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온두라스, 중남미 물류 중심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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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세계 무역의 3~5%를 차지하는 파나마 운하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는 두 대양(大洋)의 수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툰호(Gatun lake)의 담수를 이용해서 수위를 조절하여 선박들을 통항시킨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발생한 이상기후는 열대지방인 이곳에 가뭄을 야기해서 지금까지 개선되고 있지 않다. 평상시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숫자는 2023년 7월 32척에서 2024년 1월 24척으로 감소하였고, 선박 크기와 싣는 화물의 숫자를 줄여서 통과하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화물 운임의 증가를 촉발하여 현재 아시아-미국 동안 간 운임이 계속 오르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처럼 세계의 중요한 물류 지름길이 여러 곳에 있다. 우선 앞에서 언급한 파나마 운하는 과거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가기 위해 칠레 남단 마젤란 해협을 9,000km나 돌아서 운항하던 것을 파나마 지협을 관통시켜 일대 역사적 혁명을 일으킨 곳이다. 또 하나는 수에즈 운하로, 유럽과 아시아 무역을 위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 7,000km를 더 가던 기존 항로를 이집트의 지중해와 홍해를 관통해서 아시아로 직행하도록 길을 뚫은 곳이다. 이 운하는 세계 무역의 약 12%를 처리하는 중요한 물류 루트로 현재 예멘의 후티 반군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인근이기도 하다. 이러한 세계 해상교역의 지름길을 확보하면 국부 창출을 통한 경제적 위상뿐만 아니라 전략적인 입지를 통해 정치적인 힘까지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여러 국가가 제2, 제3의 수에즈, 파나마 운하를 꿈꾸고 있다.
우리에게 세계 살인율 1위 국가, 중남미의 빈곤 국가, 바나나 공화국 등으로 알려진 온두라스 역시 자국의 빈곤을 타파하고자 중남미 물류 허브를 꿈꾸고 있다. 온두라스는 16세기 스페인인들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마야인들이 살던 곳이었다. 이후 스페인 사람들이 거주하면서 주변 중미 국가들과 비슷한 역사를 가지게 되었다. 19세기 초반에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여 중미 연방의 일원으로 멕시코의 영토가 되었다가 1838년 온두라스로 독립하였다. 이후 오랜 기간 군부 독재, 좌우 진영 간 충돌 등의 혼란을 거듭해 오면서 2000년대에 이르렀다. 2009년에는 우파 국민당의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랜드 브리지(Land bridge) 사업을 적극 추진하였다. 사실 온두라스와 국경을 맞이하고 있는 니카라과가 2010년 초반 중국 자본의 지원을 받아 파나마 북측에 니카라과 운하 건설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대립, 환경파괴 문제 등으로 포기했었다. 이러한 주변 지역의 정책적 움직임에 2010년 중후반 온두라스 정부도 자국의 북쪽에 대서양 연안의 최대 항만인 코르테스항(Cortes)과 서쪽 태평양에 접해 있는 아마팔라항(Amapara)을 연결하는 랜드 브리지 계획을 추진하고자 하였다. 온두라스 전 대통령 에르난데스는 이 사업을 위해 우리나라 코이카(KOICA)에 태평양 아마팔라 지역에 신항 건설을 요청하였고 국제기구와 세계은행 등에 아마팔라항과 대서양 연안의 코르테스항을 고속도로로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도 요청하면서 랜드 브리지를 통한 국가 발전을 도모하였다.
온두라스 대서양-태평양 랜드 브리지 구상도 ⓒ온두라스의 코르테스항과 아마팔라 신항 전경
(위) 대서양 코르테스항/ (아래)태평양 아마팔라 신항대상지 ⓒ이성우
온두라스가 랜드 브리지를 통해 자국의 경제를 발전시키고자 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세계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온두라스 경제는 2021년 GDP는 285억 달러로, 중앙아메리카에서 5번째 규모이다. 중앙아메리카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국가 중에서도 가난한 국가로 손꼽힌다. 주로 마킬라1)자유무역지역을 통해 생산된 의류와 기계류 등과 커피, 새우, 팜유, 바나나 등의 농산물을 미국에 주로 수출하고 반대로 에너지 제품, 기계류 등을 주로 수입한다. 온두라스 수출의 54.11%, 수입의 49.46%를 미국이 차지하고 있기에, 외국자본 투자 촉진 및 글로벌 교역 연계를 통한 환적 거점 구축 등을 통해 낙후되고 단순한 미국 종속형 경제구조를 벗어나고자 랜드 브리지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였다.
1) 원래 방앗간 삯을 언급하는 스페인어로 저가 노동을 지칭
그러나 온두라스의 랜드 브리지 사업은 지형적 고비용 구조와 자국의 정치적 문제로 인해 현재까지 구상에 불과한 사업으로 남아있다. 온두라스는 서쪽으로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동쪽으로 니카라과와 접경하고 있다. 북쪽은 카리브해, 남쪽은 태평양과 폰세카 만을 통해 접한다. 게다가 온두라스는 이른바 '중미의 티베트'라고 불릴 정도로 산이 많다. 북동해안의 모스키토 해안과 남쪽 폰세카 만의 해안지대를 제외하면 국토 대부분이 해발고도 1,000~2,000m의 산악 지대다. 이러한 이유로 랜드 브리지 사업에서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에 큰 비용이 든다. 또한 태평양 연안의 아마팔라항 건설 역시 태평양으로 나가는 항로가 엘살바도르에 너무 인접해 있어 군사적 리스크가 존재하고 항만 배후지역이 좁아서 대형 항만 건설에도 많은 공사비가 예상되었다. 또한 정치적으로 랜드 브리지 사업을 추진하던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마약 관련 문제로 물러나고, 2021년 대선에서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의 부인 자유재건당의 시오마라 카스트로 후보가 승리하면서 정권이 교체되었다. 이로 인해 정책 기조가 좌경화로 넘어가면서 전 정부의 추진 사업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온두라스와 니카라 국경 도로 정체로 긴 행렬의 통관 차랑 ⓒ이성우
한 국가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물류가 필수적인 요소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부산항을 개발하고 서울과 부산을 경부고속도로로 연결하면서 경제 성장의 시작을 알렸던 것처럼, 여전히 많은 개도국은 우리의 성공 사례를 꿈꾸며 물류 허브를 만들고 노력 중이다. 실현 가능성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나 여러 가지 제약에도 불구하고 온두라스가 랜드 브리지를 완성한다면 파나마 운하를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물류 허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배후 지역 산업기반 부족, 연결도로망 부재, 국경 분쟁, 정치 불안 등의 지정학, 지경학적 리스크로 인하여 해당 사업의 추진은 한동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빈번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로 인해 지구의 많은 교역로들이 열대 국가 모두의 고민을 풀어주길 희망한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물류·해사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포용과 통섭의 공간이 바다인 것처럼, 해양물류는 전체 물류산업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양도시의 물류 및 경제산업에 관한 전문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