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 연어없이 연어를 만들다, 와일드타입(Wildtype): 대체 수산물 개발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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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이 없는 생선이 나오다.
최근 몇 년 동안, 대체육 개발을 둘러싸고 무성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게 진짜 고기냐는 비판에서부터, 실제로 시판되려면 적지 않을 시간이 걸릴 거라는 우려까지 여러 말들이 설왕설래했다. 그 가운데, 가장 최악의 평가는 축산업자들의 반발이었다. 세포 배양 대체육은 고기가 아니므로 고기라는 이름을 붙이면 안 된다는 논리였다. 이때 ‘인조 고기’라는 생경한 용어까지 등장했다. 식품 안전 및 위생 측면에서 검증이 되지 않았으니 시판은 절대 불가라는 경고도 나왔다.
이 같은 분위기는 2020년대 들어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싱가포르가 대체육 판매를 허용하고 나서부터다. 싱가포르 식품청(SFA)은 2년 동안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2020년 11월 미국 푸드 스타트업 잇 저스트(Eat Just)가 신청한 치킨너겟 등 3종의 세포 배양육 닭고기 판매를 승인했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2025년 5월,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와일드타입(Wildtype)이 만든 연어 대체육 시판을 최종 승인했다. 연어 세포로 만든 대체육이 식품안전기관의 공식 승인을 받고 시판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세계 수산산업의 트렌드를 바꿀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와일트타입 홈페이지 초기 화면
ⓒ와일드타입 홈페이지(2025. 06. 25)
외교관과 의사가 만든 회사
와일드타입은 2016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푸드테크 스타트업이다. 창업자 2인의 이력이 매우 독특하다. 저스틴 콜벡(Justin Kolbeck)은 미 국무부 소속 외교관 출신이다.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등지에서 국제개발, 식량원조, 외교 업무에 참여했다. 개발도상국에서 근무하면서 단백질 자원의 부족과 수산물 수급 불균형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그 후 미국 예일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으면서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에 대해 고민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밸리에서 “바다에서 생선을 더 이상 잡지 않아도 되는 미래를 만드는 기술” 기업을 창업한 배경이다.
또 다른 공동 창업자 아리에 엘펜바인(Aryé Elfenbein)의 이력은 더욱 이채롭다. 심장병 내과의사이자 해양 생물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어서다. 특히 그는 심장 전문의로 재직하면서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던 의사 과학자였다. 의학과 바다라는 두 분야에 모두 전문성을 가진 보기 드문 인물이라는 평가다. 그는 생체 조직 재생, 세포 공학, 분자 생물학 분야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의료용 세포 배양 기술을 식품 개발에 접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와일드타입 공동 설립자
ⓒ와일드타입 홈페이지 검색(2025. 06. 25)
연어 세포 배양 대체육이 나오기까지
두 사람은 201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지속가능식품 포럼에서 처음 만났다. 물고기 남획으로 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와 글로벌 인구 증가, 그로 인한 세계 식량 부족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누면서 공통의 위기의식을 공유했다. 몇 차례의 논의 끝에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지 않고, 실험실에서 배양해서 생산하자”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남획과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 속에서, 진짜 물고기와 유사한 맛과 질감을 가진 '세포 배양 연어'를 생산하겠다는 야심 찬 비전을 세웠다. 그리고, 2016년에 와일드타입을 창업했다. ‘자연 그대로의 본질(Wild)과 새로운 종류(Type)’라는 뜻으로 지었다. 자연과 기술의 조화라는 철학이 담겨 있는 명칭이다.
그들은 회사 설립 이후 연어 세포 배양육 개발에 적극 나섰다. 처음에는 기술의 불확실성과 생산 단가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수년 동안의 연구 끝에 생선의 식감, 맛, 영양을 제대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이 회사가 연어에 집중한 것은 소비자 친숙도와 향후 시장 잠재력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핵심기술은 전통적인 양식이나 어획이 아닌, 세포 배양(cell-cultivation) 기술을 바탕으로 연어를 만드는 데 있다. 이 방식은 살아 있는 연어의 근육세포를 채취한 뒤, 이를 바이오리액터 안에서 배양해 실제 생선과 유사한 조직을 만들어낸다.
와일드타입의 세포 배양 연어 제품
ⓒ와일드타입 홈페이지 및 구글 검색자료(2025. 06. 25)
와일드타입 세포 배양 연어 생산 공정 개념도
ⓒ와일드타입 홈페이지 검색(2025. 06. 25)
앞으로의 성장 전망과 경쟁구도
와일드타입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모두 1억 2,500만 달러(1,6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의 아그 펀더, 스파크 캐피털, 싱가포르의 테마섹 등 세계 유수의 벤처캐피털들이 자금을 댔다. 투자자들은 와일드타입이 식품 개발 기술력뿐 아니라, 지속가능성 기반의 스토리텔링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이 회사가 단순한 기술 기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식품 시스템을 설계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어서다. 특히 와일드타입은 연어 외에도 참치, 흰살 생선 등 제품군을 확장할 계획이다. 일본, 유럽, 싱가포르 등 글로벌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아시아는 연어 소비가 급증하는 시장으로, 와일드타입의 주요 전략지 중 하나다.
와일드타입 연어 요리 레스토랑(칸)
ⓒ와일드타입 홈페이지 검색(2025. 06. 25)
다른 세포 배양육 경쟁회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블루날루(BlueNalu), 핀레스 푸즈(Finless Foods), 싱가포르의 시오크 미츠(Shiok Meats) 등도 있다. 다만, BlueNalu는 주로 참치에, Finless Foods는 다양한 어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와일드타입은 연어에 특화되어 있어 전략적으로 차별성이 있다. 앞으로 와일드타입이 이 분야로 진출을 꾀할 경우에는 서로 맞부딪칠 우려가 있다. 와일드타입이 만든 세포 배양 연어는 새로운 개념이다. 아직 초기 시장 단계다. 그렇지만, 이미 식품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키워드이자 트렌드로 등장했다. 환경, 기술, 건강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지구의 지속 가능한 솔루션으로서 와일드타입의 성공 스토리는 이제 출발점에 섰다. 이 회사가 만들어갈 "미래의 식탁"은 머지 않은 장래에 우리의 식문화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바다에서 나지 않는 연어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사족으로 덧붙이면, 와일드타입의 연어 세포 배양 대체육 스시는 미국 포틀랜드 레스토랑 칸(Kann)이나 시카고에 있는 오토코(OTOKO)에서 사전 예약하면 맛볼 수 있다. 가격이 조금 비싸다
최재선
한국연안협회 연구위원, 법학박사
해양 전문지 『디 오션』, 『오션 테크』, 『환동해 경제학』 등을 공동기획하고, 같이 만들었다.