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 미역은 어떻게 베이컨이 되었나, ‘'우마로 푸드'’가 바꾸는 우리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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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 성장 잠재력에 눈 뜨다.
미국인은 1년 동안 대략 8kg의 베이컨을 먹는다. 베이컨은 돼지고기로 만든다. 그런데, 돼지고기가 아닌 해조류로 만든 베이컨이 있다면? 믿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현실로 다가온 이야기다. 미국의 푸드테크 스타트업 '우마로 푸드'(Umaro Foods)가 바다에서 얻은 해조류로 베이컨을 개발했다. 이 해조류 베이컨은 2022년 미국 ABC 방송 간판 프로그램 <샤크 탱크>에도 소개됐다. 시청자와 투자자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곳곳에서 적지 않은 투자도 들어왔다. 이 회사는 지금 한창 성장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우마로 푸드' 공동 창업자
ⓒ'우마로 푸드' 홈페이지 검색
“바다 베이컨”을 만든 주인공인 여성 과학자 둘이다.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베스 조터(Beth Zotter)는 원래 탄소 포집 전문가였다. '우마로 푸드'의 전신인 트로픽을 운영하던 2021년에 탄소 제거 기술 경연대회에서 상금 500만 달러를 받았다. 그 당시 그가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화두는 ‘해조류의 상업적 활용’이었다. 돈벌이가 될 만한 분야가 무엇이냐였다. 그러던 중 지속 가능한 식품 개발 쪽으로 눈을 돌렸다. “해조류 단백질 식품이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 후 공동 기술개발 책임자(CTO)로, 아만다 스타일스(Amanda Stiles)를 영입했다. 식품 개발 전문가다. 인력과 조직이 세팅되자, 한동안 지지부진하던 해조류 베이컨 개발에 탄력이 붙었다.
해조류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양식하는 데 담수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따로 비료를 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작물이다. 콩고기나 곤충 식품처럼 해조류가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마침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 등으로 식량 공급이 압박받는 상황과 맞물려 현재 글로벌 해조류 시장은 덩치를 키우고 있다.
'우마로 푸드' 홈페이지 초기 화면
ⓒ'우마로 푸드' 홈페이지 검색
'우마로 푸드' 핵심 기술과 제품
'우마로 푸드'가 내놓은 대표 선수는 해조류 비건 베이컨이다. 이 제품을 만든 핵심 기술은 두 가지이다. 첫째, 바닷말에서 단백질을 추출하여 육류의 헴(heme)을 대체하는 성분을 만드는 기술이다. 헴은 육류의 붉은 색과 감칠맛을 내는 분자다. 임파서블 푸드 등이 식물성 버거에 적용해온 중요한 성분이다. '우마로 푸드'의 창업자들은 해조류(특히 붉은 해조류)에서 추출한 적색 단백질이 헴과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실제로 '우마로 푸드'는 자체 개발한 해조류 단백질(umaro protein)이 식물성 고기에서 육류 특유의 감칠맛과 색감을 낸다고 설명한다.
'우마로 푸드'에서 개발한 비건 베이컨
ⓒ'우마로 푸드' 홈페이지 검색
둘째, 해조류의 겔 성분을 활용한 지방 캡슐화(encapsulation) 기술을 꼽을 수 있다. 베이컨 맛의 핵심은 입 안에서 녹아 나오는 기름기와 바삭함이다. '우마로 푸드'는 해조류 다당류로 이루어진 겔(gel)이 자기 무게의 5배에 달하는 기름을 머금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해조류에서 얻은 하이드로콜로이드(천연 겔화제인 한천, 카라기난 등)로 식물성 기름을 감싸 베이컨처럼 바삭하게 튀겨지는 지방층을 구현했다. 이 혁신기술을 통해 마침내 ‘지방이 촉촉하지만 바삭하게 녹아드는’ 베이컨 특유의 식감을 뽑아냈다.
'우마로 푸드' 베이컨으로 만든 메뉴
ⓒ'우마로 푸드' 홈페이지 검색
돼지고기 없는 비건 베이컨
'우마로 푸드'가 개발한 해조류 베이컨은 겉보기부터 일반 돼지고기 베이컨과 매우 흡사하다. 팬에 굽거나 오븐에 조리하면 기름이 배어 나와 노릇하고, 바삭한 식감을 내고 있어서다. 개발팀은 여러 차례의 시제품 조리 테스트를 통해 색깔, 두께, 식감을 지속적으로 개선했다. 해조류 단백질 자체에 바다의 감칠맛이 풍부하기 때문에 베이컨 특유의 짭짤하고, 감미로운 맛을 구현하는 데도 유리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 단백질은 자연스럽게 붉은색을 띠고 있어 따로 인공색소를 첨가하지 않아도 베이컨 특유의 선홍빛을 띠게 한다. '우마로 푸드'의 베이컨 재료에는 해조류 외에도 병아리콩 단백질과 코코넛 오일, 해바라기유, 비트나 무에서 추출한 식물성 색소 등이 들어간다. 베스 조터 공동대표는 “베이컨이 맛있는 건 지방이 많기 때문인데, 우리는 해조류의 천연 성분으로 다량의 식물성 지방을 잡아두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해조류로 만들 다양한 제품
ⓒconnemaraseaweedcompany.ir 검색(2025년 5월 30일)
소비자 반응과 향후 성장 전망
제품 출시 이후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일부 비건 식품 전문가들은 '우마로 푸드' 베이컨이 실제 고기에 비해 쫄깃한 식감이 덜 느껴진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기존 식물성 베이컨 중 식감과 맛이 가장 뛰어나다”는 분위기다. 특히 셰프들은 '우마로 푸드' 베이컨을 선호한다. 조리할 때 취급이 간편하면서도 손님들에게 만족스러운 비건 옵션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우마로 푸드'는 “우리 제품은 출시된 지 1년 만에 레스토랑 매출이 6배 성장할 정도로 업계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고 자랑한다.
현재 식물성 베이컨 분야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 누가 먼저 “진짜와 똑같은 베이컨”을 내놓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나온 점수로는 '우마로 푸드'가 해조류로 차별화하면서 선두 자리를 꿰찼다. 다른 기업들은 콩, 버섯, 코코넛 등 각기 다른 소재로 대체 베이컨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경쟁회사 후레이 푸드(Hooray Foods)는 코코넛 오일과 쌀가루 등을 이용한 식물성 베이컨을 판매하고 있다. 200만 개가 넘는 비건 베이컨을 판매할 정도로 상업화에 성공했다. 프랑스 스타트업 라비(Larvie)는 비 GMO 대두 단백질로 베이컨을 만들었다. 2,600만 달러가 넘는 투자도 유치했다. 스페인의 리브레 푸드(Libre Foods)는 버섯을 원료로 써서 베이컨을 개발하는 등 돼지고기가 없는 베이컨을 만들고 있다.
'우마로 푸드'의 향후 성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시장 수요 측면에서 채식주의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까지 건강과 환경을 위해 대체육을 찾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베이컨은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난공불락”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체 식품으로서의 완성도가 낮았던 분야였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우마로 푸드'와 같이 맛있는 베이컨을 내놓는 기업이 있다면, 시장 선점 효과를 누려야 마땅하다. '우마로 푸드'가 만들어 가는 고기 없는 고기 시대, 우리의 식탁이 어떻게 바뀔지 그 미래가 궁금하다.
최재선
한국연안협회 연구위원, 법학박사
해양 전문지 『디 오션』, 『오션 테크』, 『환동해 경제학』 등을 공동기획하고, 같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