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과학 국립부경대학교 해양 미세조류은행 - 미세조류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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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자원으로 활용되는 미세조류
이전 글에서는 지구생물생태계에서 미세조류의 역할에 대해서 언급하였고, 이번 글에서는 바이오산업에서 미세조류의 활용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하는 작은 미세조류는 그 종류가 수만 종에 달하며, 이 중 일부는 높은 영양가를 지니고 있어 생물자원으로서 활용 가치가 높다. 예를 들어, 마트나 홈쇼핑 광고에서 한번쯤 들어 봤을 만한 상품명, 클로렐라(Chlorella), 스피룰리나(Spirulina), 그리고 나노클로롭시스(Nannochloropsis), 아이소크리시스(Isochrysis)와 같은 속(genus)의 종들은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필수 아미노산뿐만 아니라, DHA나 EPA와 같은 오메가-3 지방산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기능성 식품, 건강보조제, 동물사료 및 수산양식용 사료의 원료로 활용되고 있다(그림 1). 최근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스피룰리나의 추출물은 기억력 개선의 소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미세조류는 바이오에너지 생산의 핵심 원료로도 주목받고 있다. 일부 종들은 지질 함량이 높아 바이오디젤 생산에 적합하며, 생산 과정에서 폐수를 정화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친환경적 특성 덕분에,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대체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에쓰오일에서 항공업계의 탈탄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미세조류에 대한 연구개발을 2024년도부터 시작하기도 했다. 특히, 미세조류 기반 바이오연료는 기존 식량자원과 경쟁하지 않으면서도, 비생산적 토지나 해양 공간에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 생산 전략의 하나로 여겨지기도 한다.
환경 기술 분야에서도 미세조류는 그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세조류는 산업 폐수나 생활하수에서 질소, 인, 중금속 등을 제거할 수 있는 생물학적 정화제로 활용되며,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기후변화 대응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일부 종은 특정 환경에서 독성 물질을 흡수하거나 생분해 가능한 고분자물질을 생산하기도 하여, 친환경 소재 개발과 환경 복원 기술에도 적용되고 있다.
더불어 미세조류는 화장품 및 제약 산업에서도 연구와 활용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항산화 성분, 자외선 차단 기능, 항염 효과 등을 가진 물질을 생산하는 일부 종은 천연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항암, 항균, 면역강화 등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을 생산하는 능력을 활용하여 신약 개발의 소재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미세조류는 미래 바이오경제를 이끌 핵심 생명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림 1. 미세조류의 산업적 활용
ⓒ국립싱가포르대학교
국립부경대학교 해양미세조류은행(현 명칭: 해양식물플랑크톤 기탁등록보존기관)
1993년 생물다양성협약과 2014년 나고야 의정서의 발효로 생물자원에 대한 국가 주권이 강화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세조류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고, 일부 종은 고부가가치의 생리활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생명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크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나라는 생명자원의 관리와 이용에 관한 국제적 흐름에 맞추어 미세조류를 체계적, 안정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하여, 1995년부터 국립부경대학교에 ‘해양미세조류은행’을 구축하여 운영해 왔다. 하지만, 당시 운영 책임자의 은퇴로 오랜 기간 보존, 관리해 오던 해양미세조류 자원은 2015년에 한국해양과학기술원으로 이관되었다.
이후, 저자는 작년 2024년 9월에 해양미세조류자원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배양시설을 국립부경대학교 양식응용생명과학전공 학과에 구축하여 해양미세조류은행의 재이전을 추진, 올해 3월부터 국립부경대학교에서 해수부 지정 ‘해양식물플랑크톤자원 기탁등록보존기관’이라는 기관명으로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림 2).
국외에서도 오래전부터 미세조류의 가치를 확인하고, 연구와 산업에 이용될 수 있는 종들을 확보하여, 생명자원으로서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하여 관련기관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예: 미국의 NCMA, UTEX, 영국의 CCAP, 일본의 NIES 등) (그림 3). 이런 국외 기관은 국립부경대학교의 해양식물플랑크톤 기탁등록보존기관과 함께 국가가 보유한 미세조류 자원을 산업화 가능한 형태로 체계화하고, 국내외 연구기관 및 기업과의 연결을 통해 실질적인 기술 상용화와 시장 진입 지원을 운영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림 2.국립부경대학교내 해양식물플랑크톤 기탁등록보존기관의 배양실
ⓒ신현호
최근, 해양바이오산업과 관련한 글로벌 시장은 약 10조원 규모로 형성이 되어 있고, 우리나라에는 약 8,000억 규모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며, 매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양식물플랑크톤자원 기탁등록보존기관은 우리나라가 미래 바이오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 활동을 통해 관련 산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연안에서 확보된 새로운 미세조류 자원에 ‘곤얄록스 거문엔시스 (Gonyaulax geomunensis)’, ‘카를로디니움 제주엔시스 (Karlodinium jejuensis)’, ‘펜타파소디니움 진해엔세 (Pentaphsodinium jinhaense)’ 등과 같이 우리나라의 거문도, 제주도, 진해, 지명을 따서 명명하였고, 미세조류를 배양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배양 기술을 공개하거나 기술 이전을 추진하였다. 최근에는 미세조류가 생산하는 독을 이용하여, 의약품 소재로 활용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해양식물플랑크톤 기탁등록보존기관의 운영 과정에 있어서 여러 제도적 문제들이 있다. 이는 자원의 효과적인 활용과 국가 경쟁력 확보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자원의 법적 소유권과 활용권에 대한 기준이 아직까지 불명확하다. 즉, 자원을 수집한 연구자, 관리기관, 활용 기업 간의 권리관계 설정이 체계적이지 않다. 이는 자원의 상업화 가능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국제 협력이나 기술 이전 과정에서 법적 분쟁의 소지가 되는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해양식물플랑크톤 기탁등록보존기관이 미래 바이오산업에서 핵심인프라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제도적 기반의 정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해양식물플랑크톤 기탁등록보존기관의 운영 책임자인 저자는 연구자로서,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안정적인 자원 관리 체계 확립과 산업적 활용 촉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그림 3. 미세조류를 관리하는 외국 기관의 홈페이지
ⓒ위: 일본의 NIES, 아래: 미국의 UTEX
신현호
부경대학교 수산생명과학부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미세조류는 지구생물생태계의 균형과 지속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바이오산업에 활용되는 중요한 생명자원이다.
해양환경과 생물생태계 평가, 바이오산업과 미세조류의 활용 연구 등의 전문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