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문화 농해수비서관이라 쓰고 농림비서관이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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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비서관은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하고 각 분야의 목소리를 신속히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 국가이며, 북쪽은 분단으로 인해 사실상 섬과 같은 환경에 놓여 있죠. 이러한 이유로 해양과 수산에 대한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그런데도 해양수산을 전담하는 대통령실 비서관이 없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부두인 부산항 신항 7부두 전경 ⓒ부산일보
해양수산 비서관의 부재
대통령실에는 여러 경제 분야를 담당하는 비서관들이 있습니다. 그 중 ‘농해수비서관’은 해양수산과 농업을 모두 맡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농림비서관’이라 불리는 게 더 정확할지 모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출신 인사들이 주로 그 자리를 차지하다 보니, 농림 분야가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해양수산 정책은 뒤로 밀리기 십상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해양수산업계에서도 꾸준히 지적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와 안보에 중요한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해양수산을 대변할 창구가 대통령실 내에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잠시 부활했던 해양수산비서관은 해양수산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하며 나름의 역할을 했지만,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농해수비서관으로 통합되면서 해양수산 분야의 중요성은 더욱 뒷전으로 밀려나게 됐습니다.
2022년 1월 15일 부산에서 열린 전국해양수산인 비전대회에 참석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해양수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신해양강국 미래 비전을 선포했다. ⓒ부산일보
신해양 강국의 꿈, 그러나 현실은…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신해양 강국’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해양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해양수산 전담 비서관이 없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그 공약을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해양수산업계는 “정책이 나올 때마다 해양수산은 항상 후순위로 밀린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태나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인수 문제 등 중요한 해양 이슈들이 발생할 때마다 해양수산을 신속히 대처할 비서관이 부재한 상황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1만 6000TEU급 컨테이너 1호선 'HMM 누리호' 모습. ⓒ부산일보
국가 안보와도 밀접한 해양수산
해양수산비서관의 필요성은 단순히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것을 넘어섭니다. 해양수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 경쟁 속에서 신속한 대응이 필수적인 분야입니다. 그러나 현재 체제로는 해양수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정책 결정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해양수산업은 경제적 중요성을 넘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 문제입니다. 선원 부족이나 해양 영토 관리 문제는 국가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들입니다. “왜 이렇게 중요한 문제들이 다뤄지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양수산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된 체제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보입니다.
바다관련 키워드 ⓒ부산일보
“비서관 복원” 현장 목소리 꾸준
해양수산업계는 대통령실에 해양수산 전담 비서관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이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주장입니다. 중요한 해양수산 정책들이 적시에 추진되지 않으면, 이는 국가 경제와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 1월 15일, 부산의 해양수산 시민단체들은 대통령실에 해양수산 전담 비서관을 복원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현재 농해수비서관은 농림 중심이라 해양수산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해양수산 관련 정책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와 부산항발전협의회 등도 “해양수산 전담 비서관이 있어야 대한민국의 신해양 강국 건설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대통령실에 강력한 요청을 보냈습니다.
해양수산업은 국가 경제와 안보에 깊이 연관된 중요한 분야입니다. 해양수산을 전담할 비서관의 부활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이제는 농림 중심의 체제에서 벗어나, 해양수산업을 제대로 대변할 창구를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이상배
부산일보 해양수산부 기자
부산일보에서 기자로 일하며 올해 해양수산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저서로는 『세탁비는 이야기로 받습니다, 산복빨래방』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