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과학 기후변화, 어쩌면 해양미세조류가 답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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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미세조류와 플랑크톤은 무엇인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의 사람들 모두 미세조류와 플랑크톤이란 단어는 한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용어를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주위 사람은 많지 않다. ‘플랑크톤’은 그리스어 “Planktos(플랑크토스)” , 즉 “떠다니다”라는 의미에서 유래가 된 용어로, 물에서 떠다니는 모든 생물군을 지칭한다. 여름철 해변의 불청객인 해파리도 물에서 둥둥 떠다니기 때문에 플랑크톤에 해당한다.
반면, 미세조류는 플랑크톤을 크기의 개념에서 아주 작은 생물의 의미로 정의한 용어이며, 그 크기는 0.2마이크로미터에서 200마이크로미터까지 다양하다. 바다뿐만 아니라, 강과 호수 등 햇빛이 도달하는 수권(Hydrosphere) 어디에든 미세조류는 분포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 우리가 이야기하는 생물은 바다에서 살고 있으며 육상의 식물처럼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생물로, “해양식물플랑크톤” 혹은 “해양미세조류”로 정의할 수 있다.
광학현미경과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되는 다양한 해양미세조류 ⓒ해양미세조류은행
물에 사는 해양미세조류는 크게 규조류(Diatom)과 와편모조류(Dinoflagellate)로 구분할 수 있다. 규조류는 유영능력이 미약하고, 원형 또는 길쭉한 타원형의 형태를 하고 있는 종이 많으며, 규산질의 껍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와편모조류는 모서리가 둥근 마름모꼴의 형태를 하고 있는 종이 많으며, 편모를 가지고 있어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좌)규조류, (우)와편모조류 ⓒ클립아트코리아
해양 미세조류는 지구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온실효과로 인해서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여 온난화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온도가 올라가면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서 저지대 국가나 섬나라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 기후 패턴의 변화를 초래하여 허리케인이나 태풍의 발생 빈도를 증가시키거나 극단적인 기후 현상 등을 일으킨다. 이런 현상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생물이 해양미세조류이다.
단세포 생물인 해양미세조류는 지구 생태계에서 크게 두가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번째는 빛 에너지와 이산화탄소를 이용해서 산소를 생산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광합성을 할수 있는 생물 중 하나로,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산소의 약 50%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상식물이 약 20%의 산소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보다 더 많은 산소를 생산하는 생물이 해양미세조류이다.
둘째, 바다생물 생태계의 에너지 흐름에서 기초 생산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다에 살고 있는 해양미세조류를 동물플랑크톤이 먹고, 이 동물플랑크톤을 작은 치어나 소형 어류들이 먹는다. 그리고 그 소형 어류는 큰 어류들에게 잡아 먹히는 구조의 먹이 피라미드에서 근간이 되는 생물이다.
해양 미세조류의 반란 “적조”
지구상의 모든 생물에게 유익한 이 생물도 반란을 일으킨다.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적조(red tide)이다. 적조의 사전적 의미는 해양미세조류의 이상 증식으로 바닷물이 붉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연안에 발생하는 적조가 사전적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발생하는 적조는 인간 생활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유독·유해 적조(harmful algal blooms)로 변화하였다. 이런 유독·유해 적조는 바닷물의 수온이 올라가고, 영양염이 과도하게 있을 때 자주 발생한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유독·유해 적조는 1980년대 중반, 마비성 패독을 가진 와편모조류 알렉산드리움(Alexandrium tamarense)에 오염된 패류를 섭취하여 발생한 인명사고에서 시작하였다. 이후, 이와 같은 유독·유해 적조 발생 빈도수는 증가해 왔고, 1990년대 중반에는 와편모조류 코클로디니움(Cochlodinium polykrikoides)을 원인으로 하는 적조 대발생으로 약 800억원이라는 엄청난 수산피해가 발생하였다.
코클로디니움이 해양미세조류이고, 대규모 적조 발생 원인종이라는 것은 관련분야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민,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다. 그만큼 코클로디니움으로 인한 수산피해가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반화 되어 버렸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코클로디니움을 원인으로 한 적조 발생 빈도는 많이 줄어들었고, 이와 함께 대규모 수산업의 피해는 보고가 없다. 최근에 발생하는 수산업 피해는 적조 보다는 기후 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수온 상승으로 인해 유독·유해 적조는 사라진 걸까? 아니다. 유독·유해 적조는 올해 여름에도, 내년 여름에도 발생할 수 있다. 상승하는 수온과 해양환경에 다양한 종들이 적응하여 반드시 다시 발생할 것이다.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볼 수 있는 작은 단세포 생물의 능력을 무시하지 말고, 우리는 연구를 통해 미래 유독·유해 적조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
2012년 8월 1일 적조주의보가 발령된 경남 통영지역 ⓒ국립수산과학원
해양 미세조류와 인간의 공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이지만, 해양 미세조류는 지구 생태계와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가 숨 쉬는 산소의 절반을 생산하고, 해양 생태계의 기초를 형성하는 이 소중한 생명체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립부경대학교 해양 미세조류은행은 다양한 해양 미세조류를 수집, 보존하고 연구함으로써 이들의 생태적 중요성을 알리고, 미래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기초 자료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적조와 같은 해양 생태계 위기에 대한 예측과 대응책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우리 모두가 바다와 그 안에 살아가는 미세조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양 환경을 보호하는 데 관심을 가진다면, 인간과 해양 생태계는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이 작은 생명체들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보전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해양 미세조류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미래 세대를 위한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신현호
부경대학교 수산생명과학부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미세조류는 지구생물생태계의 균형과 지속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바이오산업에 활용되는 중요한 생명자원이다.
해양환경과 생물생태계 평가, 바이오산업과 미세조류의 활용 연구 등의 전문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