, 不受世紛侵. 潔身富春志, 濟世磻溪心.
문군하위자. 불수세분침, 결신부춘지, 제세반계심
乾坤一竿竹, 氣味古猶今.
건곤일간죽 기미고유금
출처: 형재시집(亨齋詩集) 제 1권.
그림 설명 : 북산(北山) 김수철(金秀哲, ? ~ 1862년 이후)의 조어산수도(釣魚山水圖),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북산산수화첩 중)
이 시(詩)는 조선조 선비들이 낚시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대로 드러낸 시다. 그들에게 낚시는 친구가 권력을 잡아도 따라가지 않고 청렴을 즐기는 취미였으며, 세상을 바르게 세울 꿈을 가지고 오랜 세월을 견디도록 해주는 취미였다. 그래서 낚시하는 사람은 어보(漁父)로 생업으로 물고기를 잡는 사람은 어부(漁夫)라고 나누어 불렀다.
그들에게 낚시는 공자가 말한 대로 “낚시는 즐기되 그물은 치지 않는” 군자가 하는 일이었다. 이는 생물을 아끼는 어진 마음과 같다고 믿었고, 흐르는 물을 그물로 막고 물고기 떼를 모조리 다 잡는 자와는 같지 않다고 여겼다. 그들에게 낚시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팔아서 그 이익을 얻는 일이 아니었고, 자신의 입과 배를 채우기 위해 촘촘한 그물로 작은 못을 뒤덮어서 물고기를 다 잡아내는 일과도 아주 다른 일이었다.
그래서 낚싯대를 잡을 때는 반드시 바르고 단단하게 잡았고, 미끼를 던질 때는 천천히 잘 살펴서 던졌으며, 낚싯줄을 드리울 때는 반드시 곧고 고요하게 했다. 손도 두 손을 마주 잡아 흔들리지 않게 했고, 앉기도 단정히 앉아 마음이 딴 데로 쏠리는 일이 없었으며, 눈도 한 곳을 바라보아 산만하지 않았다. 도(道)와 덕(德)으로 낚싯대와 낚싯줄을 삼고, 예(禮)와 의(義)로 낚싯바늘과 미끼를 삼아서 도리를 아는 천하의 인재를 뽑아 등용하는 방법을 배우며 절조를 지키며 사는 수양의 방법이었다.
이처럼 선조들이 남긴 싯구를 통해 바라본 낚시문화는 오늘날 값비싼 도구와 기술을 동원해 낚아올리는 낚시와는 사뭇 다르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세상이 변하듯이 낚시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이를 즐기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모든 것이 대량화 되고, 빠른 결과를 얻고 싶어하는 사회적 양상 속에서 낚시를 통해 바다와 교감하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았던 선인들의 지혜를 돌아보았으면 한다.
안국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