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도시 마카오의 변신에서 부산의 미래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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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는 중국 남부 주강 하구에 자리 잡은 작은 해안도시로, 척박한 자원과 협소한 면적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마카오는 자신이 가진 역사와 공간, 관광과 오락산업을 촘촘하게 연결해 세계인이 찾는 글로벌 관광도시로 성장했다. 마카오의 성공은 도시의 크기가 아니라 방문객의 시간과 소비를 붙잡는 ‘체류경제’의 능력이 도시 경쟁력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카오의 역사는 바다에서 시작됐다. 16세기 중반 포르투갈 상인들이 정착한 이후 마카오는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중계무역항이자 동서양 문명이 만나는 관문으로 번영했다. 중국의 도자기와 비단, 아시아의 향신료와 유럽의 상품이 이곳을 거쳐 이동했다. 중국식 사원인 마쭈거(媽祖閣, 마조각)와 포르투갈식 성당, 광장과 골목이 한 도시 안에 공존하게 된 것도 이 시기부터다.

마카오 아마 사원
ⓒ트립닷컴

마카오 성바울 성당
ⓒfreepik

마카오 세나도 광장
ⓒ인터파크 투어
그러나 19세기 중반 홍콩이 국제무역항으로 성장하면서 마카오의 항만과 중계무역 기능은 급격히 약화됐다. 바다를 통해 성장한 도시가 새로운 무역질서에서 밀려난 것이다. 마카오는 이 위기를 관광과 오락산업을 중심으로 돌파했다. 1999년 중국 반환 이후에는 중국 본토의 거대한 관광시장과 연결됐고, 2002년 카지노 운영권 개방을 계기로 글로벌 자본이 대규모로 유입됐다. 타이파(Taipa)와 콜로안(Coloane) 사이의 바다를 매립해 조성한 코타이(Cotai) 지역에는 호텔과 공연장, 쇼핑몰, 컨벤션센터, 음식점과 위락시설을 결합한 복합리조트가 들어섰다.
마카오의 성장을 카지노 하나로만 설명하는 것은 절반의 해석이다. 카지노가 자본과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동력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관광객이 숙박하고, 음식을 먹고, 공연과 전시를 관람하며 쇼핑하도록 만든 것은 도시 차원의 복합적인 설계였다. 마카오는 역사도심과 대형 리조트, 미식과 축제, 스포츠와 야간경관을 연결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만들었다.

마카오 야경
ⓒ이성우, 2024.7.11.
특히 주목할 점은 오래된 도시와 새로운 도시가 서로 경쟁하지 않고 역할을 나누었다는 사실이다. 코타이의 화려한 복합리조트가 대규모 관광객을 끌어들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역사도심과 포르투갈·중국 문화가 뒤섞인 골목은 마카오만의 이야기를 제공한다. 대형시설이 관광객을 모으고 오래된 골목과 지역문화가 도시의 정체성을 완성하는 구조다.
물론 마카오 모델에는 한계도 있다. 카지노와 특정 국가 관광객에 대한 높은 의존도, 관광객 집중에 따른 혼잡, 주거비 상승, 대형 복합리조트와 지역상권 사이의 격차는 마카오가 풀어야 할 숙제다. 마카오가 최근 문화·건강·금융·첨단기술·MICE·스포츠 산업을 육성하며 경제 다변화를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마카오 타워 야경
ⓒ이성우, 2024.7.11.
부산이 마카오에서 배워야 할 것은 카지노가 아니다. 제한된 공간과 자원을 연결해 방문객이 오래 머물고, 도시 곳곳에서 소비하며,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체류경제’의 운영 방식이다. 그 가능성을 실현할 가장 중요한 공간이 북항이다.
북항재개발은 단순히 오래된 항만시설을 걷어내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사업이 아니다. 부산역과 바다, 크루즈터미널과 원도심이 만나는 곳에 부산의 새로운 성장거점을 만드는 사업이다. 따라서 북항의 성패는 얼마나 높은 건물을 짓고 많은 토지를 분양하느냐가 아니라, 시민과 관광객이 그곳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무엇을 경험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선 북항을 ‘지나가는 공간’에서 ‘머무는 목적지’로 바꿔야 한다. 크루즈터미널, 오페라하우스, 친수공원, 마리나, 상업·업무시설이 각자 존재해서는 체류시간을 늘리기 어렵다. 해양공연과 국제회의, 미식과 쇼핑, 가족형 체험시설, 수변축제와 야간 콘텐츠를 하나의 보행권과 운영체계 안에서 연결해야 한다. 북항에 도착한 사람이 잠시 바다를 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공연을 보고 저녁을 먹고 야경을 즐긴 뒤 숙박하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북항과 부산 원도심을 하나의 관광·생활권으로 묶어야 한다. 북항 내부에 모든 시설을 새로 지으려 한다면 주변 지역은 오히려 쇠퇴할 수 있다. 북항의 대형 문화·관광시설은 사람을 끌어들이고, 중앙동·초량·남포동·자갈치·영도·산복도로는 부산만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보여주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보행축과 순환교통, 수상버스 등을 통해 북항의 방문객이 원도심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도록 해야 한다. 마카오의 코타이와 역사도심이 서로 다른 경험을 제공하듯, 북항과 원도심도 각자의 매력을 살리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관광을 부산의 기존 산업과 결합해야 한다. 부산은 세계적인 항만과 조선·해운·수산업, 영화와 콘텐츠, 의료와 미식, 국제회의 역량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북항은 단순 관광단지를 넘어 해양관광과 크루즈, MICE, 해양금융, 선박관리, 해양콘텐츠, 웰니스 관광이 결합된 새로운 산업지구가 될 수 있다. 부산항의 산업경관과 선박, 항만의 역사는 다른 도시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넷째, 연중 콘텐츠를 운영할 주체가 필요하다. 도시의 경쟁력은 건물이 완공되는 순간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계절별 축제와 상설공연, 국제행사와 야간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기획해야 공간에 생명력이 생긴다. 여러 기관에 흩어진 북항의 개발·관광·문화·교통 기능을 조정하고, 민간기업과 지역상인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 운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공공은 방향성과 공공성을 책임지고, 민간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끊임없이 새롭게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북항의 성과를 부동산 개발 실적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관광객 평균 체류시간, 숙박일수, 야간 방문객, 원도심 유입률, 지역상권 매출, 지역기업 참여율과 일자리 창출을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북항의 개발효과가 시민의 삶과 지역경제로 확산될 수 있다.
마카오는 바다의 작은 무역항에서 세계적인 체류형 관광도시로 변신했다. 그 성공의 본질은 화려한 건축물보다 역사와 문화, 관광과 산업, 낮과 밤, 신도시와 구도심을 연결한 데 있다. 부산은 마카오보다 더 넓은 바다와 세계적인 항만, 더 다양한 산업과 풍부한 도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부산이 만들어야 할 미래는 마카오의 복제판이 아니다. 북항과 원도심, 해양산업과 문화관광을 결합한 ‘부산에서만 가능한 해양 체류도시’다. 북항재개발은 단순한 개발사업을 넘어 부산의 다음 먹거리를 만드는 도시 전환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

마카오 지역 구분
(AI 이미지로 생성)

부산항 대교(북항대교)
@부산시 제공

북산항(북항) 2단계 항만재개발사 조감도
@부산시 제공

글로벌 창업허브 부산 설계공모 조감도
@부산시 제공

부산항 북항재개발 2단계 사업 조감도, 5물양장
@부산일보DB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물류·해사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포용과 통섭의 공간이 바다인 것처럼, 해양물류는 전체 물류산업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양도시의 물류 및 경제산업에 관한 전문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