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 해조류를 이용하는 또 다른 방법(일본의 시 베지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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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양식으로 자원의 가치도 높이고, 고부가가치 상품과 요리 개발
그 흔한 해조류를 최고급 상품으로 개발
조금은 범상치 않은 회사다. 그 흔한 해조류를 다시 보고, 최고급 상품과 헬스케어 제품, 그리고 요리 등으로 개발하는 곳, 일본의 시 베지터블 컴퍼니(Sea Vegetable Company)다. 어렸을 적부터 바다의 매력에 흠뻑 빠졌던 두 젊은이가 의기투합해 창업했다. 해조류가 갖고 있는 풍부한 영양소와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바탕으로,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해조류의 가치를 알리는 중이다. 1990년대 설립 초기에는 전통적인 김, 미역, 다시마 등의 생산에 주력했다. 최근에는 건강식품, 간편식품, 그리고 미용 및 건강 관련 제품까지 그 취급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생산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일본의 전통적인 해조류 생산과 가공 방식을 현대화하는 등 최근에 트렌드에 맞게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둔다.
시 베지터블 컴퍼니(Sea Vegetable Company) 홈페이지 초기 모습
ⓒSea Vegetable Company
이 회사 공동 대표인 준 하치야(Jun Hachiya)는 대학에 다닐 때부터 “해양 심층수를 활용한 전복과 해조류 복합 양식”에 매달렸다. 그리고 이를 사업화하기 위해 부단한 연구와 여러 가지 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해조류 생산에 특화하는 기업을 만든다는 목표를 내걸고, 친구와 함께 시 베지터블을 창업했다. 기업 이념도 예사롭지 않다. 기후 변화 등으로 감소하는 해조류를 재생시켜 바다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둘은 죽이 잘 맞았다. 해조류 씨앗 배양은 물론 육상과 해면 양식 방법까지 공동으로 개발했다. 그리고 10년 동안의 각고 끝에 해조류의 생산·상품 개발·판매에 이르기까지, 해조류 라이프 사이클을 한데 묶는 가치사슬을 완성했다.
시 베지터블 컴퍼니에서 활용하는 해조류 종류
ⓒSea Vegetable Company
해조류 생산-소비 과정 가치사슬 구축
이와같이 시 베지터블은 해조류의 양식에서 수확, 가공 및 포장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일본의 청정 해역에서 자라는 고품질 해조류를 엄선하여,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는 한편, 전통적인 건조 해조류부터 조미된 제품까지 생산하는 라인을 갖추고 있다. 또, 이 회사는 해조류의 영양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건강 및 웰빙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예컨대, 해조류를 사용한 식이섬유 보충제, 해조류 기반 스낵, 그리고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품 등이다. 이 회사가 최근 들어 높이 평가받은 이유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해조류를 양식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서다.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면서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해면 양식이라는 새로운 양식 기술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기술은 해조류의 품질을 유지하는 동시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시 베지터블 컴퍼니의 여러 가지 활동 장면
ⓒSea Vegetable Company
시 베지터블 컴퍼니 요리 개발팀
ⓒSea Vegetable Company
세계 최초로 해조류 육상 양식 기술 개발
기존 업체와 달리 해조류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는 도전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이 회사가 돋보이는 이유다. 회사를 설립할 당시 기본 모토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거나 식문화가 끊어지고 있는 해초의 씨앗을 보전하고, 다시 재생시켜 생산하는 데 두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업의 가치와 이념을 구현하는 대안의 하나가 지하 해수를 사용한 ‘푸른 김’ 육상 양식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다. 푸른 김은 시 베지터블이 창업 당시부터 주로 생산하고 있던 품종으로 향기가 높고, 맛도 좋아 최고급 상품으로 친다. 주산지였던 고치현에서 생산량이 급감함에 따라 육상양식기술을 개발해 현재는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멸종 위기 품종의 보전과 상업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셈이다.
해조류를 식재료로 활용한 다양한 요리(시 베지터블)
ⓒSea Vegetable Company
요리와 레시피 개발 등 해조류 활용 확대
최근 이 회사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가 또 있다. 요리 개발과 레시피 보급이다. 해조류 섭취와 활용을 확대하는 사업 아이템이다. 2021년 가을에 해조류 요리 개발 거점으로, 이른바 ‘테스트 키친’을 설치했다. 이곳에서 세프 3명이 해조류를 식재료로 쓰는 여러 요리를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업계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해조류 활용 방법을 100가지 넘게 창안했다. 특히 이시자카 히데요시 셰프가 이끄는 레시피 개발팀은 새로운 해조류 브랜드 「Re-seaweed」를 론칭했다. ‘해초를 주요 원료로, 세계에서 아직 아무도 맛본 적이 없는 식문화(食文化) 체험’을 전달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일본 밖으로도 자주 나가는 편이다. 글로벌 해조류 포럼 등에 초청받아 자신들이 개발한 요리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전통을 현대화하면서도 세계 시장에 해조류의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한다. 시 베지터블이 가는 길은 남다르다. 기존과는 다른 관점과 접근법으로 해조류의 가치를 재해석하고,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형태의 일본판 장인 정신, '쇼쿠닌가타기(しょくにんかたぎ)' 로 보인다. 텅 빈 바다를 꽉 채우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최재선
(주)에코트라 오션 랩
연구개발본부장, 법학박사
해양 전문지 『디 오션』, 『오션 테크』, 『환동해 경제학』 등을 공동기획하고, 같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