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문화 바다 위에 짓는 집, 21세기 노아의 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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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혼여행 관광지다. 1970년대 초부터 관광업을 주력산업으로 삼고 있다. 1000 가 넘는 자그마한 산호섬으로 이뤄진 인도양의 섬나라. 비취색 바다와 햐얀 백사장, 그리고 태고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꿈의 여행지로 각광받는 나라, 인구 40만 명의 몰디브다. 이병헌의 그 유명한 애드리브,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으로 뜬 바로 그 나라다.
몰디브 훌루말레 인공 섬 프로젝트
이런 몰디브가 관광보다 더 강력하게 미는 사업이 하나 있다. 1997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훌루말레(희망의 도시) 인공섬 프로젝트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의 2/3가 수몰 위기에 처하자 고심 끝에 내놓은 처방전이다. 국제공항 주변의 산호 지대 위에 모래를 쌓아 해발 2m 높이의 인공섬을 만들고, 그 위에 도시를 조성했다. 이 섬은, 현재 우리나라 여의도 면적(2.9㎢)의 1.4배(4㎢) 이상으로 넓어져 몰디브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 됐다. 이곳에 거주하는 인구는 5만 명으로 불어났다. 추가적인 도시 계획까지 마무리되면 2020년대 중반까지 24만 명이 이 섬으로 이주하게 된다.
몰디브 정부는 지금까지 두 차례의 간척 사업과 도시 인프라 구축 사업에 1억 9200만 달러(약 2,160억 원)를 투입했다. 몰디브가 인공섬을 만들어 바다도시를 조성하고 나선 것은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산호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섬의 자연환경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지로 꼽히지만, 해수면 상승에 가장 취약한 나라의 하나다. 이 나라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 26)를 앞두고 바닷속에서 각료 회의를 열어 국제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인공 섬 도시를 건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몰디브 상황과 지구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하나의 포퍼먼스였다.
< 몰디브 훌루말레 인공 섬 프로젝트 >
ⓒ 중앙일보 기사 검색자료(2022. 11. 10)
해저도시도 만들고, 해상도시도 짓고
최근 들어 해상도시와 해저도시 개발에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부산에서는 북항 지구에 해양 건축 전문가와 유엔 해비타트가 힘을 합쳐 플로팅 해상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와 오셔닉스 계획에 따르면, 3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육각형 모양의 부유식 해상도시 모듈 1개를 시범사업으로 건설한다. 인천과 울산에서는 해저 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을 내놨다. 인천 해저도시는 내항 바다 55만 평에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최첨단 정보통신 및 공학기술을 총동원한 해저 3~4층, 해상 4~5층 규모의 스마트 빌딩 20개를 짓는 사업이다. 해저도시가 들어서면, 연간 3,224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8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18조 원가량의 경제적인 효과는 덤이다.
< 오셔닉스 홈페이지 및 부산 플로팅 해상도시 모형(안) >
ⓒ 오셔닉스 홈페이지 검색자료(2022. 11. 12)
기후난민에게는 21세기 ‘노아의 방주’
사실 따지고 보면,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도 대표적인 해상도시다. 포 강과 피아베 강 사이의 해안선을 따라 쭉 뻗어 있는 산호초 위에 지었기 때문이다. 연약한 지반을 바쳐주기 위해 1000만 개가 넘는 긴 나무 말뚝을 땅에 촘촘히 박아 넣고, 건축물을 올렸다. 이런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해상도시를 지으면서 베네치아는 9세기부터 600년 동안 해상무역 왕국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13세기 후반 베네치아 왕국이 전성기에 올랐을 때 보유한 배가 무려 3만 3000척이 넘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폴로도 해상도시 베네치아와 날줄과 씨줄로 엮여 있다.
< 베네치아 해상도시 지반 축조 모습 >
ⓒ Urbanist 검색자료(2022. 11. 10)/아래 우측은 유튜브 캡처
< 뱅상 칼보의 해상도시 구상 - 릴리패드/오션스크랩퍼스 >
최근 해상도시의 기본 컨셉은 친환경 자족도시다. 기후변화가 글로벌 이슈로 정착되면서 개발 방향이 이런 트렌드로 굳어졌다. 전문가들은 2008년 벨기에의 생태 건축가 뱅상 칼보가 내놓은 이른바, ‘릴리패드 구상’이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말한다. 2100년의 자급자족 도시를 염두에 둔 릴리패드(lilypad, 수련 꽃 이름)는 5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해상도시다. 해류에 떠다니면서 전기도 만들고, 빗물을 모아 인공호수와 항구까지 건설하는 등 물류시스템도 갖춘 개념이다. 칼보가 2019년에 내놓은 오션 스크랩퍼스(Oceanscrapers)도 2만 명이 살 수는 친환경 해상도시다. 부산의 해상도시는 물론이고, 2025년 완공 예정인, 세계 최초의 떠다니는 인공 섬 도시 '블루 에스테이트 아일랜드’도 친환경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탄소 중립시대에 새로 들어서는 해상도시-기후 난민들에게 새로운 복음을 전파하는 21세기 노아의 방주가 될 수 있을까? < 끝 >
< 블루 에스테이트 아일랜드 조감도 >
ⓒ Blue Estate Group 홈페이지 검색자료(2022. 11. 14)
(주)에코트라 오션 랩
연구개발본부장, 법학박사
해양 전문지 『디 오션』, 『오션 테크』, 『환동해 경제학』 등을 공동기획하고, 같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