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 바다의 미래를 키우는 캠퍼스: 대학이 이끄는 지속가능한 수산물 공급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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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해양관리협의회(Marine Stewardship Council, MSC)의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수산물의 19.3%가 MSC에서 인증받았거나 MSC 인증을 받기 위해 개선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어업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지속가능한 어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산 자원에 대한 보존 관리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 식량안보 확보, 경제적 공정성 실현 등 복합적인 글로벌 과제 등도 함께 요구된다. 이 때문에 관련 분야에 대한 학문적 기반과 기술적 전문성이 절실히 필요하며, 소비자의 참여와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교육과 체험, 문화적 요소를 통해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6차 산업으로의 연계가 중요하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세계 수산물의 약 5분의 1이 지속가능한 수산물로 자리 잡은 데 대학의 역할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학문적 전문성과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수산물의 보급과 소비가 확대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마련했고, 다음 세대가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인재 양성을 통해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체화시켰다.
코넬대가 교직원을 대상으로 MSC의 중요성을 소개하는 세미나
ⓒ MSC
특히 대학은 지역사회, 정부, 민간 기업, NGO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연계된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며, 지속가능 수산물 공급망 구축과 관련한 거버넌스를 형성하고 이끌었다. 이를 통해 교내 식생활과 급식 시스템에 지속가능한 수산물 도입은 물론, 지역 내 공공기관, 병원, 식당, 기업 등으로 확산되는 파급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이렇게 대학은 지속가능어업을 위한 과학적 방법론을 연구하고, 정책 및 인증 체계를 분석하며, 현장 실습과 캠페인을 통해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살아 있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었다. 나아가 국제 인증 프로그램과 연계한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어업관리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실질적 이해를 제공했고, 미래 수산업의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기반이 될 수 있었다.
MSC Korea 대학 서포터즈 사진
ⓒMSC
이러한 맥락에서 영국의 더럼대학교, 캐나다의 맥길대학교과 오타와대학교, 일본의 요코하마 대학과 게이오대학교, 한국의 부경대학교 등은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지역사회에 지속가능어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교육분야에 지속가능한 수산물 공급망을 구축하는 큰 업적을 만든 곳들이다.
먼저 소개할 곳은 가장 먼저 교육계에 공급망 체계의 모범답안을 구축한 더럼대학교와 지속가능한 식품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 지역 거버넌스인 푸드 더럼(Food Durham)과 협력사례이다.
거버넌스인 푸드 더럼은 음식이 경제, 환경, 건강, 사회 정의 문제와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인식을 높여 식품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는 조직이다. 더럼 주 전역의 공공기관, 민간기업, 사회적기업 자발적 커뮤니티 등이 참여하고 있다. 푸드 더럼은 글로벌 지속가능성 교육과 현장학습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교육 자선 단체인 OASE(Outdoor and Sustainability Education Specialists)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푸드 더럼은 지방자치단체, 대학교, 공공기관, 병원, 식당, 식품기업 등 지역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수산물 공급에 동참할 것을 서약하는 ‘지속가능수산(Sustainable Fish) 캠페인’을 발족했다.
더럼대학교 전경
ⓒDurham University
영국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대학으로 높은 명성을 가지고 있는 더럼대학교가 초창기 푸드더럼의 자문단으로 참여하면서 지속가능식품 공급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MSC 공급사슬 인증(Chain of Custody, CoC)을 통해 프로그램을 확대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리고 2011년 영국 최초로 학교 급식에 MSC CoC인증을 직접 취득하는 리더십을 보였다.
더럼대학교는 현재에도 전체 학생 16,000명, 4,500명의 교직원이 이용하는 12개의 학생식당 및 교직원식당에 MSC 인증 수산물 메뉴를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더럼대학교는 케이터링 친환경 구매부문에서 많은 수상을 했다. 2010년과 2011년에는 영국에서 공공기관에서 지속가능한 조달부문에 대한 권위 있는 상인 그린가운 어워즈(Green Gown awards for Sustainable Procurement)를 수상하였고, 2014년에는 교육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을 촉진하고 환경적 영향을 줄이는데 탁월한 성과를 인정하는 풋프린트 어워드 (Footprint Award for Sustainability in Education)를 수상했으며 2015년 MSC UK 어워즈에서 올해의 대학교상(University of the Year) 수상했다.
이후로도 학생들과 지역 케이터링 업체들과 함께 캠페인을 개발하여 지역사회에 지속가능한 수산물의 중요성 또한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MSC CoC 인증 식당의 시식 이벤트
ⓒMSC
더럼대학교 MSC 인증 취득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수산물에 대한 리더십은 영국의 학교 및 교육기관에 급식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업체에게 큰 영향을 주게 되었다. 이 후 크리드(Creed Food Service), 투코(The University Caterers Organisation Ltd)같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영국 전역의 초·중·고 및 대학교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업들은 지속가능 수산물에 대한 수요가 있는 학교들을 조사하였고, 그 학교들을 그룹으로 묶어서 통합 인증을 받음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감했다. 이러한 결과로 영국 내 약 3,200개의 초·중·고등학교에 MSC 인증 급식이 공급되었다. MSC에서도 초등학교와 협업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에서 지속가능한 수산물 소비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피시 앤 키즈(Fish & Kids)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지속가능수산의 중요성 교육하기 위해 만들어진 피시 앤 키즈 프로그램
ⓒMSC
더럼대학교의 참여 이후 영국 내 다른 대학교에서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현재 맨체스터대학교(University of Manchester), 런던대학교(University of London) 레딩대학교(University of Reading) 등 7개 대학의 23개의 교내식당에서 MSC 지속가능수산물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갔다.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먼저 리더십을 보여준 교육기관은 맥길대학교이다. 2013년 캠퍼스 내 4개의 식당에 MSC 인증을 받고 대구, 새우, 가자미, 참치가 주원료인 급식 메뉴를 인증 받은 원료로 대체했다. 오타와대학교는 2016년에 MSC 인증을 받았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기후 및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략(Climate & Sustainability Strategy) 수립 및 이행과 맞물려 캐나다 전역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맥길대학교의 MSC 급식
ⓒ MSC
캐나다에서도 영국처럼 전국 교육기관에 동시다발적인 확산을 위해서 급식기업의 역할이 컸다. 특히 단체 급식 분야의 리딩기업인 아라마크캐나다(Aramark Canada)가 2016년 인증 획득한 후 브록대학교, 칼튼대학교 등 캐나다 전역 15개 대학에 MSC 인증 수산물을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흐름은 다시 미국으로 확산되어 코넬대학교, 미시간대학교, 노트르담대학교, UC 버클리, 버지니아대학교 같은 명문대학교의 참여가 이루어졌다.
UC 버클리 구내식당에서 MSC 급식을 알리는 사진
ⓒMSC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가장 앞섰다. 그린하우스(Green House Co., Ltd)라는 일본의 단체 급식 전문기업이 2018년 MSC 인증을 취득한 후 파나소닉, 마이크로소프트, 덴소 등에 MSC 인증 수산물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후 게이오대학교교(Keio University)에 급식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타 대학으로 점점 확산되었다. 당시 게이오대학교교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달성을 위해 지속가능수산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지속가능수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게이오대학교교 학생들
ⓒMSC
이러한 게이오대학교의 참여는 다른 대학에도 영감을 주어서 요코하마 시립대학교(Yokohama City University)도 2022년 구내식당에 MSC 인증을 받고 교내 학생단체를 중심으로 지속가능 수산물 인식확산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있다.
지속가능수산물을 홍보하는 요코하마 시립대학교 학생들
ⓒSeafood Legacy Times
2016년 MSC와 부경대학교가 학술교류 협약을 맺은 후 한국에서도 지속가능어업과 교육의 연계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부경대학교는 수산대학의 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교육 과정을 시도했다. 유럽의 평생학습제도인 CPD(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를 기반으로 지속가능어업 평가를 위한 심사원 기초 과정인 FCAP(Fisheries Conformity Assessor Program)을 개발하여 수업에 접목한 것이다.
이 과정은 학생들에게 어업 관리와 지속가능성 인증의 실질적 방법론을 교육하며, 이론과 실무를 결합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부경대학교의 시도는 단순한 학문적 교육을 넘어, 미래의 수산업 전문가들에게 지속가능성을 체화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부경대학교의 MSC의 학술교류 협약식
ⓒ부경대학교
지속가능한 수산업의 전환은 단기간에 완성될 수 없는 복합적 과제이다. 따라서 이를 뒷받침할 기반으로 교육기관의 구조적 참여가 필요하다. 특히 대학은 미래의 수산업을 설계할 인재를 양성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와 산업계, 정책 당국을 연결하는 전략적 허브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진행된 다양한 사례들은 대학이 단순한 지식 전달자에 머물지 않고 현장의 수요를 이해하며 실천적 변화를 견인하는 주체로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의 대학들도 이제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외부의 참고사례로만 소비할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적용하고 발전시켜야 할 시점이다.
국내의 수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가능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는 만큼, 대학 역시 교육 커리큘럼, 캠퍼스 운영, 연구 사업, 산학협력 등 전반에서 이러한 가치를 내재화하는 체계적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학생들에게 이론을 넘어 실제 경험을 제공하고, 지역 공급망과 연계된 실천적 모델을 구축하여 향후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관건이다.
지속가능한 수산업은 더 이상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미래 세대 모두가 일상에서 선택하고 실천해야 할 가치이며, 이를 확산시키는 데 있어 대학은 그 출발점이자 연결고리다. 한국의 대학들이 보다 장기적 시각으로 이 과제에 접근하고, 주도적 책임을 다해나가기를 기대한다.
서종석
MSC 해양관리협의회 한국대표
부경대학교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공학박사
‘어업의 품격’(2020) 저자
영국 에버딘대학교 비즈니스스쿨 Global MBA 졸업
부경대학교 기술경영학 박사, 부산대학교 석사, 고려대학교 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