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도시 북중러 두만강 협력, 부산항의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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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의 핵심 물류와 군사 요충지인 두만강 하구는 북한, 러시아, 중국 3국의 국경이 맞닿아 있는 약 17km 구간으로, 과거부터 역사적 갈등과 지정학적 전략이 교차해 온 공간이다. 19세기 중반 청나라의 쇠퇴 속에서 체결된 1858년 아이훈 조약과 1860년 베이징 조약으로 러시아가 연해주 일대를 차지하면서, 중국 길림성과 흑룡강성 등 동북 지역은 동해로 나가는 '출해권(出海權)'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었다. 이러한 해상 접근성의 상실은 중국 동북 3성의 산업 경쟁력 약화와 경제 침체를 초래한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이후 중국은 1991년 중·소 국경 협정을 통해 두만강 하류를 따라 동해로 진출할 수 있는 권리를 원칙적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1956년 건설된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낡은 조·러 친선대교(일반적으로 두만강 철교라 지칭)의 해수면 높이가 약 7m에 불과해 상선이나 화물선의 통항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태가 지속되어 왔다1). 게다가 북한 역시 주권 침해 우려와 국경 수비 군부대 이전 비용, 막대한 준설 공사 문제 등을 이유로 중국의 두만강 직접 출해 요구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오면서 이 지역은 오랫동안 미완의 전략 요충지로 남아있었다.

두만강 하구 접경 도시와 항만들
최근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심화와 지정학적 충돌을 계기로 북한, 러시아, 중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두만강 하구 접경지역이 침묵의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 성장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의 북·러 자동차 전용교량이 이번 6월에 완공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두만강 철교 외에 북·러 자동차 전용교량이 건설되면서 두만강 하구를 통한 동해로의 출해권 확보는 더욱 불투명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이 와중에 중국의 두만강 출해권에 대한 언급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을 통한 경제협력은 중국의 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있음을 예상하게 한다. 중국이 동해 출해권을 확보할 경우 일본은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 또한 부산이 추진하는 북극항로 상용화 전략에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두만강을 접하고 북극항로로 이어지는 이들 초국경 도시는 삼국 간의 견제와 협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환동해의 지정학과 지경학에 큰 파급력을 만들 수도 있다. 러시아는 극동지역을 개발하면서도 중국이 두만강 하구에서 과도하게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최근 완공된 북·러 국경 자동차 교량의 높이가 기존 철교와 비슷한 약 7m 수준으로 설계되어 선박 통항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중국 상선의 두만강 직접 출해 염원은 한 번 더 벽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북한과 러시아는 안보 동맹을 복원하며 국경 자동차 교량 건설, 두만강역 현대화, 나진항 현대화 등을 통해 경제·물류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두만강 직접 출해가 막힌 대신, 러시아 크라스키노 세관의 현대화와 이 세관에서 50km 떨어진 자루비노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동해로 진출하는 우회로를 확보하며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여기에 과거 중국이 추진했던 북한의 나진항을 통한 출해 전략 역시 양국의 협상에 따라 유효한 전략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북·러 자동차 전용 교량
ⓒ이성우, 2025.11.15

중·러 크라스키노 세관 현대화와 자루비노항 현황
ⓒ이성우, 2025.11.15
이러한 북·중·러의 통관 인프라 개선과 초국경 물류망 확충은 향후 환동해 지역 물류와 공급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두만강 하구와 극동 러시아를 연결하는 회랑이 활성화되면, 이 지역은 점차 통항 기간이 늘어나고 있는 북극항로(NSR)와 태평양을 잇는 '동북아와 북극항로를 연결하는 북방 물류 게이트웨이'로 부상하게 된다. 특히 러시아와 북한 항만을 통한 중국 동북 지역 화물의 동해 진출 통로가 안정화되면, 기존 서해로 우회해야만 했던 중국 동북 지역의 대규모 물류 흐름이 동해 중심으로 재편되어 새로운 국제 물류의 대동맥이 형성될 수 있다.
두만강 하구의 물류 지형 변화는 부산항에 기회와 위협이 동시에 공존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우선 기회 요인으로 첫째, 중국 동북 지역의 화물이 자루비노항, 나진항 등 환동해권 항만을 통해 동해로 직접 나오게 되면, 기존에 서해로 우회하던 화물이 세계적인 환적 허브인 부산항으로 원활하게 유입되어 부산항의 물동량 선순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둘째, 훈춘과 극동 러시아 항만들이 기항지 항만으로 활성화될 경우, 부산항은 점진적으로 상용화될 북극항로 개척에 있어 핵심적인 허브항 역할을 굳건히 다질 수 있다. 반면, 지정학적 요인으로 북·중, 중·러의 밀착이 강화되어 중국이 극동러시아, 북한 동해안 항만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북극항로의 전초기지로 삼을 수 있다. 향후 중국이 상하이항을 중심으로 북극항로 운영 체계를 선점할 경우, 부산항은 북극항로의 핵심 허브가 아닌 단순 기항지로 제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경제적 요인을 넘어 동해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대립하는 공간이 되어 기존 평화로운 항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부산항이 동북아 물류중심의 지위와 북극항로의 중심항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항로 개척, 국내 인프라 개발, 기술 개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부산항이 북극항로 시대의 중심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항만 인프라 확충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 차원의 전략 외교와 환동해권 도시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 그리고 러시아·중국·북한 접경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 수집과 현지 진출 지원 정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두만강 하구를 둘러싼 변화는 단순한 국경지역 개발 사업이 아니라 동북아 물류 질서와 북극항로의 미래를 좌우할 전략적 변곡점이기 때문이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물류·해사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포용과 통섭의 공간이 바다인 것처럼, 해양물류는 전체 물류산업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양도시의 물류 및 경제산업에 관한 전문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